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유교 다른 기독교
한국적 페미니즘, 한국적 포스트모던 영성
■ 저 자 : 이은선 ■ 분 야 : 종교 ■ 발행일 : 2015년 1월 31일 ■ 발행처 :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 페이지 : 376쪽 ■ 판 형 : 152mm × 225mm ■ 가 격 : 18,000원 ■ ISBN : 979-11-86502-39-6 부가기호 : 93210 ■ 문 의 : 02-735-7173
■ 이 책은...
‘한국적 여성신학자, 기독교적 유교인’을 자임하는 저자가 페미니즘을 매개로 기독교와 유교의 대화를 시도하고, 타자의 거울로 자아(기독교, 유교)를 재조명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독교, 다른 유교를 탐색한다. 이로써 기독교는 다시 한 번 개혁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참된 주체성을 함양하며 그렇게 살아가도록 하며, 유교는 자기의 종교성을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다시 깊어지고 사람들의 영성과 창조성을 배양하는 데 이바지하게 되기를 지향하는 책이다.
■ 출판사 서평
왜 이 시대에 유교에 주목하는가?
탈레마-알카에다-IS로 이어져 가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자와의 ‘준 세계대전’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세계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인류 삶을 크게 좌우할 관건은 유교 문명권과 기독교 문명권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의 최대 쟁점인 (정치적 측면에서든 경제적 측면에서든) 남과 북의 통일과 관련해서도 북한 사회는 변형된 유교 가부장제 국가라는 진단과 아울러, 남한 사회문화 전반의 기반이 되고 있는 ‘유교적’ 풍토, 그리고 현실적으로 상대적 우위에 있는 기독교(천주교, 개신교)와의 대화와 상호 이해는 중차대한 의미를 낳는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의 경제적(일본, 중국), 정치적(중국), 문화적(한류-한국) 비중의 증대는 3국을 아우르는 공통분모로서의 ‘유교’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기독교 문명이 오늘의 세계를 지배한다는 차원에서 이는 다시, 세계사적인 지평으로 확장된다. 특히 한국은 20세기에서 21세기에 걸쳐, 유교 문명과 기독교 문명의 극적인 만남을 경험하였고, 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사회가 오늘의 인간사회의 제 모순을 해결할 혜안을 제공하는 단초가 된다.
왜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가?
저자는 동-서의 두 전통(유교-기독교)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궁극적인 초월(聖)에 관한 질문인 종교-형이상학적인 물음, 성(性-gender) 정치도 포함해서 우리 공동체 삶의 치리(治理)의 문제인 정치와 경제사회의 물음(性),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러한 물음들이 도달하게 되는 문화와 교육, 사람의 성숙에 대한 물음(誠)을 모두 함께 어울러서 통합적으로 살펴본다.
유교와 기독교를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오늘의 우리가 능동적으로 추구할 가치로 보는 데는 남다른 용기와 근기가 요구된다. 저자는 오늘날 생명윤리학이나 에코페미니즘에서 이야기하는 살림과 생명의 원리가 유교의 중용적 ‘성물(成物)’과 ‘생물(生物)’의 원리와 다르지 않고, 특히 유교 여성들의 삶은 지극하게 그것들을 실천하고 산 삶이었음을 강조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생명을 살리고 창조하는 만물일체의 유교영성(天地生物之心)이야말로 오늘날의 여성들, 기독교인들 그리고 현대인들이 다시 체득해야 하는 덕목이라고 밝힌다.
오늘 우리 사회의 유교 지성인이든 (유교)생활인이든, 사람들은 유교를 ‘종교’ 전통으로서보다는 철학이나 윤리, 도덕이나 정치적 담론으로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유교적 세속주의 종교영성’, 다시 말하면 외형적으로는 최소한으로 종교적이지만 현실의 구체적 삶에서는 참으로 풍성하게 영적인 유교 종교성이야말로, 세속화를 넘어서 다시 ‘세속화 이후’를 말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꼭 요청되는 새로운 포스트모던 종교성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유교적 굴레’에 구속되었다고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유교 여성들의 실제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인간 마음속에서 (유교) 영성을 찾아 싹 틔우고,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세상 삶의 전 영역으로 확장해서 섬세하게 의례화를 통해서 지극히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여성의 일들이 ‘초월’과 ‘궁극’의 유교적 실천이었음을 새롭게 조명한다.
유교와의 대화로서 기독교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유교와 기독교 대화의 관점을 명확하게 보이기 위하여 저자는 함석헌(咸錫憲, 1901~1989)의 삶과 사상을 새롭게 탐구하였다. 일반적으로 함석헌은 한국 개신교 사상가로 알려져 있고, 주로 도교와 많이 관계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그는 매우 유교적인 사상가이다. 예컨대 그가 스승인 유영모로부터 이어받아서 전개시킨 씨알사상은 바로 유교적 인(仁) 사상의 현대적 해석과 적용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함석헌 사상의 전모를 그의 전기적 삶과의 관계 속에서 크게 ‘인(仁)’과 ‘ 의(義)’, 그리고 ‘성(誠)’이라고 하는 유교의 대표적인 세 개념의 틀과 더불어 살펴보면서 어떻게 그의 삶과 사상이 유교적 영향 아래서 형성되고 전개된 것인지 살펴보았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개혁의 개혁을 준비하는 기독교는 오늘 우리 사회와 인간이 빠져 있는 자아절대주의와 세계소외를 치유할 가능성을 우리 유교 전통에서 발견하여, 그것으로써 스스로를 정화하고 개신(改新)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선조들이 자신들 마음속 깊은 곳(性)에 하늘 초월(理)의 편린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갈고 닦는 일을 통해서 하늘과 하나가 되고, 참된 인간성에 도달하고자 했던 노력과 성실(成人之道/學)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인 조선의 성학(聖學)과 도학(道學)으로서의 유교 속에서 한국 기독교가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에 새로운 문화적 파도를 일으키고 있는 ‘한류’는 세속적 종교성으로서의 유교 종교성이 서구 기독교 문명의 표현 방식을 만남으로써, 전통과 현대의 조화,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해석의 연결을 통해 그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기독교가 자신의 역할과 의미를 극대화하는 내적인 매개로서의 유교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특히, 오늘의 한류가 주로 여성 주인공들의 삶을 통한 ‘의미 만들기’라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은 인류 근대의 과학기술 시대에 한쪽으로 치워져 있던 ‘인간성(仁)’이 다시 추구되는 것이기도 하고, 한국 문화 전통의 ‘착함’이 인간적인 뜻을 이루기 위해서 오랫동안 안내하면서, 그러나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그 뜻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포스트휴먼적 인간상으로 나타내 주고 있기 때문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서구 기독교와 현대 페미니즘을 통해서 스스로가 직접적으로 궁극과 초월과 관계할 수 있는 방식을 얻은 현대의 한국 여성들이 그 유교적 전통을 다시 자신의 자산으로 끌어안는다면 참으로 창조적이고 풍성한 열매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차례
제1부 | 다른 유교
1장 한국 유교의 종교적 성찰
2장 한류와 유교 전통 그리고 한국 여성의 살림영성
3장 21세기 여성 주체성과 유교 전통
4장 21세기 포스트모던 영성과 큰 배움(大學), 큰 공동체(大同社會)
5장 내가 믿는 이것, 한국 생물(生物) 여성정치와 교육의 근거
제2부 | 다른 기독교
1장 한국 천지생물지심(天地生物之心)의 영성과 기독교 영성의 미래
2장 인(仁)의 사도 함석헌의 삶과 사상
3장 왕양명의 양지(良知)와 함석헌의 씨, 생물권 정치학 시대를 위한 존재 사건
4장 포스트휴먼 시대에서의 인간의 조건
5장 한국 교회와 여성, 그리고 인류 문명의 미래
■ 책 속에서
● 유교 전통은 인간성(仁)이 가장 기초적으로 길러지는 곳을 가정이라고 보았고, 그중에서도 특히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형제자매 사이의 관계를 핵심으로 보았다. 물론 이러한 유교의 가족 중시 사상은 현실 속에서 많이 타락하였고,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 억압적인 이데올로기로 변질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성품과 특징이 바로 이러한 친밀한 가족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시대의 변화와 함께 가족의 외적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 기본 정신을 보유하는 일은 여전히 긴요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유교 전통의 입후제도를 가부장주의 전통의 나쁜 악습으로 규정한다. 사실 최근까지 남성 혈통 중심의 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남아 선호 사고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오늘날 호주제도도 폐지되고, 여아에 대한 차별이 거의 옛이야기가 된 상황에서 과거 입후제도의 시행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본문 51쪽>
● 유교의 길은 일상의 삶에서 초월을 실현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불교나 도교, 또는 서구의 기독교처럼 일상과 속(俗)의 세계와 급진적으로 구분되는 성직자 그룹을 따로 두지 않는다. 또한 삶의 모든 일 속에서 도를 실천하려는 구도였으므로 배움(學)이 곧 종교적 추구가 되고, 정치의 일이 곧 성인(聖人)이 되고자 하는 길이다. 나는 유교영성이 이처럼 ‘학(學, 공부 또는 교육)’이나 ‘정치(사회생활 또는 직업)’ 등의 누구나에게 해당되는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common) 일을 초월의 일로 보면서 가장 적게 종교적이면서도 그 안에 풍성한 영적인 추구와 실천적 수행의 차원을 담고 있기 때문에(minimal religion) 그것이 오늘날 서구 기독교 전통에서도 세속화와 다시 탈세속화 시대에 새로운 대안으로 찾고 있는 포스트모던적(postmodern) 영성, 세속주의적 종교(secular religion), 아니면 탈세속적 종교성(post-secular religiosity)과 크게 부합한다고 보았다. <본문 96쪽>
● 나는 오늘날 인간에 대한 실천력 있는 신뢰(信)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긴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서의 신뢰의 근거는 ‘탄생했다’는 참으로 보편적인 ‘존재의 사실(sui generis)’에 기초해 있으므로 모두를 포괄할 수 있고, 실천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오늘 우리 시대는 그렇게 다시 그러한 존재의 원리에 근거해서 인간의 성성(聖性)을 드러내는 일이 중요하고 긴요하다. 만물을 싹틔우는 생명의 원리(仁)가 인간 자체이고(仁者人也, 仁也者人也), 이 세상이 살 만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 인간의 측은지심과 차마 못하는 마음(不忍之心)과 인간성이 어떤 종교나 정치의 구호를 넘어서 마지막 보루이며, 그래서 그것은 인간 마음의 네 가지 덕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고 만물의 생명원리가 됨을 말하는 것이다. 144쪽>
● 한국인의 심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맹자는 고대 성인왕(聖人王) 순 임금의 인격을 한마디로 ‘사기종인(舍己從人, 나를 버리고 타자와 함께 한다)’의 인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선을 남과 함께하여 자신을 버리고 남을 따르며, 다른 사람들에게서 취하여서 선을 행하는 것을 기뻐하셨다(『맹자』 「공손추 上」, 8)”고 한다. 신사임당의 아들 율곡은 그의 『성학집요(聖學輯要)』 「위정편(爲政篇)」에서 이러한 맹자의 선여인동(善與人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에게서 남이 선을 행하도록 도와주는 일보다 더 큰 일이 없다고 한 것을 계속 언급하면서 인간 삶에서의 공적 영역과 공을 세우는 일의 중요성, 그 일을 위해서는 누군가는 자신을 버려야 한다는 점과 그 버리는 일의 위대함을 밝혔다. 나는 이러한 유교 전통의 공적 자아의 일이 한국 여성들의 살림살이에 그대로 녹아 있으며, 그들의 모성과 가족을 위한 희생과 염려가 결코 공적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근본적인 공적 안녕의 토대가 됨을 말하고자 한다.<본문 201쪽>
● 일반적으로 유교 전통의 입후 제도는 유교 가부장주의의 가장 나쁜 악습으로 이야기되어 왔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가운데서도 유교 여성들이 이렇게 비록 자신이 낳지는 않았지만 아이를 입양해서 자신이 직접 낳은 자식만큼, 아니 그보다 더 극진하게 모자관계를 이루어 냈다는 것은 그녀들의 극기복례의 예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드러내주는 스토리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오늘 우리 시대에는 그것을 새롭게 의미화할 수 있다고 보는데, 즉 오늘의 포스트모던 상황에서 이제 누가 낳았는가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인간적인 돌봄과 배려의 관계가 이루어졌는가에 따라서 부모--자식과 가족관계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되었다면(모성의 탈본질화), 유교 여성들에 의해서 행해졌던 이 실행을 새롭게 볼 수 있다. 특히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해외 입양을 보내고 미혼모나 가정을 잃은 많은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한 것을 알 수 있다.<본문 304쪽>
■ 저자 소개 _ 이은선
충북 괴산에서 출생하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아버지 이신 박사의 영향으로 감리교신학대학 대학원에 들어갔다. 스위스 바젤 대학으로 유학 가서 프리츠 부리 교수 밑에서 유교와 기독교의 만남을 공부하였다. 그곳에서 또한 아들 둘을 얻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성균관대에서 한국철학을 공부했다. 세종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유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한국적 인지학(人智學)’으로 새롭게 구성해 내고자 고심하고 있다.
현재 한국양명학회와 유교학회 부회장, KNCC 화해와통일위원회 위원, 문체부 공직자종교차별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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