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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희생제의

알 수 없는 사용자 2019. 12. 26. 13:44
종교문화비평총서 08

동아시아의 희생제의

■ 이 책은…

동아시아 종교 전통에서의 ‘희생제의’ 사례를 각 종교 의례 속에서 찾아서 그 의미와 특성을 구명하였다. 일반적으로 서양 고대 종교 전통 맥락에서의 깊이 연구되어 온 희생제의가 동아시자 종교 전통에서도 풍부하게, 그리고 특징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다양한 관점으로 조명하였다. 이로써 종교학 대상으로서의 희생제의 범주의 확장을 꾀하고, 오늘날 종교 전통에서의 각종 의례 속에 습합된 희생제의 요소를 주목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종교현상의 이해와 앞으로의 발전 경로 진단을 새롭게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분야 : 한국종교
  • 엮은이 : 이연승
  • 기획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 발행일 : 2019년 12월 25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352쪽(두께 17mm)
  • 제책 : 무선
  • 판형 : 152mm ✕ 225mm
  • ISBN : 979-11-88765-59-1 (94100)

 

■ 출판사 서평

1. 희생제의란 무엇인가?

희생제의란 “개인 혹은 집단이 자신에게 가치 있는 제물을 자신보다 우월하거나 초월적인 존재에게 바침으로써 그 힘을 빌려서 자신의 상태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일련의 의례”라고 정의할 수 있다. 희생제의는 인간이 수렵을 하던 시대 때부터 있어 왔으며, 가장 널리 시행되었던 것이 살아 있는 동물 혹은 그 피를 바치는 동물희생제의라면 가장 극적인 것은 인간을 희생으로 바치는 인간희생제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희생제의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유교의 제사에도 희생제의의 유습이 계승되어 있으며, 조선 시대의 왕조의 각종 제사 의례에도 희생제의의 영향이 깊이 침윤되어 있다.

2. 중국 상나라에서 희생제의

중국 대륙의 초기 국가 중 하나인 상나라에는 수렵과 목축과 관련한 동물희생제의, 그리고 제사에 관련한 인간희생제의에 관한 갑골문과 유물들이 전한다. 인류 역사의 초기에 해당하는 이러한 유적들은 인간과 신,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관한 원형적 상상력이 형성되는 초기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여기서 인간희생제의는 주로 전쟁과 관련된 것으로서, 결국 자연의 위협을 수렵과 목축으로 해결해 나갔다면, 인간(외부 세력)의 위협을 인간희생제의로써 해결해 나가려고 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유사성도 엿볼 수 있다. 결국 희생제의는 인간이 미지의 영역이며 무질서의 세계인 자연과 외부세계를 통제함으로써 생활의 영역이며 질서체계에 들어와 있는 삶의 세계(내부)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3. 희생제의와 피

희생제의에서 핵심 요소 중의 하나는 피[血]이다. 중국 고대에서는 피를 제물(祭物)로 바치는 혈제(血祭), 회맹례(會盟禮)에서 피를 나누어 마시는 삽혈(歃血), 종(鐘) 같은 귀중한 사물에 피를 바르는 흔례(釁禮) 의식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에 보이는 이러한 피와 관련된 의례들은 서구적인 의미에서 ‘피의 계약’으로서의 희생제의와는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즉 중국(동아시아)에서 피로써 서약하는 의식은 신 앞에서 신에게 하는 맹세라기보다는 맹세의 상대가 되는 인간과 인간 혹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맹약에 더 큰 비중을 준다는 것이다. 이로써 이미 고대에 동아시아에서는 현세 중심, 인간 중심의 문명적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도교와 희생제의

동아시아 종교전통에서 3대 축 가운데 하나를 이루는 도교에서는 일반적인 희생제의의 공물(供物)이 사제에 의한 연행(演行)화된 의례나 경전이나 문헌으로 대체된다. 즉 도교의 사제(司祭)로서의 도사(道士)들이 희생물(犧牲物)의 역할을 대신하며, 피와 살의 희생 메커니즘은 적극적으로 거부되는 것이다. 도사는 천적(天的) 세계와 세속 세계를 연결시키는 중개자로서 자기변화의 과정을 거쳐 신의 대리자가 되어 대중들에게 복과 평안을 주기 위해 고행적 의례와 기도, 금욕적 수행 등의 자기희생을 하는 존재이다. 도교의 제사는 도사의 고행적 작업을 통해 흐트러진 우주의 질서를 다시 회복함으로써 재앙의 원인을 제거하는 행위이다.

5. 불교와 희생제의

일반적으로 불교에서는 희생제의가 없으며, 오히려 반-희생제의의 경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불교의 각종 설화들을 보면 자기 몸을 희생하여 보시를 하는 전생 부처님의 사례나 빈번한 소신공양(燒身供養)의 사례들은 희생제의적 요소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다. 나아가 불교의 승려들은 스스로를 세속으로부터 단절시킴으로써 희생의 역할을 하는 자라고도 할 수 있다. 희생제의가 공물[犧牲]을 통해 기존의 질서나 상황을 바꾸려는 의례라는 점과 비교해 보면, 불교에도 역시 내면화된 희생제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에서는 이차돈의 순교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희생제의의 사례가 발견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6. 유교와 희생제의

유교의 대표적의 의례인 제사는 그것이 ‘종교적 의례인지 아닌지’부터가 관건이 된다. 근대 시기 조선 사회에서 서양종교에 의해 그 문제가 물어지면서 겪어야 했던 기독교인의 순교(우상숭배 금지)와 그 이후 ‘제사는 기독교 신앙과 병행할 수 있는 의례’라는 입장의 변화를 겪을 때까지의 혼란은 종교적 의례 여부를 둘러싸고 진행된다. 이러한 서구적 시각을 제거하고 그 본래의 셩격을 고찰할 때, 유교제사는 본래 가축을 도살하여 바치는 희생제의적 성격과 평생의례적 성격을 동시에 띠는 복합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특히 한국적 맥락에서는 탈희생제의화하는 변용을 겪는 것으로 귀결된다.

■ 차례

상나라 수렵, 목축, 제사 ... 삶의 세계 구축과 신, 인간, 동물의 관계 / 임현수
상왕조의 인간희생제의에 관한 연구 : 전쟁, 도시, 위계를 중심으로 / 임현수
중국고대의 흔례(釁禮)에 대한 소고 : 희생제의와의 관련성에 주목하며 / 이연승
중국 고대의 회맹의례에 나타나는 삽혈(歃\血)에 대하여 / 이연승
도교 희생제의에서 매개자로서의 도사(道士)의 특성과 의미 / 최수빈
도교의 희생제의[祭祀], 그리고 제물 / 최수빈
동아시아 불교에서의 희생제의 / 셈 베르메르스
유교 제사에 나타난 ‘희생제의’와 ‘평생의례’의 이중적 성격 / 이욱
조선시대 왕실 제사와 제물의 상징 / 이욱

 

■ 책 속으로

▶ 상나라 수렵, 목축, 제사를 통해서 본 삶의 세계 구축과 신, 인간, 동물의 관계

상대의 가축들은 이러한 길들이기 방식을 통해서 야생동물과 구별되었다. 상대의 사육 기술은 야생동물에게 가해진 기술적이며 제한적인 폭력이었다. … 제사에 바쳐진 희생은 사육 기술에 의해서 길들여진 동물 중에서 특별한 것을 선택하여 도살하였다. 상대 사회에서 목축은 수렵보다 자연의 힘을 통제하는 데 훨씬 덜 위험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양자는 각각 동물을 향한 직접적인 폭력과 길들이기의 차이점이 있지만, 자연에 가한 인간의 간섭과 통제의 형식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24쪽>

▶ 상왕조의 인간희생제의에 관한 연구

상왕조는 자신들을 늘 위협하는 외부 세력에 대하여 위계의 차이를 만들고자 고심하였으며, 이는 전쟁을 통해서 획득한 포로들을 인간희생제의라는 문화적 장치를 통하여 살해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간희생제의는 상왕조의 도시에 마련된 의례 공간에서 공공연하게 거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위계의 차이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이를 내부와 주변 지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방법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59쪽>

▶ 중국 고대의 회맹의례에 나타나는 삽혈에 대하여

회맹의례에서 용혈은 살생(殺牲)과 삽혈이라는 두 가지 계기에서 보이는데, 살생(殺牲)에서의 피에는 일반적인 희생제의에서 신적인 존재에게 바치는 공경이라는 성격과 더불어 저주의 함의로서 위협적 경고의 성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삽혈에서의 피에는 동일한 피를 마심으로써 상징적으로 한 핏줄의 형제(친족) 관계가 된다는 기본적인 의미 외에, 배맹(背盟)한 사람이나 국가에게는 맹서했던 저주가 이르도록 하는 주술적 힘이 있다는 믿음이 관건을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112쪽>

▶ 도교 희생제의에서 매개자로서의 도사의 특성과 의미

도교 제사에서 사제인 도사는 천적 세계와 세속세계를 연결시키는 중개자이다. … 도사는 제사를 통하여 신자들, 혹은 대중들에게 복과 평안을 주기 위해서 자기희생의 작업을 하는 존재이다. 그는 우주와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여 자연 재난이나 질병,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인간들의 죄를 자신이 대신 지고 그것을 속죄하는 고행적 작업을 통하여 우주의 질서를 다시금 회복시키고 재앙의 원인을 제거하고자 한다. 즉 도사 자신이 대중들을 대신하여 희생제물이 되고자 한다. <145146쪽>

▶ 도교 희생제의, 그리고 제물

기본적으로 도교는 혈제나 동물희생, 그리고 기복을 위한 제사 등을 거부함으로써 도교 자체의 의례적 성격을 규정하고자 노력하였다. 육조시대 도교인들의 반희생제물, 반기복 제사의 이론은 도교에서 추구하는 것이 물질과 현세적 복락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도와의 합일을 추구하는, 순수한 구도(求道)에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들의 이러한 종교적 지향에 적합한 제물로서 등장한 대표적인 것이 경전이나 문서이다. <172쪽>

▶ 동아시아 불교에서의 희생제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에는 있었던 것으로 입증된 희생적 실천이 한국에서도 이루어졌다는 증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신중함은 우리가 다루고 있는 자료의 종류 때문에 정 당화된다. 승려들이 쓴 ‘내부’ 자료는 거의 없으며, (승려들의 묘비명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자료는 문인(유학자)들이 저술한 것이다. … 불교 내에서 희생적 실천의 사례들은, 많은 한국 승려들이 언급했던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한국 내의 배불론자들-인용자 주)에게 분명히 알려져 있었으며,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이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승려들은 소신공양과 같은 행위는 보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며, 인도의 본생담은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단순히 보통 사람으로는 불가능한 고양된(elevated) 모델을 보여주어 신자들로 하여금 겸허함을 느끼도록 한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213쪽>

▶ 유교 제사에 나타난 ‘희생제의’와 ‘평생의례’의 이중적 성격

송대 이후 가례의 확산에서 보이는 탈희생제의화는 이러한 고대 모습(국가의 공공 제사는 ‘희생제의’의 성격, 士庶人의 제사는 ‘탈희생제의’로 차등화되는; 편집자 주)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러한 현상을 종교적 성격의 약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희생제의적 성격의 약화가 곧바로 종교적 성격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평생의례로서의 조상제사는 또 다른 종교적 모습을 보여준다. 제사는 인간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상으로서 후손과 관계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조상제사로 대표되는 유교 제사는 인간과 신,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단절과 다름이 아니라 동일성과 감응의 일치점을 찾는 의례행위라 할 수 있다. <251쪽>

▶ 조선시대 왕실 제사와 제물의 상징

조선시대 왕실의 제향은 한 곳에서 거행된 것이 아니라 … 종묘, 왕릉, 문소전은 각각의 역사성을 지니면서 각자의 형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 형식의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제향에 소용되는 제물의 구성이었다. 종묘는 희생을 중심으로 한 혈식(血食)을 실천하였다. … 왕릉에서 보이는 소식(蔬食) 전통은 고려시대 불교의 유습이었다. … 문소전은 같은 속례인 왕릉과는 달리 육선(肉膳)을 포함한 제물의 구성을 보여주었는데 이것은 상식(常食)을 통한 효의 실천이었다. <288~289쪽>

■ 저자

임현수 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갑골문에 나타난 상대 후기 사전 체계에 대한 고찰: 주제(周祭)를 중심으로」, 「상나라 수렵, 목축, 제사를 통해서 본 삶의 세계 구축과 신, 인간, 동물의 관계」, 「상왕조의 인간희생제의에 관한 연구: 전쟁, 도시, 위계를 중심으로」 등.

이연승 _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서구의 유교종교론」, 「진례(陳澧)의 ‘한학(漢學)’에 대한 소고: 『한유통의(漢儒通義)』를 중심으로」, 「『격물탐원』에 나타난 인간의 몸과 본성에 대한 연구」 등.

최수빈 _ 서강대 종교학과 강사. 「중세도교의 자연개념 고찰: 위진남북조 시대를 중심으로」, 「老子 神格化와 神話化에 대한 一考察」, 「도교의 생사관: 전진교 문헌을 중심으로」, 「도교의 금욕주의(Asceticism)」, 「도교에서 바라보는 저세상: 신선(神仙)과 사자(死者)들의 세계에 반영된 도교적 세계관과 구원」 등.

셈 베르메르스(Sem Vermeersch) _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The Power of Buddha: The Ideological and Institutional Role of Buddhism in the Koryo Dynasty”, “Archival Practice in Premodern Korea: Record-keeping as Archive and Historiography”, A Chinese Traveler in Medieval Korea: Xu Jing’s Illustrated Account of the Xuanhe Embassy to Koryo(역서), Buddhist Encounters and Identities Across East Asia(공저) 등.

이욱 _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 『조선시대 재난과 국가의례』, 『조선 왕실의 제향 공간: 정제와 속제의 변용』, 『조선시대 국왕의 죽음과 상장례』 등.

■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종교문화비평총서

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종교문화 전반에 관한 학문적 연구를 기반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인문학적 전망을 모색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본 연구소는 2011년부터 국내외 종교문화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종교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와 비평을 통해 종교에 대한 건전한 의식을 함양하고 바람직한 종교문화를 창달하는 데 기여하고자 종교문화비평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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