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농사짓기’ 북토크 후기
박수복_ 비영리재단 동화놀이터 대표
* 이 글은 개벽신문 84호(2019년 5월 15일 발행)에 게재되었습니다.
4월 21일 일욜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마음 농사짓기(농부 전희식의 나를 알아채는 시간)’ 저자인 전희식 선생님의 북토크가 있다고 한다. 어렵게 시간 내서 일찍 도착한 나는 서점의 신간들을 둘러보고 북토크 장소로 갔다. 유튜브 생중계를 함께 하는 토크였던지 카메라 몇 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전희식 선생님 옆에는 윤덕현 다큐멘터리 PD도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도착하지 않아서 조금 시간을 지체하다 이내 시작된 북토크. 윤덕현 PD가 질문하고 전희식 선생님의 대답으로 진행되었다. 분위기는 북적거리지 않아 차분했고, 전희식 선생님의 어조가 나지막해서 조금은 지루한 듯한, 그동안 내가 참여했던 저자와의 토크들과는 좀 달랐던, 담담하고 평화로운 북토크였다.
전희식 선생님은 이 자리에 오시는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오실까 생각해봤다고 한다. 책을 가까이 두고,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읽고자 하는 분들이 오시지 않았을까 라고 말하며 북토크에서 나누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했다. 머리는 복잡하고 가슴은 요란스럽고 발길은 가야할 곳이 교차하는 분주한 일상, 그런 삶속에서 내 마음은 어떠한지, 자신의 마음 밭을 생생하게 들여다보며 자기를 발견해보는 그런 시간이 되었음 한다고, 자신은 마음가꾸기, 마음돌보기, 마음공부를 거론하기에 충분하지 않음도 표현했다.
전희식 선생님의 저서가 10권이나 된다고 윤덕현 PD가 책을 많이 낸 사연을 물었다. 전희식 선생님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과 그때의 사건들이 흘러가는 게 아까워 늘 주머니에 수첩을 넣고 다니며 메모했다고 한다. 요즘은 스마트 폰 메모기능을 활용하고 중요한 순간은 사진으로 남긴 후 자기 전 정리를 하는 습관이 생활화 되었다고 한다. 굳이 책을 내기 위해 주제를 생각하고 글을 쓴 게 아니라 본인의 삶을 적고 엮다보니 10권이나 되었다고 한다.
전희식 선생님의 글이 눈에 보이듯 생동감 있는 것은 저자가 직접 겪고 자빠지고 다시 일어나는, 그때그때 느끼는 생각과 감성을 놓치지 않은 부지런함이지 않았을까.
본격적인 책 내용 질문들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는 ‘나를 알아채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생각과 마음이 자신을 장악하고 매순간 갈팡질팡하는 현대인의 과제를 마음농사와 연결시켜본다는 내용이었다.
전희식 선생님은 명상수련에 가서 명상에 집중 못하고 폭우로 인한 집 뒷밭의 축대와 개 두 마리 걱정에 명상공부를 망치게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책을 들여다보니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갈망하고 혐오하면서 삶을 채우고 있지 않나 싶다, 세상 걱정도 따지고 보면 내가 만들어서 하는 놀이, 세상은 나 없이도 멀쩡’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 내용에 백번 공감하며 오래전 대학입시에 낙방하고 죽고싶을만큼 좌절했을 때, 다음날 세상은 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멀쩡했었던 기억이 퍼뜩 스쳤었다. 그 순간 Skeeter Davis 의 The end of the world가 떠오르는 건 뭔지. ‘세상은 나 없이도 멀쩡’이라는 말에 오만 생각들이 오버랩 되었었다. ‘자기 마음은 실제하는 사실과는 명확히 분리된 실체다. 존재하는 실체와 내마음은 구분해서 관리 대상이 돼야하고 관리될 수 있다.‘며 전희식 선생님은 이 내용을 마음공부의 핵심어로 여기게 되었다고 했다. 뭔소리인지 들으면서도 생각을 모아야했다. 나에게 놓여진 현실과 마음을 분리하여 나스스로를 조절해야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나는 그 말들이 이해는 가지만 내 입장에선 그게 쉽게 안된다는 걸 알기에 마음공부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좀 더 생각해보기 위해 중요하거나 모호한 것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집중하기 위해선 오감에 집중하거나 그 오감 중에 감각하나에 집중한다고 했다. 감각에 집중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두 번째 질문은 ‘나에 대한 믿음의 과잉사태’였다.
‘믿음의 배신, 내 신뢰에 대한 배반’에 대한 저자의 경험담을 들으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경험했던지… 공감 공감 또 공감^^
‘판단에 대한 신념, 그 판단에 메인다는 것과 그 판단을 잘하는 건 별개’라고 한다. 판단을 잘하려면 맑은 지성과 합리적인 논리로 판단하고 결정을 하되, 그 판단의 포로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 판단의 포로가 되는 순간 많은 재앙이 온다고도 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최근의 내 지인들이 떠올랐다. 자신이 내린 판단이 잘 못된걸 알면서도 모순됨을 우겨대는 그들은 판단의 포로가 된 걸까? 그럼 나는 내 판단에 대해 신뢰하는가를 생각해보며 과연 얼만큼 합리적이었는지 그 깊이에 골똘해지기까지 했다.
‘정확한 판단을 하는 능력을 키우고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 잘못된 것을 알아챌 때 마음을 열고 징후와 지적을 흡수해야한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라고 한다. 암만요~~~~끄덕끄덕.
그 사이 청중 한 분의 ‘마음이 무엇이냐’는 철학적인 질문도 있었다. 그또한 생각을 하게 하는 질문이었다.
세 번째 질문은 ‘단순하게 살기와 잡동사니’에 대한 것들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미련, 상처, 바람 등이 정제되어 있지않고 쌓여있는 것을 봤다는 전희식 선생님의 말. 배를 비우면(창자를 비우면) 마음이 비어진다고 했듯, 정리정돈은 버리기라고 한다. 지금 나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들이 짐정리에 대한 것들이었다. 올 년 초에 이사를 세 번이나 하는 바람에 내 작업실에는 그 미련 등으로 포화상태다. 언젠간 다시 수업할 것 같아 버리지 못했던 학습도구와 재료들, 돌아가신 아버지의 저서들, 요양원 입소로 버리지 못한 시어머니의 잡동사니들, 요양병원 입원으로 언니들과 나눠 보관하는 친정엄마의 소품들, 딸아이의 어릴 적 일기들과 그림스케치북들, 이 많은 미련들 속에 에워싸여 그 속에서 단순하게 살려는 의지를 요즘 불태우고 있다. 나, 과연 단순하게 살 수 있을까?
네 번째 질문은 ‘술과 헤어진 뒤’는 중독적인 걸 끊는 것에 대해 썼다고 한다.
일도양단은 가혹하지만 습관은 무서운 거라 점진적으로는 안되기에 단칼에 끊어야 한다고 한다. 대신 대체제를 준비해서 대체제의 맛을 보게 하는 것이 일도양단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커피와 빵을 어떻게 끊어야 하나,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보이차와 두부로? 단칼. ㅠㅠ
네 번째 질문인 ‘내가 만든 송곳 하나’에서는 다른 에너지는 쓸수록 줄어들지만(작아진다) 몸 에너지는 쓸수록 많아진다며, ‘몸 에너지’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이 ‘몸 에너지’를 너무나도 많이 써서 몸져눕길 여러 번 하는 난 뭐지? 그런데도 비만인 난 뭘까? 집안일을 하기 위해 힘을 내야겠다고 무조건 먹어두는 나의 식습관이 떠오르며, ‘아. 위를 안비워서 그런가?’ 이때부터는 책 속의 이야기들이 내 생활과 연결되어 나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날 알아채가고 있는 건가?
그 사이 청중 한 분이 전희식 선생님의 이런 ‘내가 만든 송곳 하나’ 체험을 프로그램화해서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는데 동감했다. 송곳이 아니더라도 도시에서 전원으로 체험하러 간다는 것은 그 어느 해외여행보다 값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그 외 ‘감동은 어디에서 오는가’와 전작 ‘소농은 혁명이다’ 의 내용과 연결한 삶의 태도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윤덕현 PD가 준비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을 하면서 전희식 선생님은 스스로 자신의 생각들이 다시 한 번 정리가 되었다고 한다.
끝으로 자기와의 다툼, 대립, 자기의 가래, 자기의 갈망이 성취되지 않아서 일어나는 다툼, 자기의 혐오, 거부하는 것이 사라지지 않아서 일어나는 다툼, 그런 모든 것들에 대한 경계가 보일 때마다 그 경계를 벗어나는 큰 성취가 있으시길, 그래서 사회에 이웃에 기탄없이 나누어 베푸시길… 마음농사꾼이 되는데 성취되시길 바란다며 마무리를 했다.
두 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통해 들은 단어들, 마음공부, 마음살림, 마음관리, 마음농사, 마음가꾸기, 마음 살리기, 마음 밭… 온통 마음 들였다.
아직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북토크 감상을 ‘마음’ 이행시로 대신할까 한다.
마. 마구마구 얽히고설킨 제 마음들을
음. 음악 들으며 명상하듯 잘 농사짓겠습니다. 북토크 감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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