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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문으로서의 동학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7. 5. 15:48

우리 학문으로서의 동학(개정판)

■ 이 책은…

동학(東學)을 우리나라(東國)의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며 그 사상적, 철학적 특질을 밝힌 책이다. 2007년 초판을 15년 만에 개정하였다. 이 책에서 제기한 ‘우리나라 학문으로서의 동학’이라는 패러다임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호응 속에서 어느 정도 보편화되었다. 그러므로 개정판에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수운이 학(學)으로서는 동학이되, 도(道)로서는 ‘천도(天道)’라고 한 점, 다시 말해 보편적 철학으로서의 측면에 집중한다. 이 시대는 천도와 전 지구적 천덕(天德)의 회복과 부활이 절실한 때인 만큼, 동학사상이 비장(祕藏)한 다시개벽의 큰 진리로 시대전환, 문명전환, 생명전환의 큰 과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 분야 : 인문 / 철학
  • 저자 : 김용휘
  • 발행일 : 2021년 7월 10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256쪽 (두께 12.5mm)
  • 제책 : 무선
  • 판형 : 135×200mm
  • ISBN : 979-11-6629-042-8 (03100)

■ 출판사 서평

최근에 도올 선생으로 인해 동학이 큰 조명을 받고 있다. 선생은 원래 동학은 ‘동국의 학’이었다며, 동학이야말로 유구한 조선 문명의 총화이며 인류의 미래 이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도올 선생에 앞서, 처음으로 동학이 서학에 대한 대응적 측면의 동학이 아니라 ‘동국의 학’, ‘조선의 학’, 즉 ‘우리학문’이었음을 강조한 책이 바로 이 책의 초판(2007, 책세상)이다.

2007년의 초판에서는 수운 선생이 “도는 천도이나 학인즉 동학[道雖天道 學卽東學]”이라고 했을 때, ‘학인즉 동학’의 의미, 즉 동학의 독자성을 조명하는 데 더 중점을 두었다. 동학이 유불선 삼교를 단순히 종합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료로 삼되 종교체험이라는 불에 의해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전혀 새로운 차원의 우리 학문, 우리 종교가 나왔다는 그 고유성에 주목했다. 서학의 영향이나 그에 대한 대응적 차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학의 ‘동’은 ‘서’에 대한 ‘동’이 아니라 ‘동국의 동’이며, 그런 점에서 서학보다는 조선 오백년을 지배했던 중국의 유학에 대해 종언을 선언하고 새로운 학문의 필요성을 역설한 의미가 더 크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판에서는 당신의 도를 ‘천도’라고 표방했던 그 보편성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천도’는 옛날 동아시아 성현들이 깨달아 이 땅에 밝히고자 했던 것이다. 천도는 우주의 운행 원리이자, 만물 화생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천도를 깨달은 사람이 갖게 된 내면의 힘을 ‘덕’이라고 했다. 그래서 옛날 성현들은 도와 덕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다. 도와 덕은 유가의 전유물도 아니고 도가의 전유물만도 아니었다. 유가와 도가로 뚜렷이 나뉘기 전에 동아시아 성현들이 공유했던 최고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도와 덕을 자신의 삶과 사회 속에서 밝히고 닦는 것이 고대의 학문이었지만, 어느 순간 학자들은 책 속에서만 도덕을 논하게 되었고, 그런 세월이 오래되었다.

수운의 동학은 조선 오백년 성리학의 지배를 통해 그런 천도와 천덕이 가려지고 문자에 빠져 백성들의 삶과 유리된 공허한 논쟁만을 일삼던 당시의 학문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서 당시 조선 백성들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로서 동학을 제시한 것이었다. 그것은 고대 성인들이 깨달아 밝히고자 했던 천도의 현대적 부활이자, 기적적 회복이었던 것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바로 이 부분, 동학이 천도의 현대적 회복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로 이전 견해와 달라진 점은, 4장 ‘다시개벽의 길’ 부분이다. 이전엔 학계의 일반적인 해석처럼 손병희의 천도교, 그리고 1920년대 이돈화를 비롯한 당시 천도교 신파(新派)에 속한 청년 지도자들의 입장을 ‘문명개화’ 노선에 경도된 것으로 서술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판에서는 그들의 노선을 ‘개벽’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손병희는 물론, 1920년대 이돈화와 김기전 등도 마찬가지로 민족주의나 사회주의 어느 일방에 속하지 않고 단순히 민족해방이나 계급해방, 저항과 협력의 이분법적 틀을 넘어서서 보다 근본적인 인간해방,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문명전환을 꿈꾸었다. 그들의 운동은 개화운동이 아니라 개벽운동이었으며, 문명전환의 관점에서 읽어야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동학의 입문서로서 좋은 책이지만, 이 시대 왜 다시 동학이 필요한지를 한국철학자의 시선으로 답하고 있다. 세계적인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재의 상황에서, 이 책은 지금 시대를 전환의 징후로 읽고 동학을 통해 고대 동양의 지혜를 계승하면서도 ‘지금 여기’ 삶의 혁명을 통해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책이다.

■ 차례

개정판 서문
책을 쓰게 된 동기

프롤로그_ 동학에 대한 네 가지 오해

제1장 동학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1. 수운의 생애와 문제의식, 보국안민
2. 동학은 유불선의 종합인가?
3. 서학의 영향
4. 결정적 종교체험과 시천주의 자각
5. 인식의 차원과 학문방법론
6. 불연기연, 우리 학문으로서의 가능성

제2장 종교를 넘어선 종교

1. 새로운 형이상학의 필요성
2. 수운이 생각한 우주
3. 수운이 생각한 신(神)
4. 불택선악의 한울님
5. 천도와 무위이화
6. ‘모심’의 의미

제3장 삶의 기술, 생활의 성화

1. 왜 수행을 해야 하는가?
2. 일상에서의 수도, 생활의 성화
3. 동학의 심법, 수심정기
4. 동학 수도의 입문, 강령
5. 일상에서의 효과적인 수도법, 주문 공부
6. 몸의 치유에서 사회의 치유까지, 영부
7. 개벽의 칼춤, 검무

제4장 ‘다시개벽’의 길 - 천도교 개편과 개벽운동

1. 근대의 옷을 입은 동학, 천도교
2. 시천주에서 인내천으로
3. 이돈화의 인내천주의
4. 천도교의 민족운동
5. 방정환의 어린이운동
6. 새로운 생활양식으로서의 문명개벽

에필로그_ 이 시대 왜 다시 동학인가

 

■ 책 속으로

○ 수운의 동학은 이 천주학과 유학을 극복하고 ‘지금 여기’ 이 땅 백성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우리의 길, 우리 학문을 내놓고자 한 것이다. 서학에 대응하여 동학을 내놓았다는 기존의 해석을 딱히 틀렸다고 하긴 어렵다. 분명 수운 선생에게는 서학에 대한 비판의식과 서세동점의 위기감이 있었다. 하지만 동학의 ‘동’을 ‘서’에 대한 ‘동’으로만 보기보다는 ‘동국의 동’으로 읽을 때 19세기 당시 조선 백성들의 고난에 응답한 우리 학문, 우리 종교라는 훨씬 넓은 지평이 열린다. 그래야 동학은 과거의 사상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의 ‘우리 학문’이 되는 것이다. <본문 67쪽>

○ 동학을 창도한 결정적인 계기는 1860년 경신년의 종교체험이다. 수운은 신비체험이라고도 하는 이 결정적인 종교체험을 통해 이전 사상의 단순한 종합이 아닌 동학의 독자적인 지평을 열어냈다. 이 장에서는 수운이 종교체험을 하게 된 경위와 그 의미를 살펴보자. 1860년 그의 나이 37세 되던 해 4월 5일이었다. 이날 그는 몸과 마음이 함께 떨리고 이상한 기운에 휩싸이면서, 돌연 허공에서 신비한 존재의 음성을 듣는다. <본문 69쪽>

○ 우리나라처럼 이성의 충분한 반성 작업(서구적 근대)을 거치지 않은 나라에서는 사실 이성과 합리성의 추구가 간과할 수 없는 과제이기는 하다. 반면 학교 교육이 서양 학문 위주로 재편되면서 서양 근대가 초래한 부작용 역시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 역시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 작업은 1990년대 이후 포스트 담론 책들이 많이 소개되면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논의는 서양의 관점에서 나온 결과물로, 그들과 다른 배경을 가진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 가능성을 동학에서 찾고자 한다. 이성의 합리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우리 존재의 심연을 회복하는 것, 종교이면서도 종교가 아닌, 불연이면서도 기연인 지혜를 따라 인간이 가야 할 보편적인 길 또는 삶의 기술로서의 학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단순한 지식에 그치지 않고 인격과 삶의 양식을 변화시키는 신앙과 수행을 겸비한 ‘우리 학문’, 신앙과 수행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종교이긴 하지만 또한 종교를 넘어서는 보편적 인간학의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본문 106쪽>

○ 수운의 우주 이해는 그 체계에서는 성리학의 기론(氣論)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를 ‘영적인 실재’로 보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천주(한울님)를 그 체계 안에 적극적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한울님을 체험할 수 있으며, 또한 적극적으로 공경해야 한다고 하는 점에 그 차별성이 있다고 하겠다. 이렇게 수운의 우주론은 전통적인 이기론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그의 종교체험을 통하여 경험한 천주를 이기론의 체계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서양의 유일신 전통과 동양의 범신론적 전통, 초월성과 내재성, 타력적 신앙 전통과 자력적 수행 전통이 절묘하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본문 115쪽>

○ 동학에는 수행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불교와 마찬가지로 동학의 핵심 역시 수행, 수도(修道)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학에서는 ‘수행’보다는 주로 ‘수도(修道)’라고 한다. 지금까지 동학을 동학혁명으로 대표되는 운동단체나 정치적 조직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아니라도 그저 민중의 기원에 응답하는 종교 사상으로 보아 전문적인 수행이나 깨달음을 추구하는 전통이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동학은 앞장에서 보았듯이 높은 수준의 형이상학을 갖추고 있으며, 여타의 동양 종교들처럼 수행을 통해 완전한 인격과 깨달음에 도달하고자 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한다. <본문 150쪽>

○ 동학 수련은 인간 존재를 몸과 마음, 성품의 세 차원에서 보고, 성품과 마음과 몸의 삼단(三端)을 같이 닦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동학의 수련은 세 가지를 하나로 닦는 공부, 셋이 본래 하나요, 하나가 셋으로 나눠진다는 우리 고유의 ‘삼일철학’과 맥이 닿는다. 이는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의 고유사상, 최치원의 난랑비 서문에 나오는 포함삼교(包含三敎), 접화군생(接化群生)의 풍류도, 즉 유교의 성의정심(誠意正心)과 불교의 각성(覺性) 공부와 도교의 양기(養氣)를 겸해서 나온 우리의 선교 전통에서 비롯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측면이 동학의 수련이 몸과 마음과 성품을 같이 닦고, 또한 수도가 개인의 깨달음에 그치지 않고 늘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되었던 까닭이었다고 볼 수 있다. <본문 186쪽>

○ 수운의 개벽은 일차적으로 정신개벽이다. 즉 시천주적 삶으로의 변혁을 의미한다. 모든 존재가 한울의 신령한 생명의 본성으로 말미암았음을 깨닫고 사람을 한울처럼 높일 뿐 아니라 뭇 생명마저 신성한 존재로 공경하는 한울마음으로의 전면적 전환, 그로 인한 완전한 인격의 실현을 의미하는 것이다. 청빈하되 온화한 마음을 회복하여 삶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 생명과 영성의 자각을 통해 모심과 살림의 거룩한 사회적 성화를 이루는 것, 이것이 동학이 꿈꾼 후천개벽이다. 그러므로 동학은 수행을 바탕으로 인류의 문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종교이다. 그것은 시천주의 모심과 섬김을 바탕으로 한 생활양식의 전면적 전환, 인류 문명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대안으로서의 치유이다. 그것이 개벽이다. <본문 243쪽>

○ 동학은 밑바닥 민중의 고난과 고통에 관심을 갖고 동양의 지혜를 바탕으로 서양의 영성을 흡수해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했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차원을 아우르면서 삶의 신비와 영성을 되살려냈다. 동학은 오늘날처럼 서양적 사고와 철학, 제도와 체제를 기반으로 한 근대 문명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인간의 ‘존엄’이 위협받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삶의 신비가 가려질 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변방의 것이지만 보편성을 띠는 철학이자 종교이다. <본문 254쪽>

■ 저자

김용휘 _ 대구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주자학)을, 동학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0년부터 환경과 생명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생명평화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난 2년간 인도 오로빌에서 공동체를 경험하고 돌아와 지금은 방정환의 정신을 계승하는 ‘방정환배움공동체 구름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동학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의 철학을 모색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학문으로서의 동학』, 『최제우의 철학』, 『손병희의 철학』, 『최제우, 용천검을 들다』가 있으며, 논문으로는 「동학의 불연기연의 논리와 인식론-반대일치와 포월의 논리」, 「도가의 무위자연과 동학의 무위이화 비교 연구」, 「20세기 전반 천도교 지식인의 서양 인식과 신문명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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