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 ‘혁명’으로 다시 미래를 꿈꾼다
소설을 쓰는 일은 그 자체로 고통이었다.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해 이가 빠질 정도로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옥고를 털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평생을 바쳐 연구해온 동학의 이로운 사상과 정신을 더 늦기전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는 무거운 의무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던 까닭이다.
그동안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논문과 소설, 연구서 등이 세상에 많이 쏟아졌던 만큼 “꼭 집필을 해야하는가”라고 자문자답을 하기도 수십번. 소설의 제목을 짓는 일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전설의 혁명’, ‘대혁명’, ‘동학혁명’등 여러 가지 이름들을 들어다 놨다 했으나, 최종적으로 낙점된 제목은 거두절미하고 ‘혁명’이다.
이윤영 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 관장이 장편역사소설 ‘혁명(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1만3,000원)’을 펴냈다.
이 소설은 저자가 다년간 동학혁명사를 강의해 온 이력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동학혁명의 의의를 실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다.
11일 동학혁명기념관에서 만난 이 관장은 “소설 집필을 위해 답사와 자료 수집을 거쳐 초고를 완성하고 수정과 교정, 교열 등에 이르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면서 “거의 외부활동은 하지 못하고 소설 집필에 매달렸다”고 회고했다. 어디 2년 뿐일까. 사실, 30년의 세월을 잇대어 세상에 토해낼 수 있었던 소설이지 않던가.
‘혁명’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와 상상력에 기반한 소설 형식을 오가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숨겨진 인물을 재조명하고 있어 이 소설을 읽는 묘미가 크다.
이 관장은 대중에 친숙한 전봉준 외에도 동학과 관련된 인물로 의암 손병희, 김구의 역할을 부각시키는데 신경을 썼다.
또 장흥을 중심으로 동학농민군을 지휘한 여성 이소사 접주에게도 숨을 불어넣고 있다. 이소사는 장흥 최후전투에 나오는 혁명적인 인물이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전주성 전투에도 등장시켜 극적인 효과를 드러냈다. 전봉준과 함께 교수형으로 처형된 성두환과 완산전투에서 선봉장으로 앞장 선 소년 이복룡의 이름도 뜨겁게 불러내고 있다.
이 관장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존 인물들이지만, 구체적인 스토리의 전개 장면에서는 역사 자료의 재현에 머물지 않고 상상과 비사, 전설, 미담 등을 적극 활용해 스토리를 최대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으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존의 역사와 필자의 소설 담론 사이의 차이와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곳곳에 설명을 배치한 저자의 친절함이 뭍어나기 때문이다.
역사를 역사에 가두지 않고, 현실로 불러내 대중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 저자의 고민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관장은 당시의 언어를 상당 부분 현대 언어로 대체해 매끄러운 독서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소설 속 인물들이 겪게 되는 상황을 대화체로 술술 읽히도록 써내려가고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치 영화나 TV사극을 보는 것처럼 한 장면, 한 장면을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울한 시대처럼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달려와 시대가 요구했던 정신, ‘혁명’은 2주갑을 돌고 돌아 또 다시 운명처럼 우리의 가슴 속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당시 인물들의 사상과 원대한 꿈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강물과 바다처럼 넓어지고 있다. 한 편의 소설을 마주한 지금,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여전히 뜨겁다.
김제 출생으로 30여 년간 천도교 관련 단체, 동학혁명 관련 단체에서 임원을 역임했으며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연구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전북도민일보와 글벗, 신인간 등 다양한 매체에 1백여 편을 기고했다. 지난 2015년 펴낸 동학비사 ‘만고풍상 겪은 손’은 그해 가을 경주와 이듬해 봄 서울에서 권호성 감독의 연출로 극단 ‘모시는사람들’에 의해 뮤지컬로 공연된 바 있다. 현재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동학혁명(백주년)기념관 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출처 : 2018.04.12 전북도민일보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9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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