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지역에서 본 세상」에 『소농은 혁명이다』 서평이 실렸습니다.(원문 기사 보기)
겨울엔 삼겹살 상추쌈 먹지 말라는 전희식
지역에서 본 세상 2017.07.18 07:00
<소농은 혁명이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똥꽃’ 농부 전희식이 꿈꾸는 희망농촌>이 부제로 붙어 있다. 세상을 보는 상식을 뒤집어 주었다.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해 주었다. 새로운 관점과 가치관도 일러주었다.
어쨌거나 지은이 전희식 선배가 얼마나 대담하고 웅장한지 이번에 좀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내용을 모두 소개할 능력은 내게 없다. 다만 읽는 도중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끌렸던 대목을 드문드문 적어보겠다.
1. 처음부터 현실이었던 현실은 없다
“상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모든 현실은 상상에서 시작된다. 꿈같은 상상이 현실화되어 온 것이 문명의 역사다. 논리적 타당성과 역사적 정당성이 있으면 상상은 현실화될 수 있다. 여기에 세계사적 보편성까지 있다면 말이다.”(68쪽)
2. 120년 전 농민들은 자기 문제로 징징대지 않았다
“농민투쟁 역시 이중적이었다. 중앙 단위에서는 수입 농산물 농정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하면서도 지역의 농협 매장에서는 수입 농산물이 넘쳐나는 문제에 문제 제기나 저항이 없었다. 한·미 에프티에이(FTA)를 반대한다면서도 사료나 농자재가 초국적 자본에 종속되는 우리의 축산과 농법에 대해서는 문제 인식이 없다.”(34쪽)
“상위 1%의 소득 집중도가 2006년의 경우 16.6%라고 했다. 오이시디(OECD) 주요 19개국 평균 9.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한 농민 계층 내 소득 불균형도 심각한 수준이다. 놀라지 마시라. <한국농어민신문> ‘농업마당’에 실린 장상환 선생 분석에 따르면, 2010년 118만 호 농가의 상위 1.4% 농가의 소득은 전체 농업소득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확대일로의 도농 소득격차에다 농업 내 소득 격차가 이 정도라니 끔찍한 수준이다.”(62쪽)
“축산단체들의 행태도 답답하다. 전교조는 참교육을 말한다. 민변은 민주주의 사회를 말하고,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베트남에 가서 한국군의 학살을 사죄하며 무료진료를 한다. 다들 사회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 자기 밥그릇을 덜고 있다.
우리 농민은 왜 이러지 못하고 만날 징징대기만 할까? 지난번 구제역 사태 때 이 땅의 모든 평민들의 차량들이 차단 장치 앞에서 석회 가루를 뒤집어써야 할 때 축산단체에서 왜 최소한의 유감 성명이라도 한 장 내지 못했을까?
구제역으로 그 많은 세금이 축날 때 머리 숙이고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를 왜 못할까 싶었다. 특히 고기를 안 먹는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면 얼마나 좋을까? 도리어 보상을 현실화하라고 노숙 농성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참 답답했다. 살처분 당시의 시세와 재입식 때의 시세가 다르다며 차라리 소를 내놓으라고 농성을 하는 것은 딱한 모습이었다.
120년 전 이 땅의 농민들은 그렇지 않았다. ‘보국안민(輔國安民)’을 내걸었다. 자기 밥그릇을 좀 덜어 내는 정도가 아니라 목을 내걸고 나라와 백성을 구하고자 했다.”(112쪽)
3. 겨울철 파란 잎채소는 발암물질을 만든다
“새파란 겨울 채소를 절대 먹지 말라고 경고한다. 채소와 과일과 견과류는 건강의 기본인데 채소를 먹지 말라니? 싱싱하다 못해 퍼런 상추가 겨울 식당에 삼겹살과 함께 오르기 일쑤다.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뭘까?
질소 과다 식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발암물질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색이 진하고 윤기가 나며 보기도 좋은 이런 엽채류들은 질소비료를 액상 상태로 줘서 키운 비닐하우스 출신이다. 이게 침과 섞이면 아질산염(NO2, 질산태질소)로 바뀌고 몸 속에서는 메트헤모글로빈이라는 효소로 변하는데, 이는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없애 버린다. 그래서 산소결핍증이 생긴다.
채소를 먹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경쟁력 중심의 농업, 생산성 중심의 소득 증대 농업이 저지른 자살골들이다. 회식 때 이런 질소 성분 많은 채소와 삼겹살을 먹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다.
채소류의 질소 함량이 500피피엠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비닐하우스 겨울채소들은 2,000~6,000피피엠을 웃돈다는 보고가 있다. 10,000피피엠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건 짐승도 못 먹는 폐기 대상이지만 버젓이 밥상에 오른다.”(150~151쪽)
“서울 근교농업의 경우에는 땅이 비싸니까 1년에 작물을 최대 27번 생산합니다. 옛날에는 2모작을 했지요? 모를 심고 가을에는 밀, 보리, 마늘, 양파 이런 걸 심습니다. 근데 27모작을 한다고 합니다. 보름에 한 번씩 빼내는 겁니다. 1년에 27번을 빼 먹으니 그 땅이 견뎌낼까요?
속성재배를 하다 보니 독이 되는 겁니다. 채소를 먹을 때는 짙푸른 초록색 채소는 절대 먹으면 안 됩니다. 겨울철에는 100% 질소 과다입니다. 질소는 우리 몸에 들어가면 아질산태질소라는 것으로 바뀌어서, 고기나 생선에 포함된 단백질과 결합하여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듭니다.
메트헤모글로빈이 생겨 혈액의 산소 함유량을 급격히 떨어뜨립니다. 동물성 지방과 결합이 되면 바로 헤모그로빈을 파괴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계절을 거스르는 짙푸른 채소에 고기를 먹을 게 아니라 저장 음식, 시래기, 된장, 김치 같은 것을 먹어야 합니다.”(211~212쪽)
4. 농민들은 자생력이 절실하다
“감자밭에 드문드문 올콩을 심어 공기 중의 질소를 끌어와서 거름을 삼게 한다. 가뭄이 오래되어도 식물 뿌리에 바로 물을 주지 않고 멀찍이 물을 줘서 뿌리가 스스로 물기를 찾아 뻗어 나오게 한다. 더디 자라지만 그래야 건강한 농산물이 된다.고추 모종을 옮겨 심을 때는 이삼 일 그늘진 곳에 물도 주지 않고 놔두었다가 고추 모종의 모든 에너지가 물을 찾아 뿌리로 집중하게 한 뒤 밭에다 옮겨 심고, 고추 심은 지 한 달 동안은 지지대에 묶어 주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바로 서도록 하는 게 소농의 농사법이다.
풀을 매기보다는 남은 상추 씨앗이나 호밀을 골에 뿌려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지면서 잡초가 번성하지 않게 하는 식생 과학이 소농에 접목된다.”(158~159쪽)
“이제 농민운동은 자생, 자강 운동을 벌여야 할 때라고 본다. …… 농민단체의 명백한 정치 과잉이다. 중요한 것이 빠졌다고 본다. 현재 우리 농민들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자생력이다. 자력갱생의 완강한 의지가 절실하다.
국가권력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으리라는 각오로 우리 농민운동이 스스로 살리고 스스로 다스리면서 스스로 튼튼해지는 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라고 본다. 강하게 요구하고 맹렬하게 규탄하면 뭔가 해결되던 시대는 끝났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96쪽)
5. 삼겹살 안 먹는 것이 탈핵이다
“사시사철 농사를 지으려고 하니까 농자재도 석유화학제품 일색이고, 겨울철에는 난방이 필요합니다. 엄청난 석유화학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요즘은 겨울에도 딸기를 먹습니다. 사실은 석유를 먹는 겁니다. 흔히들 ‘핵발전소는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겨울에 딸기를 먹는다? 그건 이율배반입니다. 탈핵 운동하는 사람은 겨울에 딸기, 삼겹살 이런 거 먹으면 안 됩니다. 사료 먹여 밀집축산으로 키우니까 비계가 많습니다. 그게 삼겹살인데, 옛날 자연 상태의 가축들은 껍질과 살뿐, 비계가 별로 없었습니다. 삼겹살 안 먹는 게 탈핵입니다.”(216쪽)
2016년 5월 25일 초판 발행. 펴낸곳 :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294쪽. 1만3000원.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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