모들 책이야기

평화시장은 과연 평화 시장일 수 있는가? 책에서 다시 만난 전태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5. 26. 14:45

새로 나온 책 [평화학과 평화운동](서보혁, 정욱식 지음)에서 전태일을 만났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제 몸을 불사른 그. 어린 나이였던 나는 그를 책에서, 영화에서만 보았다. 

내가 처음 전태일을 만난 건 영화가 먼저였다. 짧다면 짧은 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1995년, 박광수 감독에 의해 제작되었다. 

전태일 역을 맡은 홍경인과 내레이션 역할을 맡은 문성근은 이 영화에 무료로 출연하였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홍경인은 이 영화를 위해 평화시장 미싱사 실습을 거쳤고, 대역 없이 분신 장면을 연기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평화학과 평화운동]을 집필한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서보혁 씨는 “전태일은 그곳(평화시장)에 찾아온 예수였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전태일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하루 14~16시간의 작업시간을 10~12시간으로 단축시키고, 1개월에 이틀은 휴일로 쉬도록 해주고, 건강진단을 받도록 해주고, 15세 안팎 시다공들의 수당을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죽음으로써 부르짖은 것은 자신의 억울함이 아니라 노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었다. 그는 권력이 강제한 거짓평화를 폭로하였고, 평화가 어디서, 누구를 향하는 것인지를 세상에 물었다.” 

불의와 폭력에 시달리고 억눌리고 차별받고 소외받는 사람들이 해방되어 자유를 누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보장받는 세상, 그것이 진정 ‘평화시장’이자 ‘평화 시장’이 될 것이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1990년대를 사는 지식인 문성근은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평화시장 모퉁이에 홀로 서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1990년대 햇살 속을 걸어가고 있는 청년 전태일을 본다. 

전태일이 지키고자 했던 ‘평화시장’은 2016년에도 ‘평화 시장’이기를 꿈꾸며 희망을 노래한다. 그 희망을 찾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평화학과 평화운동
-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평화교실 02
서보혁, 정욱식 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평화인문학연구단 기획
216쪽 / 2016년 4월 19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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