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평화교실 03
톨스토이와 평화
우리가 몰랐던 톨스토이: 성자(聖者)인가, 전사(戰士)인가!
- 톨스토이의 숨겨진 면모를 ‘평화’와 ‘동아시아’를 키워드로 살펴보다
§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톨스토이, 즉 사랑과 용서, 무소유, 무저항, 도덕적 수양을 설교하는 성자 톨스토이의 후광에 가려진 ‘전사 톨스토이’의 모습, 즉, 탈국가, 탈민족을 외치던 근대의 이단아, 적그리스도라 불릴 정도로 파격적인 신앙을 설파하며 기성 권력과 맹렬히 싸운 톨스토이, 그 결과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파문당하고, 비밀요원에게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혹독한 검열로 생애 후반기 자기 땅에서 어느 책 하나 온전히 출판할 수 없었던 ‘저항자 톨스토이’의 모습을 ‘평화’를 키워드로 살펴본다.
또 톨스토이의 이러한 평화사상이 근대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1) ‘힌두 톨스토이’ 간디, 2) 류스페이 등 중국의 혁명적 아나키스트, 3) ‘일본 톨스토이’ 도쿠토미 로카, 고토쿠 슈스이 등 일본의 반전평화주의자/사회주의자, 4) 최남선, 이광수 등 톨스토이를 숭배했던 근대조선의 애국계몽 지식인과의 관계 속에 해부한다.
§ 이 책이 전해주는 새로운 톨스토이의 모습은 그를 도덕 타령, 사랑 타령이나 하는 고리타분한 성인군자로만 알고 있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또 그의 ‘절대평화주의’의 불온함은 익숙하다 못해 진부해진 평화의 규범성, 상투성을 뒤흔들며 평화에 대해 깊이 돌아보고 사색하게 만든다.
§ 이 책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평화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기획한 대중적 평화입문서 ‘평화교실’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출판되었다.
■ 저 자 : 이문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분 야 : 사회과학
■ 발행일 : 2016년 5월 31일
■ 페이지 : 240쪽
■ 판 형 : 135mm ✕ 200mm
■ 가 격 : 13,000원
■ ISBN : 979-11-86502-51-8 94300
■ 문 의 : 02)735-7173
■ 출판사 서평
노벨상 후보에 20번이나 오른 톨스토이... 그런데 왜 그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교회를 부정하고, 국가를 거부하고, 사적 소유에 도전했던’ 톨스토이 사상의 과격함과 전투성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톨스토이는...
교회와 싸우고, 국가와 싸우고, 소유 제도와 싸우는 톨스토이의 모습은 사실 우리에게도 그리 익숙지 않다. 우리에게 무엇보다 톨스토이는 오드리 헵번의 『전쟁과 평화』, 소피 마르소의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검은 눈의 카추샤’가 등장하는 『부활』의 작가다. 이런 작가 톨스토이의 모습에는 어김없이 성자, 현자의 이미지가 덧씌어져 있다.
특히 2003년 MBC 교양프로그램 <느낌표>에서 『톨스토이 단편선』이 고전베스트로 뽑힌 후, “바보 이반 이야기”,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같은 작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톨스토이하면 사랑, 무소유, 무저항, 비폭력을 설파하는 성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교회, 국가, 소유 제도와 싸우는 과격한 전사(戰士), 톨스토이
하지만 톨스토이는 그러한 비폭력, 사랑, 평화가 어떻게 가능하다고 말했을까. 톨스토이는 이 모든 것이 ‘악에 대한 투쟁’ 속에 가능하다고 했다. 흔히 알려진 그의 무저항주의는 악에 ‘폭력으로’ 대항하지 말라는 의미에서의 무저항인 것이지, 결코 악에 대한 투쟁을 포기하라는 수동적인 무저항이 아니었다.
톨스토이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폭력을 제도화하는 국가, 인간에 의한 인간의 노동 착취를 합법화하는 경제 질서, 그리고 그러한 폭력을 신의 법칙으로 정당화하는 기성 종교 등을 만악의 근원으로 여겼다. 이에 따라 그는 당시 러시아 차르 정부, 군대, 경찰, 사법기관, 농노제나 자본주의 소유 구조, 그리고 러시아 정교회와 평생에 걸쳐 간단없이 가열차게 싸웠다.
애국․민족의 시대에 톨스토이는 왜 탈국가, 탈민족을 부르짖었는가?
뿐만 아니라, 그는 애국심과 민족주의를 전쟁이라는 최고의 악을 초래하는 근원으로 매섭게 질타했다. 그의 저 유명한 ‘러일전쟁 비전(非戰) 팜플렛’은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다. 자연히 톨스토이는 보수 극우세력은 물론, 민족주의자나 자유주의자, 사회주의자 모두와 불화했을 뿐 아니라, 당대 국제 평화주의자들에게조차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
제국주의 열강, 피식민국가 할 것 없이 온 세계가 애국주의, 민족주의의 열기에 휩싸여 있던 당시, 오히려 탈국가, 탈민족에서 평화의 길을 찾은 톨스토이의 혜안은 초국가와 탈경계가 대세가 된 21세기의 우리들에게 어떤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절대 평화주의자 톨스토이, 그 위험한 매력...
톨스토이의 유토피아는 국가로 대표되는 모든 제도화된 폭력의 거부 위에, 나아가 정당방위로서의 개별적 폭력조차 허용하지 않는 견결한 비폭력주의에 기반한다. 이러한 절대적 평화주의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 무엇보다 전투적이고, 따라서 불온한 평화주의로, 안전한 이상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가난하고 힘없는 농민을 제외하고 자신을 둘러 싼 거의 모두와 싸워야 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톨스토이, 성자와 전사 사이...
성자 톨스토이와 전사 톨스토이. 진실은 어느 한 쪽에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에게 익숙한 성자 톨스토이는, 평화를 위해 말 그대로 ‘비타협적’으로 싸웠던 톨스토이, 저항자 톨스토이에 대한 이야기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그 이야기의 출발점은 톨스토이의 지난한 투쟁이 발원하는 지점, 바로 그의 평화사상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평화’를 키워드로 성자이자 전사인 톨스토이를 깊이 파헤치는 동시에, 그 사상이 근대 (동)아시에 미친 심오한 영향을 파헤친다.
■ 차 례
Ⅰ부 지금 왜 톨스토이인가
Ⅱ부 톨스토이와 평화 : 성자와 전사 사이
제1장 참회와 파문
제2장 반국가와 탈애국
제3장 톨스토이와 세계평화
제4장 The Last Station : 위대한 고통의 인간
Ⅲ부 톨스토이와 아시아 평화
제1장 톨스토이와 인도
제2장 톨스토이와 중국
제3장 톨스토이와 일본
제4장 톨스토이와 한국
Ⅳ부 두 톨스토이의 만남 : 성자와 전사
■ 책 속에서
노벨상이 톨스토이를 끝내 포용하지 못한 것도 얼핏 수긍이 간다. 당시 서유럽은 평화 보장의 기본 단위로 국민국가를 상정하고, 평화의 국제법적 기초를 국가 간 관계 속에 마련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었다. 노벨상은 당대 이러한 국제 평화의 기조에 적극 호응할 뿐 아니라, 이를 선도하는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톨스토이의 가차 없는 국가 부정, 그 토대인 사유(私有)의 부정 등은 지나치게 과격하고 급진적인 것, 다시 말해 ‘건전한 이상주의’의 틀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 본문 11~12쪽
톨스토이가 ‘이단 중의 이단’이자 ‘러시아 사회를 파괴할 극도로 불온한 인물’로 파문당한 진짜 이유는 예수의 신성과 부활, 내세 등을 믿지 않고, 성찬이나 고해 등을 거부한 때문만은 아니다. 톨스토이가 교리나 형식상의 파격을 요구했던 이유는 단 하나, 그런 단순화와 절제를 통해서만 누구나 이해 가능하고 실천 가능한 예수의 가르침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럼 이렇게 쉽고 간명한 예수의 가르침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톨스토이는 국가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국가를 교회가 정당화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렇게 톨스토이의 반교회론은 반국가론과 연결된다. 본문 47쪽
...이 마지막 열흘이 톨스토이라는 신화를 완성한다. 82살에 가출이라니. 불과 열흘 사이 ‘가출-발병-죽음’으로 숨 돌릴 새 없이 이어진 이 극적인 사건은 파란만장했던 톨스토이의 인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이 역 앞에 장사진을 치고, 전국에서 몰려온 추종자들이 웅성거리고, 그 와중에 48년을 함께 산 부인은 죽어가는 남편의 임종을 허락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이 난리법석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톨스토이의 마지막에 더 없이 어울리는 장면이다. 평생 사랑을 설교했고, 늘 평화를 소원했던 톨스토이는 한때 더없이 사랑했던 아내와의 불화로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 역설은 성자 톨스토이와 전사 톨스토이의 간극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 본문 113쪽
그의 탈국가 사상을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한 천재의 혜안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단순히 혜안을 넘어 그것을 그 시대의 대안적 문법으로 기입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윤리적 결단’이 되고 만다. 누구도 감히 저항할 수 없는 강고한 국가주의, 애국주의, 민족주의의 흐름 속에 홀로 반국가, 반애국, 탈민족을 외치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일을 감행하는 것,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 양자 모두 도저한 윤리적 결단이다. 헤아릴 수 없는 논란과 의혹과 박해 속에서, 무엇보다 고통 속에서, 톨스토이는 둘을 모두 해냈다. 그럼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에게 탈국가, 탈민족은 현상의 인식인가, 윤리적 결단인가. - 본문 216쪽
■ 저자 소개 _ 이문영
서울대학교 약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노어노문학과에서 석사를, 모스크바국립대학에서 바흐찐(M. Bakhtin)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평화연구소, 국민대 유라시아연구소,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등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했고, 현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Nostalgia as a Feature of ‘Glocalization’: Use of the Past in Post-Soviet Russia”, “형제국가들의 역사전쟁: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의 기원”, “탈경계 시대 동아시아 평화와 러시아 극동에 대한 상상력” 등 다수의 논문,『현대 러시아 사회와 대중문화』,『평화인문학이란 무엇인가』(공저),『폭력이란 무엇인가: 기원과 구조』(공저) 등의 책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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