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있는가 = 저자 사나다 요시아키는 불자(佛者)이자 40년간 법학을 연구해온 일본 주오대학(中央大學) 명예교수다.
매년 사형 집행이 이뤄지는 일본의 현실에서 '사람을 살린다'는 부처의 가르침과 세속의 법 사이 치열한 고민이 엿보인다.
저자는 사형이 확정된 한 사형수의 2008년 발언 중 "죽음을 받아들이는 대신에 반성의 마음을 버렸다. 사람은 장래가 있기에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것 아니냐"는 대목을 소개한다. 여기서 속죄의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사형이 '복수'에 그칠 뿐 인간의 '갱생'은 단호하게 거절하는 제도임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불전에 나오는 '앙굴마라'는 999명을 죽여 손가락을 잘라 목걸이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1천명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까지 죽이려 했던 살인자다. 그는 마지막 범죄를 저지르려던 찰나 석가모니 존자에 의해 구제받고 출가해 일체의 번뇌에서 해탈한다.
저자는 "부처는 사람들이 앙굴마라에 대한 증오에 휩싸여 보복이라는 새로운 죄를 범하지 않도록 했다. 유족들에게 복수를 인정하면 새로운 죄를 범하게 할 뿐"이라며 사형제가 국가권력에 의한 살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모시는사람들. 256쪽. 1만4천원.
출처 : 연합뉴스 2017.06.16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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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살인과 사형 사이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있는가』
[독서신문] 2005년,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살인범 유영철. 그에게 사형이 선고된 지 11년이 넘었지만, 아직 구치소 담장 안에 있다. 1997년 지존파 23명을 한꺼번에 사형 집행한 이래 현재까지 사형 집행은 없었다. 피해자는 죽고 가해자는 살아있는 현실. 이에 대한 논쟁은 끊이질 않고 있다. 책은 사형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용하는 일본 시민사회나 종교 등의 현실을 바탕으로, 사형에 처해지는 사형수들의 사례를 통해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 그리고 ‘사형’을 실행한다는 것의 의미를 짚는다. 또한 ‘살인’과 ‘사형’이라는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극단’의 지점에 서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 황은애 기자
■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있는가
사나다 요시아키 지음 | 이찬수·이서현 옮김 | 모시는사람들 펴냄 | 256쪽 | 14,000원
황은애 기자 imeunae94@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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