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사형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용하면서, 현재도 해마다 몇 명씩의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는 일본의 현실을 바탕으로, 사형에 처해지는 사형수들의 사례를 통해서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 ‘사형’을 실행한다는 것의 의미를 짚고, 그 본질을 탐구한다. ‘살인’과 ‘사형’이라는,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극단’의 지점에 서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 저 자 : 사나다 요시아키
■ 옮긴이 : 이찬수, 이서현
■ 256 쪽 I 14,000원 I 신국판 (152*225) I 2017년 6월 10일
■ I S B N : 979-11-86502-83-9 (03300)
■ 문 의 : 02) 735-7173
■ 출판사 서평
대한민국은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이다.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해 한꺼번에 사형 집행을 한 이래 현재까지 더 이상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으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한다. 국제엠네스티에서는 2007년 12월 한국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하였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실질적 폐지국은 140개 정도로 집계된다.
1997년 12월 30일은 김영삼 정부 시기로,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김대중 정부 이후 지금까지20년 동안 사형이 한 건도 집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 자신이 부당한 ‘사형 판결’의 희생자가 될 뻔한 당사자이기도 했다는 점, 그리고 그 이전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져 온 군사정권하에 수많은 사형수들이 억울한 죄명과 부당한 판결 그리고 불법적인 사형집행 가정을 거쳐 희생되어 온 한국사회의 특수한 상황이 배경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에도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극악한 살인죄 등이 일어날 때마다 사형 제도의 부활 내지 실질적인 가동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곤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완전한 사형제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15대 국회 이후 매번 사형폐지제도특별법이 발의되지만, 현행법상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사형제’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형제 폐지와 존속 사이의 갈등을 야기하는 쟁점은 첫째, 살인죄의 실질적인 존속이 극악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 둘째,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자의 인권과 (그 범죄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그에 준하는 고통,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인권 사이의 형평성 문제로 요약된다. 그 밖에 ‘사형’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조처는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인간의 오판 가능성’에 대한 문제, ‘사형’을 결정하는 심판관(재판관 내지 배심원)의 자격 문제 등이 쟁점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도 사형제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유엔에서도 매 2년마다 사형제 폐지 권고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미 70% 이상의 국가들이 사형제를 폐지하였거나,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더불어 ‘선진국’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운용’하기까지 하는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이나 시민사회, 종교계 등에서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쟁, 나아가 사형제도나 재판제도의 윤리적 정당성, 철학적 의미 등을 논구하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재판소에 주기적으로 사형제 폐지에 관한 청원이 제출되는데 1996년의 경우 7 대 2의 판결로 합헌 판결을 받은 반면, 가장 최근인 2010년에는 5 대 4의 판결로 겨우 ‘합헌’을 유지하였다. 이 추세를 반영한다면, 앞으로 ‘실질적 사형 폐지국’에서 ‘사형제 유지국가’로 회귀할 가능성보다는 머지않아 사형제가 ‘위헌’으로 결정되어, 완전 폐지국으로 나아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사형이 선고되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와 그 유가족 등의 인권과 해원(解冤), 날로 극악해지는 범죄를 예방하거나 최소한 단죄하는 기제로서 사형제 존속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이 문제를 여론의 흐름에만 맡겨두기보다 그 의미를 깊이 논구하는 것은 사회적, 국가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사형제 폐지’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일반인들의 여론은 오히려 ‘사형제 필요성에 찬성’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이다. 이는 날로 극악해지는 범죄 유형에 대한 국민적 공분과 불안감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형제도의 폐지/유지 자체에 대한 논의와 그 결과도 중요하지만, 사형수나 무기수 등에 대한 인권 보장을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가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이 책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 사형제 폐지와 회복적 정의”는 특히 불교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저자가 사형제도가 기대하는 효과 – 범죄에 대한 단죄, 피해자와 그 유족의 해원 등 – 은 결과적으로 “범죄자의 진정한 참회”가 전제가 될 때 가능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다양한 실제 사례(사형수의 사형 판결에서부터 사형 집행에 이르기까지 심리적 변화 과정)와 역사적, 종교적(경전) 논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을 깊이 주목하는 것은 단지 사형제도나 사형수의 인권 등에 관한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권의식과 방향에 대한 바로미터가 된다.
■ 차 례
제1장 죄와 벌과 심판
석가와 칸다타
염마왕(閻魔王)의 재판
심판이라는 것
제2장 현대의 칸다타가 사는 형무소
사형 판결과 사형의 확정
사형 확정 후 사형수의 생활
제3장 사형수의 마음 안에 있는 것
‘아사마 산장 총격 사건’ 사형수 사카구치 히로시
벳푸(別府) 은행원 강도살인 사건 사형수, 니노미야 구니히코
오지야(小千谷) 강도살인 사건 사형수 나카무라 사토루
제4장 불전에 나타난 흉악범죄자의 죄와 벌
앙굴마라
앙굴마라전이 가르치는 것
데바닷타
제바달다전이 가르치는 것
제5장 불교의 계율로 보는 죄와 벌
불교의 계와 율
계율의 구조와 원리
소승계에서 대승계로
일본 불교와 ‘무계(無戒)의 계(戒)’
제6장 용서와 화해
료해(了海)의 참회와 속죄
다툼은 욕심의 병으로 인해
싸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법의 새로운 흐름과 회복적 사법
회복적 사법, 응보로부터 공생으로의 길
제7장 공생시대를 살아가는 불교와 사형제
자비와 공생
한 사람의 생명은 전 지구보다 무겁다
불성의 자각과 인간성의 회복
불공업과 공업 사이에서
범죄 피해자의 구제와 치유
사형수에게서 불성 개현을 빼앗는 일
참회야말로 용서와 치유의 길
깨달음의 씨앗은 연에 따라 일어난다
제8장 사형이 없어져도 범죄 없는 세상이
사형 존치론과 사형 폐지론
시마 아키토의 ‘최후의 기도’가 묻는 것
시마 아키토의 ‘최후의 기도’가 ‘모든 폭력을 넘어, 함께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해’가 되려면
■ 책 속으로
• 애초에 ‘심판한다’는 것은 심판하는 자신과 심판되는 타자가 상대적 관계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는 것은 자신과 타자와의 상대적 관계를 극복하여 연대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과 자신만의 척도로 상대를 심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자신의 척도로 상대를 심판하면, 그것은 단순한 ‘복수(仕返し)’, 요컨대 보복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는 것은 신의 정의나 사랑을 척도로, 혹은 부처의 자비를 척도로, 혹은 사회 전체의 공공선을 척도로 심판하는 것이다. 심판의 장에서는 심판하는 자와 심판 당하는 자가 ‘마음의 교류’를 얼마나 전개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 본문 30쪽
• 우리는 본질적으로 타자의 목숨을 빼앗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악인’일 수밖에 없다. 같은 의미에서 그런 우리라도 악인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깊이 참회하며 『법화경』의 신앙으로 살아가면 반드시 부처가 된다는 「제바달다품」 악인성불의 가르침이야말로 우리에게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전해 주는 가르침이 아니겠는가. - 본문 111쪽
•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는 인간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잔인무도한 행위를 한, 축생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일체중생의 한 사람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더욱이 사형수는, 자신이 저지른 죄의 결과라고는 하나 인간에게 허가되는 모든 욕망으로부터, 생을 향한 희망마저 단절된 존재다. 같은 세간에 있으면서도 격리된 ‘다른 세계의 존재’로 떨어져, 언제 올지 모르는 사형 집행의 날까지 불안, 공포, 절망, 삶의 집착으로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 본문 190쪽
• 사형은 좋고 싫음과 관련 없이 현행법상 엄연히 존재하는 국가법상의 제도다. 그리고 사형수는 ‘사회 복귀는 물론 생의 희망마저 단절된 존재’다. 이러한 사형수에게 직접 상접(相接)하여 마음과 마음의 대화를 하는 것이 교회사다. 그러한 대화 속에서 사형수가 죄의 무거움과 깊이를 자각하고 생명의 존엄에 눈뜨고 불성을 개현하여 속죄와 참회의 길을 걸으며 안정된 마음으로 죽음으로 향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사형수에 대한 교회사 최대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다. - 본문 220쪽
■ 저자•옮긴이 소개
저 자_ 사나다 요시아키 真田芳憲
1937년 니가타에서 출생. 주오(中央)대학 법학부 졸업. 같은 대학원 법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주오대학 법학부 교수 및 법학부장을 거쳐 현재 주오대학 명예교수. 중화인민공화국 정법대학 비교법연구소 객원교수. 전공은 로마법, 비교법학, 이슬람법, 법윤리학. 일본 비교법연구소 소장, 법문화학회 이사장, 지역문화학회 이사장, 호주여학원정보국제전문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고, 입정교성회 평의원, 니와노평화재단 이사, 세계종교인평화회의(WCRP) 일본위원회 평의원이자 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옮긴이_ 이 찬 수
서강대학교 종교학과에서 일본 불교철학과 신학을 비교하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남대 교수를 지냈고,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있다.『일본정신』,『불교와 그리스도교 깊이에서 만나다』,『평화와 평화들』등의 책을 썼다.
옮긴이_ 이 서 현
이우고등학교를 나온 뒤 일본의 호주여학원정보국제전문학교에서 공부했다.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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