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의 징후 2020
개벽의 눈으로 대전환의 논점을 읽는다
■ 이 책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갈림길에서 대전환을 요구받는 오늘날 개벽(전환)의 눈으로 개벽의 징후를 발견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자는 의도로 출발한 새로운 시각의 트렌드 분석서이다. 사회 각 분야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거대한 변혁을 지시하는 징조와 곧 도래할 대전환의 예후를 ‘개벽’이란 감수성의 틀로 읽고 생각할 수 있는 논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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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역병의 시대는 예견되었다
2013년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월드워 Z>는 순식간에 전 세계를 뒤덮은 좀비 역병 속에서 살아남는 인류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채 10년이 되기도 전에 영화적 상상력은 생생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수많은 좀비 영화들이 있었지만, 큰 틀은 <월드워 Z>와 다르지 않다. 창궐하는 역병(좀비화)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과 그 가족은 살아남아, ‘이후 세계’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수억 명의 인류가 비극적인 최후 아닌 최후를 맞이한 다음의 일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코로나-19는 그런 점에서 이미 오래전에 예견된 미래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즈음하여 대한민국의 위상은 단군 이래 최초라 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홍익인간 재세이화 이념·이상의 실천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국민과 그 국민의 뜻을 받든 정부가,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등에서 겪었던 뼈저린 실패의 교훈을 저버리지 않고, 묵묵히 준비해 온 사회적 시스템이 위기 국면에서 적절하게 발휘된 결과이다.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은 누가 뭐라고 해도 촛불혁명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우리가 거둔 승리 덕분에 위기에서 가동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 기반을 획득한 것이다. 현 정부는 ‘조국정국’ 국면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촛불혁명정부’가 아니라고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바로 현재의 사회적 시스템이야말로 '촛불혁명정부'이고 그 '촛불혁명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다름 아닌 ‘문재인정부’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로나-19는 지금 인류 사회가 맞이한 새로운 시대의 징조이며 전조일 뿐이다.
다시 역병의 시대를 예견한다
코로나-19에서 눈을 들어 지금 우리 곁에 와 있는 대전환, 즉 개벽의 징후를 읽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번 코로나-19를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정부’가 최선에 가까운 차선의 결과로 방어할 수 있는 까닭은 신속한 진단 시스템 가동,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유,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등이 꼽힌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이번 한 번은 이러한 방식으로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 파도는 결코 이런 방법으로 지탱하지 못한다. 일본의 3·11재앙 당시, 쓰나미가 ‘충분히’ 높이 쌓았던 재방을 가볍게 넘어 버리던 장면을 떠올려 보라. 우리는 코로나-19보다 열 배, 백 배의 쓰나미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코로나-19로 열리는 새로운 시대, 즉 개벽의 시대는 이 이상의 방식, “인류의 삶의 방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인간이 이러한 새로운 삶의 방식과 체제를 도입하고 가동하기 전까지 코로나-19의 다음 버전은 거의 해마다 전 세계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가 자가격리나 드라이브 스루, 천문학적인 액수의 경기부양책을 동원하는 것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을 터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번 코로나-19가 엄습하기 바로 한두 해 전에 우리를 파멸적인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폭염의 날씨였다. 그 살인적 폭염은 코로나-19 못지않은 살상력을 가동 중이다.
나, 우리, 인간 때문이다
2018년에 폭염으로 인한 국내 공식 사망자는 48명으로 집계되었지만, 폭염의 영향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20배에 달한다는 의견도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살인적 폭염뿐만이 아니라, 생물종 감소로 말미암은 생태계의 교란과 그에 뒤따를 식량난, 그리고 코로나-19 같은 치명적 전염병의 상시적 유행 등 일파만파의 파급효과를 일으키며 인간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그다음의 질병과 재난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 ‘넘어서기’ 위해서는 결국, 이러한 문제를 낳은 인류 삶의 방식 자체를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 시대는 1만 년 전부터 홀로세(Holocene, 現世, 沖積世)로 불러오던 지구 시대 구분을 넘어 지구상의 일개 종(種)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개벽의 징후’로 읽는다. 개벽의 징후는 종말적, 파멸적, 재난적인 징후가 아니라, 그 종말적이며 파멸적이며 재난적인 상황의 이면에 새로운 시대를 지시하고 지향하고 지도하는 긍정적인 징후가 있다는 것에 착안한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를 슬기롭게, 용감하게 극복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것처럼, 인류는 지금 직면한 대재앙의 현실을 극복함으로써, 생명과 평화의 새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 길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선택의 갈림길, 흐름을 읽고 경향을 예측한다
오늘 인류는 스스로가 앞장서서 초래한 지구생태계의 위기가 자기 자신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종의 ‘대멸종’이라는 ‘최후의 위기-최종의 파국’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비관론-생물학적/파국적 종말론과, 아니면 지구상의 생물종이 그동안 숱한 위기를 겪으며 결국은 이를 이겨내고 번식과 번성과 번영을 구가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듯이 새로운 출구와 활로를 찾아 창조적 진화를 이룩해 나갈 것이라는 낙관론-종교학적/개벽적 종말론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류세는 곧 개벽세(開闢世)이다.
종말적 대파국의 징조에 직면한 인류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대전환, 새 길, 개벽을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그 목소리도 커지는 중이다. 반면에 대다수의 인간 군상들은 여전히 눈앞의 이익(利益), 이해(利害), 이론(理論)에 매달려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이 대파국 위기를 앞장서서 공론화하고 공공화하고 공진화할 책임이 있는 지도자나 세계의 선진제국(先進諸國), 그리고 지식과 지혜와 지략을 갖춘 사람들은 지금까지 인류가 내달려온 길을 따라 좀 더 빨리 혹은 조금 다르게 달려가는 데 더 많은 관심과 정력과 상상을 동원하는 듯하다.
오늘의 인류가 이룩한 문명적(물질/정신) 성취는 모두 인간의 창조적 상상력의 결실이다. 추위에 얼어 죽지 않는 삶을 상상한 결과가 의(衣)와 주(住) 계열의 인간 문명을 발달시켜 왔고, 좀 더 안전하게, 좀 더 많은, 좀 더 맛있는 먹거리를 상상해 온 결과가 오늘날 수많은 식(食)의 문명을 이룩해 놓았다. 반면 테러와 증오범죄, 빈익빈부익부의 경제구조, 홀로코스트나 인간 생체실험을 감행한 731부대, 7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한국은 자신들의 옛 식민지이거나 제2등 국민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는 ‘아베류’의 일본 군국주의자,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여 위험을 세계화하려는 발상, 온갖 증오 범죄와 님비 현상이나 젠트리피케이션 따위도 모두가 인간이 상상력을 현실화해서 얻은 결과이다.
이 세상을 지옥으로도 천국으로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상상력이라면, 그 기운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용하려 마음먹는 것이 바람직한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지금 인류와 생명계 전체가 직면한 상황이 대파국의 위기이고 보면, 지금이야말로 대파국으로 내달리는 열정을 극적으로 돌이켜 대전환의 에너지로 반전시키는 기획이 필요하다.
‘개벽의 징후’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와 지구촌의 징후들에 귀 기울이고, 그 트렌드를 조망하고, 이것을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자는 프로젝트는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개벽(전환)의 눈으로 개벽의 징후를 발견하고, 새로운 트렌드로 제시한다.”
개벽의 징후를 읽고 또 듣는다는 것은 개벽의 감수성을 틀로 하여 세계와 사회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의제를 제안하는 일이다. 이는 현실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실증주의보다는 트렌드를 기록하고 어젠다를 발신하는 일이 현실을 새롭게 구성한다는 구성주의를 택한다. 이 일은 대전환의 징후를 개벽으로 현실화하기 위해 철학과 사상에서부터 구체적인 일상의 삶에 이르기까지, 개벽의 징후를 해석하고 널리 소개하여 공유하고자 하였다.
이 책의 구체적인 기획은 2019년 봄부터, 구상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주제를 설계하고 전문가를 섭외하고 온전한 그릇에 담아 세상에 내놓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25인이 쓴 글 29편이 주제에 따라 천(天), 지(地), 인(人), 생(生)의 4개 부로 나뉘어 수록됐다.
제1부 천(天, 마음·종교·수양)에서는 창립 30년을 지나 마음살림을 통해 향후 30년을 준비하고 있는 한살림과 향후 종교인과 종교 단체에 대한 예측, 명상의 최근 동향과 본질, 성리학과 가상현실의 접목, 천도교의 개벽과 수행, 춤을 통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재발견, 기독교와 개벽사상에 관한 글들을 다루었다.
제2부 지(地, 생명·평화·환경)에는 을의 혁명, 일본과 중국의 평화공동체, 농민기본소득에 관한 이야기, 또 새롭게 재정의되는 마케팅, 시민운동의 경향, 주역으로 바라본 현재, 생태 위기 속 전환의 지침에 관한 글 8편이 실렸다.
제3부 인(人, 정치·경제·사회)에는 개벽학파의 시작과 현대적 계승, 개벽적 사고의 통일 방안, 개벽 공동체 마을, 정치제도의 변화 예측, 농촌 정책의 변화, 남북 경제 개혁의 흐름에 관한 6편의 글이,
제4부 생(生, 인간·문화·생활)에는 미디어와 저널리즘의 개벽, 개벽마을 구상, 출판의 흐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청년 세대, 기초공동체로의 마을, 민주 시민 교육 운동, 진짜처럼 들리게 하는 사운드 신기술, 현대 개벽파의 움직임에 관한 8편의 글이 수록됐다.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고,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굳이 그것을 개벽이라는 말로 지칭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런 흐름 가운데 놓여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변화는 슬프게도 오늘 당장 더 잘 먹고 잘사는 것에 관한 것들이다. 그보다는 먼―그렇지만 아주 멀지는 않은―내일의 변화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오늘이다. 『개벽의 징후 2020』에서 그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책을 세상에 던진 이유다.
■ 차례
제1부 天: 마음·종교·수양
한살림 마음살림과 질문의 전환 / 주요섭
개벽의 시대, 종교의 미래를 생각하다 / 유정길
새로운 시대의 명상 수행 / 김용휘
퇴계의 성학십도, 가상현실(VR)과 만나다 / 이원진
동학, 천도교의 개벽 / 심국보
몸짓으로 풀어낸 ‘여성성’에 대한 고민, 마음 개벽으로부터 문명 개벽까지 / 송지용
기독교와 개벽: 하늘신학을 향하여 / 손원영
제2부 地: 생명·평화·환경
적폐청산(積幣淸算) 재조산하(在造山河) / 고은광순
개벽의 케리그마, 동아시아에서 유라시아로 울려 퍼지다 - 일본편 / 김유익
개벽의 케리그마, 동아시아에서 유라시아로 울려 퍼지다 - 중국편 / 김유익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환경 보전형 농업을 주목하라 / 전희식
비정상적인 마케팅에서 정상적인 마케팅으로의 전환 / 이무열
시민운동의 전환, 시민이 주인되는 시민운동 / 윤창원
초대받지 않은 손님, 코로나 바이러스와 주역 수괘(需卦) / 김재형
전 지구적 생태 위기는 개벽적 전환을 알리는 메시지 / 유정길
제3부 人: 정치·경제·사회
개벽학파의 발견과 계승 / 조성환
회통과 상대를 인정하는 통일로의 전환 / 윤창원
마을에서 개벽을 실현하다 / 유상용
직접민주주의 민회와 새로운 정치 인류의 탄생 / 임진철
농민수당, 다시 농민을 천하의 근본으로 삼다 / 박경철
공유경제로 가는 다시개벽 / 류하
제4부 生: 인간·문화·생활
미디어 개벽의 징후 / 김동민
개벽마을이란 / 강주영
출판, 개벽의 징후의 기미 / 박길수
청년은 각자의 이름으로 온다 / 성민교
다시 마을로 가는 기초공동체 / 황선진
시민주권시대에 민주시민교육 확산! / 서원희
이머시브 사운드, 실감 음향 / 구종회
개벽의 일꾼들과의 대화, 개벽포럼 조성환
■ 책 속으로
한살림 마음살림과 질문의 전환
생각 탐구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물의 존재와 일상적인 개념들에 대해서, 혹은 전제하고 있는 규범들에 대해서 ‘진짜로[really]?’ 하고 의문을 던진다. 자기의 느낌과 지각과 감정과 판단을 의심하고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한다. 우리는 대체로 자기의 반복된 경험과 학습정보를 객관적 실재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소통의 필요성도, 불통의 원인도 사실은 이러한 무의식적 신념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탐구는 그런 생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묻는 것으로 더욱 깊어져야 한다. <18쪽>
개벽의 시대, 종교의 미래를 생각하다
이제까지 종교는 권력과 물질을 장악하고 소유해 온 우상이었다. 중세 시대에는 세속의 절대권력자인 군주 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었고, 산업사회에서는 물질을 우상으로 섬기는 종교였다. 그러나 이 세 번째 개벽에서 종교는 권력과 물질의 모든 우상을 내려놓고 진정 지혜와 자비의 가르침으로서 근본으로 회귀하라는 변화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시대의 명상 수행
결국 깨어난 소수가 희망이다. 그리고 질적 변화를 이룬 나비들의 집단적 연대가 유일한 희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의 수행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식의 진화와 확장이 일어나야 한다. 오늘날의 물질주의를 넘어서 삶이 거룩해지고, 다른 사람과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나아가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특히 물질까지도 거룩하게 대할 수 있는(敬物) 근본적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44쪽>
몸짓으로 풀어낸 ‘여성성’에 대한 고민, 마음 개벽으로부터 문명 개벽까지
나는 남성이지만 내 안에도 이 사회에서 억압받고 상처받은 여성성이 있고, 그것을 치유하여 온전히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의 남성성도 바로 세워 여성성과 서로를 살리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내 안의 남성성을 부정적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인정해 주고 안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이 내 안에서 조화·상생하고 다른 차원으로 넘어서는 것을 느꼈다. <79쪽>
적폐청산(積幣淸算) 재조산하(在造山河)
역사의 많은 시간 동안 ‘아랫것’에 속해 있던 여성의 지위는 연평균 6만 명씩 감별 후 낙태(피살)를 당하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떨어졌다가 호주제 폐지 이후 서서히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가부장적 호주제 폐지 과정에서 가장 많이 쓰였던 생물학적 남성, 여성 간의 ‘양성평등[sexual equality]’이라는 말은 2005년 호주제 폐지 이후 사회적 의미를 포함한 ‘성평등[gender equality]’으로 범위가 확대되었고, 남아 선호라는 말 대신 ‘딸바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95쪽>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환경 보전형 농업을 주목하라
우리나라는 제 땅에서 난 식재료(곡물)가 20% 내외에 불과하지만 한 끼 7~8천 원이면 어디서나 제법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믿음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먹거리는 차고 넘친다. 참 기묘한 현상이다. 식량 안보 불감증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부품·소재 산업 수출 금지 조치가 만약에 우리의 식량 수입국들이 금수 조치를 한 것이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열 명 중에 여덟은 굶어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은 대체재가 없다. <122쪽>
시민운동의 전환, 시민이 주인되는 시민운동
촛불집회를 전후하여 다수의 시민들이 집회 및 시위의 광장에 참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촛불집회 이후에 경향신문의 칼럼에 따르면 어느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시민들이 시민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고 후원하지도 않는다고 언급하며, 최근에는 시민단체의 회원이 충원되지 않아 시민단체가 늙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135쪽>
전 지구적 생태 위기는 개벽적 전환을 알리는 메시지
‘더 높이’의 사회는 위로만 올라가는 것이 성공이라는 가치를 만들었다. 선진국은 앞선 것이며 위에 있는 나라이고, 후진국은 뒤진 나라로 아래에 있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그리하여 앞선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위를 선망하면서도 아래는 무시하며 지배-피지배의 수직적 위계 사회가 된다. 소수의 우월감과 다수의 열등감이 사회를 양극화하며 누군가의 성공은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딛고 만들어진다. <156~157쪽>
개벽학파의 발견과 계승
2018년부터 “21세기판 개벽학파”라고 할 수 있는 일련의 그룹들이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19세기 말~20세기 초의 개벽정신을 되살려서 20세기와 같은 서구 중심주의에서 탈피하여 한국적 상황에 맞는 신문명을 모색해 보자는 데에 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개벽학파’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177쪽>
직접민주주의 민회와 새로운 정치 인류의 탄생
마을공화국은 비록 풀뿌리 단위이지만 구성원들이 개벽의 세계관과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마을적 실천을 하는 지구마을 혁명 의식을 가질 때 생명력을 갖는다. 그렇지 않고 제도와 시스템으로만 접근하는 마을공화국은 국가의 행정 하부 단위로 전락되거나 국가주의에 포획되어 버리게 된다. <199쪽>
농민수당, 다시 농민을 천하의 근본으로 삼다
농업과 농촌을 대하는 유럽의 태도는 현재의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유럽은 농업을 공공재로 여긴다. 그래서 농업과 농촌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기본 직불금에 친환경 농업, 경관 보전 농업, 생물 종 다양성 농업, 마을 공동체 보전 활동 등을 실시하면 추가 직불금을 지급한다. <205쪽>
미디어 개벽의 징후
혹자는 신문의 쇠락이 저널리즘과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걱정한다. 그래서 신문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럴 필요 전혀 없다. 저널리즘의 기능이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인터넷 미디어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사의 추세요 순리다. 미디어가 바뀌면 사람들의 감각과 지각에 변화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사회가 개벽된다. <225쪽>
개벽마을이란
인류가 도구를 발명, 발견하면서 물질개벽은 이루었을지 모르지만 사회제도나 마음은 퇴보했다. 단군 이래 5천 년 역사는 퇴보의 역사이다. 스스로 결정하던 닭울음 소리 함께 듣는 인간적 규모의 공동체를 국가가 대체했다. 함께 쓰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습은 사적 소유로 퇴보했다. 생존의 놀이인 자치·자주 노동은 돈을 받고 파는 상품이 되었다. <229~230쪽>
청년은 각자의 이름으로 온다
지금의 청년들은 바로 이러한 괴리를 느끼고 있다. 나를 부르는 이름들이 내가 아닌 것 같다는, 규정과 존재 사이의 거리를 말이다. 청년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은 남들이 쏟아내는 청년 담론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이름들이 자신을 정확히 호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다. 이름의 고정성, 규정성이 깨어지고 있는 것이다. <257쪽>
시민주권시대에 민주시민교육 확산!
자원이 소수에게 편중되어 독점/과점되지 않고 모든 주권자 시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수 민주시민이 참여하여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나라가 안고 있는 이 시대의 과제다. 자원 배분에 민주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모든 시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결정할 때 현대 민주주의는 그 가치를 인정받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271쪽>
이머시브 사운드, 실감 음향
눈앞에 보이는 현상, 내 손에 쥘 수 있는 증거들이 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감각을 속일 수 있는 기술들은 지금도 발달하고 있다. 사람을 속이려고 만든 기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용도로 사용될 여지는 항상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내가 겪은 것만, 증명할 수 있는 것만 인정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착각일 수 있고 내가 직접 겪은일이 연출된 상황일 수 있고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도 의도를 가지고 편집된 것일 수 있다. <286쪽>
■ 저자
강주영 _ 건축기술사. 세상의 집을 짓지 못하고 돈 받고 파는 상품의 집을 짓고 산다. 가까운 벗들과 세상의 집을 차근차근 짓자고 하는데 궁리에만 머무르고 있다.
고은광순 _ 평화어머니회 상임대표. 학생운동, 여성운동을 했다. 명상공동체마을을 만들기 위해 청산으로 귀촌. 갑오년 무렵 동학본부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여성동학다큐소설 13권 공동 출간. 그 인연으로 ‘동학언니들’을 만들었고, 2015년부터 평화어머니회 활동을 시작했다.
구종회 _ 음향기술감독. 사람의 욕망과 열등감에 관심이 많은 공연음향 기술감독으로 공연 만들기와 이과 감성의 글쓰기를 하고 있다.
김동민 _ 민주화운동기념공원 소장이자 언론학자. 사회과학과 인문학, 자연과학을 두루 학습하면서 21세기의 시대정신으로 부상한 지식의 융합을 반영한 연구와 집필을 해 오고 있다.
김용휘 _ 철학자.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동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의 철학을 모색하고 있다. 군산대 연구교수, 고려대 HK 연구교수, 천도교한울연대 공동대표, 방정환한울학교 상임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도 오로빌에서 공동체를 탐방 중이다.
김유익 _ 和&同 청춘초당 대표. 주로 다른 언어,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부족과 마을을 짝지어 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하며 살고 있는 아저씨. 중국 광저우의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오래된 마을에서 젊은이들이 함께 공부, 노동, 놀이를 통해서 어울리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한다. 여생의 모토는 “시시한 일을 즐겁게 오래하며 살자.”
김재형 _ 인문운동가. 삼생곡서원(三生谷书院)의 동아시아 사상 객원 교수. 보따리 학교를 만들어 해월 선생님의 말씀을 아이들에게 읽어 줬다. ‘농민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강의와 행사를 기획한 공부 운동을 일으켰다. 50살이 되던 해 이후 삶의 역할을 ‘동아시아 인문운동가’로 정한 뒤 중국의 여러 생태 운동가들과 만나고 공부한다.
류하 _ 원주에서 근대문명에 대한 성찰과 영성적 공동체 운동의 방향을 모색하며 살고 있다. (사) 한알마을 이사장 및 생명평화결사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경철 _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사회학 박사를 취득한 후 현재 충남연구원에서 농촌 사회, 지역 사회, 중국 사회 등을 연구하고 있다. 농(農)의 가치회복을 통해 더불어 평등한 사회를 꿈꾸고 있다.
박길수 _ 30여 년 전부터 ‘개벽’을 화두로 살아오고 있다. 주간개벽, 개벽청년, 개벽신문, 개벽하는사람들, 개벽출판 등등. ‘출판(책)’의 본질은 소통과 연결이라고 믿지만 정작 스스로는 그 일에 젬병이고, 그래서 더욱 그 일을 갈구하며 산다.
서원희 _ 경기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경기도내 시군의 민주시민교육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학교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학교자치실현부모연대를 창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성민교 _ 서강대 철학과 석사과정. 미세하고 무한한 긍정주의자. 노자, 장자, 니체, 들뢰즈, 버틀러와 산책한다. 들뢰즈 철학에서 반복과 죽음에 대해 학위논문을 쓰고 있다. 물기 있게 살고 싶다. 다시 말해서, 생생하게.
손원영 _ 서울기독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교수. 예술목회연구원 대표. 한국종교교육학회 이사(부회장). NCCK 신학위원. 현재 예술목회 및 종교평화운동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송지용 _ 원광대학교 대학원 원불교학 전공 석·박사 통합과정. 스스로를 한국사상을 연구하고 춤추는 사람으로 소개한다. 동학에서 원불교로 이어지는 개벽사상을 연구하고, 몸짓 퍼포먼스와 춤명상인 댄스만달라(DAncemandala)를 안내한다. 생태영성 공동체에서 개벽적 세계관을 안내하며 개벽을 살아 내고자 한다.
심국보 _ 천도교 신인간사 편집주간. 1980년 여름 어느 날, 간디의 자서전을 밤새워 읽고 엉뚱하게 ‘동학’을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그 인연으로 동학에 입문하였다. 산청동학농민혁명기념비건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 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상용 _ 강화도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대표, 다음의 인간·사회연구소 대표. 청년 시기부터 개벽적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 오고 있다. 원불교, 에미서리, 야마기시, 스즈카 공동체에서의 생활과 교류를 통하여 체득한 것이 인간 사회의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고 보편적으로 실현되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유정길 _ 불교환경연대 산하 녹색불교연구소 소장. 국민농업포럼 공동대표, 조계종 백년대계위원, 전국귀농운동본부 정책연구소. 지혜공유협동조합 정토회 에코붓다, 한살림 모심과 살림연구소와 마음살림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생태·녹색·전환·개벽 등을 화두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윤창원 _ 민주평통 상임위원,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시민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해 시민운동, 종교 간 대화, 통일과 평화에 대해 연구하고 실천한다.
이무열 _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 이사장. 정상적인 마케팅으로 물질과 영성의 복잡한 관계를 조화롭게 지역과 기업 안에서 설계하고 실천하는 기획자.
이원진 _ 철학박사,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X-미디어센터 전문연구원. 동서양의 개념 비교, 고전(철학전통)과 미래기술(현대시사적 이슈)을 대화시키는 서술과 토론을 통해 한국 사상의 본거지를 마련하는 데 관심이 많다. 현재 ‘성학십도 VR’ 프로젝트에서 성학십도 콘텐츠의 철학적 기획과 VR 스토리텔링을 담당하고 있다.
임진철 _ 환경부사단법인 청미래재단 이사장과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생태마을공동체운동과 직접민주주의 민회, 시민정치, 마을공화국운동에 몸담아 일하고 있다.
전희식 _ 글쓰는 농부. 마음치유농장 대표. 1958년 경상남도 함양에서 태어났다. 도시에 살다가 1994년부터 전라북도 완주, 2006년부터 장수에서 농사짓고 산다. 농민단체와 생명평화단체, 채식과 명상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성환 _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 개벽의 관점에서 한국의 근대사상사를 연구하는 개벽학자로, 『한국 근대의 탄생』과 『개벽파선언』(공저)을 썼고,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와 『공공철학대화』를 번역하였다.
주요섭 _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오랫동안 생명과 자치를 화두로 한살림 등에서 활동해 왔으며, 최근에는 마음과 사회를 키워드로 탐구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황선진 _ 지리산마을공동체포럼 이사장. 마리학교, 백일학교 설립 운영. 대안공동체를 연구하고 실천하려고, 사단법인 밝은마을에서 노력 중이다. 대안적인 삶의 하나로 공동체회의로서의 화백회의, 원탁회의 등을 보급하고 있다.
■ 개벽의 징후
『개벽의 징후 2020』은 현재화된 대전환 징후를 개벽 관점으로 발견하고 조명하며, 해석하고 명명함으로써 개벽 패러다임을 형성한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 또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분들이 자기 활동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조짐을 개벽의 관점으로 파악하고 조명함으로써 갈등과 분열, 경쟁과 성장의 세계에서 생명과 평화, 조화와 상생의 세계를 재구성하고 재창조하기를 기대한다. 『개벽의 징후』는 2020년을 시작으로 매년 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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