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힘’을 바라보게 해 준 책
이미경 |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특임교수
한 사람의 일생을 담은 책은 그 자체로 깊이와 무게가 있게 마련이지만, 마츠이 야요리의 자서전은 가슴 먹먹한 감동이 더함을 느낄 수 있다. 1934년, 일본에서 가난한 목사 부부의 큰 딸로 태어나 신문기자로, 여성운동가로서 살아온 그녀의 삶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분에게 이런 용기를 내게 했을까?’라는 경이로움에 찬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마츠이 야요리가 2002년 말기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 집필한 것으로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분노,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지난한 노력과 성취, 과제를 담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때 4년 동안이나 병상에서 견뎌야 했던 시간들 이후 그녀가 열정을 다해 살았던 하루하루의 치열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여성은 남성보다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했던 시절, 외국어 능력이 자신을 기자로 일하게 한 것 같다는 그녀.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다움’을 벗어난 그녀의 행보는 곧 ‘남성 중심 사회의 터부의 뚜껑을 연’ 것이었고 그로 인해 이단아 취급을 받으며 온갖 어려움과 외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33년 동안 신문기자로서 그녀는 역사적 순간의 보도뿐만 아니라, 페미니스트가 취재하면 무엇이 다른가를 보여주었다. 70년대 기생관광과 공해수출 문제 취재를 계기로 아시아 전역을 돌며 각국의 여성문제, 환경문제, 소비자문제, 경제문제까지 파헤친 그녀. 무엇보다 신문기사로서만이 아니라, 각 주제들을 이슈화하고 실천하는 것까지 이어가는 박진감 넘치는 삶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치게 한다.
마츠이 야요리는 2000년 세계의 여성운동가들과 연대해 ‘여성국제전범법정’을 개최하여 일본군 성노예제 범죄행위에 대해 히로히토 전 일본 천황 등 공범 25명과 일본 정부를 법정에 세워 유죄 판결로 이끌어 낸 주역이기도 하다. 천황에 대한 성역화가 절대적인 자국을 상대로 한 싸움의 과정이 가시밭길이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대학 때부터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을 돌며 아시아인으로서 자신을 자각했다는 마츠이는 “지구는 우리 집”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노라고 말한다.
이 책의 말미에는 마츠이 야요리가 21세기를 사는 젊은 여성들에게 보내는 세 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첫째, 감성·지성·행동력에 임파워먼트를, 둘째, 여성으로서 경제적·정신적·성적인 자립을, 셋째, 우리 모두에게 강력한 힘, 자매애(sisterhood)를! 더불어 여성들의 파트너인 남성들에게도 서로 자유롭고 매력적으로 살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있는 힘(power)을 긍정하게 됨을 경험했다. 마츠이 야요리가 온몸으로 보여준 리더십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며 그분의 삶의 철학을 본받고 싶어진다. 마쯔이 야요리가 자신에게 영감을 주고 경험을 나눠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듯이 나도 그분께 온 마음으로 존경을 드린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의 삶의 좌표가 될 마츠이 야요리의 사랑과 분노, 그리고 용기를 한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해 준 김선미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개벽신문 37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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