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1올레길을 진행하였습니다. 가회동 의암 손병희 선생 집터에서 가회동 일대 3.1운동 사적지를 소개하고 출발, 송현동 천도교중앙총부터(보성전문 터) - 안국동 중앙총부터(동덕 빌딩) - 보성사터(수송공원) - 태화관(시간관계상 통과하며 설명) - 천도교중앙대교당에 이르는 길을 1시간 30분이라는 놀라운(?) 속도로 주파하고, 12시부터 1시 30분 동안(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으며) '3.1운동 관련 공간을 도시미학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주제로 한 포럼'을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다시금 3.1운동 관련 공간의 역사적 의미화 현재 상황을 소개하였습니다.
몇년 동안 진행했던 3.1올레길 행사들이 빛을 보는 듯한 느낌에 온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조명래 교수님을 비롯하여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럿 참여한 이번 포럼을 통해 "3.1대로(안국동에서 3.1빌딩에 이르는 길)"의 역사적 의미와 앞으로의 디자인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슴이 콩땅거렸습니다. 단지 천도교중앙대교당을 성역화하는 것이 아니라, 천도교중앙대교당을 중심에 놓고, 반경 2km 이르는 방대한 지역을 새롭게 기획하는 큰 그림을 그리는 전문가들의 상상력을 접하며, 그리만 된다면, 천도교의 위상이 새롭게--오랜 침체를 딛고--빛을 받을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실제 결과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 우리들이 준비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오늘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3.1절과 관련된 행사들의 질적 수준이 작년과는 또다르게 심화되고, 양적으로도 더욱 확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천도교도 100주년 준비 선언을 하기는 하지만, 속도 면에서 한 발 뒤쳐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그러나, 비관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낙관만 해서도 안 되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뜬금없이,
"내가 산다는 것"이라는 명제 속에서, 오늘의 일을 돌아봅니다. 그것이 내 삶에, 그리고 우리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장대한 역사 속에서, 이 한 시기에 지금 내가 꿈꾸는 일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오늘의 일이 하나의 중대한 변곡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예를 들어, 송현동 옛 중앙총부터(3.1운동 당시 천도교중앙총부가 있던 곳, 현재의 중앙총부터-천도교중앙대교당-는 1922년에 이사온 곳임)에 2년 전에 처음 올레길을 진행하였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때, "여러분들이 발걸음이 빈 공터(덕성여중 운동장)를 딛고 있지만, 발걸음이 잦아지면 길이 생기는 법, 이제 자주 찾아오다 보면, 이곳에 표지석이 생기고, 기념관이 생기는 날이 올 겁니다"라는 얘기를 했는데, 오늘 갔을 때는 국가보훈처에서 새운 표지석이 서 있었습니다. 감격스럽고도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입니다. 바람이 예언이 되고, 예언이 현실이 되는 한 찰라를 경험한 느낌이었지요. 일행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여러분들의 발걸음이 다시 길을 넓히고, 다지는 걸음입니다. 이런 걸음이 몇 번 더 이어지면, 반드시 더 큰 기념비(관)이 서게 될 날이 올 겁니다"라고 했지요. 모두들 기뻐하는 모습에, 저도 기뻤습니다.
몸은 힘들고 지치지만, 정신은 또렷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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