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복지' 없이는 '인간복지'도 없다
[서평] 농부작가 전희식의 <소농은 혁명이다>
통계에 따르면 1970년대 농업인구가 1500만 명이었다. 2000년도에는 400만을 겨우 넘기더니 현재 250만 정도이다. 어느 정부나 경쟁력 있는 농업을 외쳤지만 농업, 농촌, 농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져 가고 있다.
농업의 현대화는 일부 부농만을 확대했고, 농업은 사양사업이 돼 가고 있다. 농업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바로 농촌을 순환하는 삶, 자급자족, 공동체적 삶 그리고 자연친화적 생태와 영성을 살리는 것이 대안이라고 강조한 책이 나왔다.
농민단체, 생명평화단체, 채식과 명상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희식 농부가 쓴 <소농은 혁명이다>(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2016년 5월)는 자연의 섭리를 잘 익히면서 그에 따르는 농사가 '소농'이라고 강조한다. 농사의 본래 행위와 뜻을 되새기면서 농업이 가진 공익성과 환경보전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 <소농은 혁명이다>
ⓒ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소농은 혁명이다>는 저자가 쓴 <한국농어민신문> <귀농통문> <대산농업문화> <프레시안> <녹색평론> <모심과 살림> 등의 매체와 강연 내용을 보충해 엮었다.
특히 저자는 농사를 지을 땅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땅복지'라는 말을 꺼낸다. 반값등록금, 정년연장, 남성출산 휴가, 청년일자리, 노인장기요양보험 등은 사람들을 위한 복지이다. 하지만 '땅복지' 없는 '인간복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땅에 대한 확대와 고문, 공격을 당장 그치지 않으면 '인간복지'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불행은 땅을 떠나면서 시작됐고, 땅과 멀어진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현대문명병이라는 질환을 앓은 환자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람복지의 모든 대상들을 살펴보면, 땅을 파괴하고 오염시킨 데서 문제가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육아, 교육, 건강, 농업, 사람의 심성, 식품, 청소년문제, 자연재해, 노인문제가 땅의 소유제도나 땅의 훼손에서 비롯되지 않는 게 있는가. 땅의 복수라고 할 수 없겠는가." - 본문 중에서.
땅복지를 위해서는 땅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나 물, 하늘을 사유화할 수 없는 상식과 견주어 생각하면 수긍을 할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자연재배 또는 유기재배에 대한 특단의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땅을 살리는 쪽으로 가는 '땅복지' 농민운동으로 가야한다고.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농민기본소득제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국민들도 어렵지만 농민들은 고사 직전이라는 것이다. 농민기본소득제 도입은 부의 공평화, 소득구조의 정의, 새로운 부가 소득을 향해 불나방처럼 몰려다니는 투기자본의 방제, 정의롭게 평화로운 사회건설이라는 거시적 안목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스위스는 이미 농민 총소득 60% 이상이 직불금이고, 산비탈이나 박토 등 농사짓기가 어려운 한계 농지의 경우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직불금이 95%이니, 농민 기본소득제가 실현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농민기본소득제를 실시할 때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염두에 둬야하는 것은 기본이다. 공장식 축산이나 산업화된 농산물 생산 시설 등 이산화탄소 배출이 과도한 부문에서는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저자는 소농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자연의 설비를 잘 익히고 그에 따르는 농사가 소농이다. 소농은 농사 규모라가보다 농사법에 가깝다. 농사법이라고 하기 보다는 삶 전체의 개벽을 암시하고 있다. 감자밭에 드문드문 울콩을 심어 공기 중의 질소를 끌어와서 거름을 삼게 한다. 가뭄이 오래되어도 식물 뿌리에 바로 물을 주지 않고 멀찍이 물을 줘서 뿌리가 스스로 물기를 찾아 뻗어 나오게 한다. 더디 자라지만 그래야 건강한 농산물이 된다. 고추 모종을 심을 때는 이삼 일 그늘진 곳에 물을 주지 않고 놔두었다가 고추 모종의 모든 에너지가 물을 찾아 뿌리로 집중하게 한 뒤에 밭에 다 옮겨 심고, 고추 심은 지 한 달 동안은 지지대에 묶어 주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바로 서도록 하는 게 소농의 농사법이다." - 본문 중에서
천도교 경전 <천지부모> 편에서 해월 최시형 선생은 '우리가 태어나 어릴 적에는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라고, 자라서는 오곡을 먹고 사는데 이것이 천지부모의 젖'이라고 했다.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머니의 젖과 같다는 의미를 강조한 말이다.
기후변화, 환경 분쟁, 땅복지, 농민기본소득제, 자급자족, 노인 문제, 지엠오(GMO), 노인요양원, 환경위기와 에너지, 귀농 귀촌, 자립농업, 소농 등 농촌 농업 농민과 관련한 저자의 대안적 글들이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이 책은 ▲먹을거리는 최신 전자기기보다 소중하다 ▲소농은 새로운 문명운동이다 ▲도시문제 해결법, 농촌에 있다 ▲변화는 새로움을 추구할 때 찾아온다 등으로 구성했다.
글 쓰는 농부로 알려진 저자 전희식은 전북 완주를 거쳐 장수에서 22년째 자연재배 농사를 짓고 있다. 저서로 <똥꽃>(2008년, 그물코), <땅살림 시골살이>(2011년, 삶이보이는 창>, <시골집 고쳐살기>(2011년 들녘), <이름다운 후회>(2012년 자리), <하늘이의 시골일기>(2013년, 그레이트북스) 등이 있다.
출처 : 2016.12.20 오마이뉴스 김철관 ☞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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