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종교 총서 02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
이 책은 개신교가 개항 이후 해방 이전까지 기독교 공간의 타자인 천주교․타교파․소종파와, 종교 공간의 타자인 유교․불교․민간신앙, 그리고 세속 공간의 타자인 과학․사회주의․진화론에 대해서 진짜기독교-가짜기독교, 참종교-거짓종교, 참세계관-거짓세계관의 이분법을 통해 이들 ‘타자’를 배제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굴지의 종단으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유일한 기독교, 유일한 종교, 유일한 세계관이 되고자 하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 한국근대종교총서(전5권 – 총론, 기독교, 불교, 유교, 신종교)의 ‘기독교’ 편이다.
이 진 구 지음
■ 326쪽 I 15,000원 I 152*225 I 2018년 2월 10일
■ ISBN 979-11-88765-05-8 94200 / SET 978-89-97472-63-1 94200
■ 문 의 : 02)735-7173
■ 출판사 서평
한국 기독교는 어떻게 ‘유일한 기독교’ ‘유일한 종교’ ‘유일한 세계관’을 지향해 왔는가
1. 지난 1세기 남짓한 한국사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집단은 단연코 개신교가 아닌가 한다. 국권이 부침을 겪고, 민중들이 숱한 고난에 처하여 생사를 넘나드는 가운데서 개신교는 때로는 민중들의 심신의 피난처요 구원처로, 때로는 불의한 권력의 지탱자요 왜곡된 사회구조의 최종 수혜자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가 성장하고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민주화 사회로 진전하는 과정에서 기독교는 오늘날 한국사회 주류의 핵심부에 인적, 물적, 제도적 차원에서 동심일체의 관계를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종교학자로서 종교사라는 프레임으로 한국 개신교의 역사를 들여다보기 위하여, 필자는 ‘기독교’ 개항 이래로 타자를 인식하고 대하는 태도의 내용과 형식 그리고 역사를 살펴본다.
2. 눈 달리고 귀 달린 사람은 누구나 보고 듣듯이, 오늘 한국사회에서 기독교는 심각한 자기부정의 위기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오늘의 기독교가 자리한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독교의 지난 1세기의 역사를 종교학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는 기독교만이 아니라, 기독교를 주요 부분으로 하는 한국사회의 현재를 이해하고 전망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기독교는 한반도에 전래한 이래로 천주교라는 기독교 내부의 ‘타자’와 경쟁하면서 교세 확장을 시도해 왔다. 또한 유교, 불교, 천도교, 민간신앙 등 전통적인 ‘종교들’이라고 하는 기독교 외부-종교 내부의 타자를 주변화하고 공격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강화해 왔다. 같은 선상에서 근대 이후 세속세계의 성장과 더불어 과학과 사회주의 등의 ‘반종교 담론’의 도전에 직면한 기독교는 다양한 변주를 통해 이에 대항하면서 자기의 성을 견고하게 옹립해 나갔다.
3. 개신교 내부의 진보, 보수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의 편차는 있게 마련이지만, 기독교가 이러한 ‘타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첫째로 타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비타협적 배타주의의 관점에서 ‘정복주의, 개종주의, 대체주의’로 나타난다. 둘째로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되 불승인하는 포괄주의의 관점에서 ‘우월주의, 차등주의, 위계주의’로 나타난다. 셋째로 타자를 자기와 동등한 주체로 승인하는 다원주의의 관점에서는 ‘공존주의, 평행주의, 병존주의’로 나타난다. 이러한 태도 구분은 종교학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기독교내’ ‘기독교밖-종교내’ ‘종교밖-사상내’에 두루 적용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개신교 보수 진영의 타자인식과 태도는 대체로 ‘비타협적 배타주의’를 근간으로 부분적으로 포괄주의 관점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대비하여 개신교 진보 진영의 경우 포괄주의를 축으로 하면서 사안에 따라 배타주의와 다원주의를 가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개신교의 보수 진영이 이들 타자에 대해 배타적 척결에 집중하였다면, 진보 진영은 위계적 통합의 논리를 보여준다.
4. 개신교가 구체적으로 이들 세 ‘타자’들과 경쟁하고 갈등하고 대결하는 방식은 당연히 그 결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개신교는 ‘종교개혁’ 당시 개신교와 천주교의 정체성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천주교를 “개혁의 대상으로”, 전근대적이고 열등한 한국의 전통종교들은 “선교의 대상으로”, 그리고 기독교를 배경으로 하면서 ‘세속화’라는 로켓을 타고 ‘반기독교’ 전선의 선봉에 선 사회주의 등에 대해서는 “세례”를 통한 회심을 목표로 삼아 왔다.
각각의 영역 내에서 ‘타자를 배제’하는 이러한 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개신교가 활용한 무기로서 이 책의 저자는 기독교 내의 타자에 대해서는 ‘진짜기독교 – 가짜 기독교’라는 프레임을, 종교 내의 타자에 대해서는 ‘참종교 – 거짓종교’라는 프레임을, 이데올로기 내의 타자에 대해서는 ‘참세계관 – 거짓세계관’이라는 프레임을 이분법적으로 적용하였다.
5. 자기가 없는 타자, 타자가 없는 자기는 불가능하다. 한국 기독교의 ‘타자인식의 태도와 역사’에 대하여 논구하는 것은 타자인식이 곧 자기인식을 수반하는 작업이며, 필수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타자인식의 내용과 형식을 이해함으로써 한국 기독교의 교파 정체성, 종교 정체성, 이데올로기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
기독교의 이러한 타자인식의 태도와 역사야말로 오늘날 기독교가 ‘유일한 기독교’ ‘유일한 종교’ ‘유일한 세계관’을 지향하면서 한국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나아가 그것이 결국은 자기치유와 자기정화의 기능과 능력마저 퇴화, 소멸시키는 길로 나아가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사회를 위해서도, 기독교 자신을 위해서도 이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차례
Ⅰ 한국 개신교의 타자
1. 개신교의 세 타자
2. 선행 연구의 검토
3. 문제의식과 책의 개요
Ⅱ 한국 근대의 종교지형과 개신교
1. 근대적 종교지형의 형성
2. 개신교의 선교 전략과 기독교지형
Ⅲ 무엇이 ‘참기독교’인가?
1. 천주교가 본 개신교
2. 개신교가 본 천주교
3. 개신교 교파의 상호 인식
Ⅳ 어느 종교가 ‘참종교’인가?
1. 두 선교사의 비교종교론
2. 두 목회자의 비교종교론
3. 신학자의 종교변증론과 철학자의 세계종교론
Ⅴ 어느 것이 ‘참세계관’인가?
1. 사회주의의 반종교운동
2. 종교와 과학
3. 창조와 진화
4. 기독교와 사회주의
Ⅵ 한국 개신교의 정체성
1. 교파 정체성
2. 종교 정체성
3. 이데올로기 정체성
■ 책 속으로
개신교, 타자를 배제하는 프레임을 구축하다
• (기독교, 종교, 세속이라는) 세 공간의 타자와 개신교의 관계를 계보학적 은유로 표현하면 천주교는 개신교의 ‘부모’이고 한국종교들은 개신교의 ‘이웃’이며 사회주의는 개신교의 ‘자식’이다. 천주교는 ‘종교개혁’의 와중에 개신교라는 자식을 낳은 부모이며, 한국종교들은 개신교가 선교지에서 대면하게 된 낯선 이웃이며, 사회주의는 ‘세속화’의 과정에서 개신교라는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간 자식이다. 보수 개신교의 자리에서 보면 천주교는 ‘타락한’ 부모이고 한국종교들은 ‘오류에 빠진’ 이웃이며 사회주의는 부모를 ‘배반한’ 자식이다. 따라서 천주교는 ‘개혁’의 대상이고 한국종교는 ‘선교’의 대상이며 사회주의는 ‘복귀’의 대상이다. - 본문 17쪽
개신교, 한반도를 분할하여 점령하다
• 개항 이후 내한한 각국의 다양한 교파가 선교 경쟁을 하게 되면서 선교부 간에 상호 마찰과 갈등이 나타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계예양(敎界禮讓, comity)’이라 불리는 지역분할 정책이 등장했는데, 이 협약에 참여한 교파는 장로교와 감리교였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북장로회와 남장로회, 미국 북감리회와 남감리회, 캐나다장로회와 호주장로회 등 총 6개 선교부가 참여하여 한반도를 분할점령하였다. 분할 결과를 거시적으로 보면 중부 지방과 서북 지방 일부는 감리교, 나머지 방대한 지역은 장로교의 ‘영토’가 되었다. (중략) 각 교파 선교부의 선교 활동은 현지인 중심의 교파교회 성립으로 귀결되었다. (중략) 이와 같은 전국 단위의 종교조직 결성은 근대종교의 중요한 특성으로서 근대국가에 의해 종교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요건의 하나였다. - 본문 36-37쪽
개신교, 천주교를 ‘거짓 기독교’로 내몰다
• 개신교는 천주교가 초대교회의 순수성을 상실하였다고 비판하면서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회복의 수사학을 기치로 내걸었다. 특히 교황제도로 대변되는 로마주의, 일곱 성사로 대표되는 의식주의, 그리고 적응주의 선교를 집중적으로 비판하면서 천주교가 ‘거짓 기독교’라고 공격하였다. 요컨대 천주교는 기독교 공간에서 척결되어야 할 ‘공동의 적’이었다. 이처럼 개신교는 천주교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반천주교적 교파의식 즉 이분법적 사고에 근거한 배타적 교파주의를 드러냈다. - 본문 77쪽
개신교, ‘기독교’를 모델로 타종교를 예단하며 참종교론을 펴다
언더우드는 신관의 여섯 측면(유일신 신앙의 엄격성, 계시의 명료성, 신의 네 속성[영성, 거룩성, 사랑, 삼위일체]), 존스는 기독교와 한국종교의 다섯 가지 접촉점(하느님, 도덕, 예배, 기도, 영혼불멸), 최병헌은 종교의 세 요소(유신론, 신앙론, 내세론), 박승명은 종교의 열세 가지 권형(종교의 내력, 목적, 주의, 경전, 교리, 교조, 정치 방법, 결과, 정신, 신학론, 죄악론, 인성론, 창조론 등), 박형룡은 종교의 여섯 가지 구성요소(신념, 예배, 도덕, 죄의식과 구원에 대한 희망, 내세관, 실용성), 한치진은 여섯 가지 비교 기준(자아관, 진리관, 삶의 목표, 도덕관, 세상에 대한 태도, 지상천국관)을 제시하였다. (중략) 이처럼 여섯 비교종교론은 타종교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서 일정한 편차를 보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기독교를 종교의 모델로 설정하고 비교작업을 했기 때문에 ‘신학적 비교종교론’ 내지 ‘호교론적 비교종교론’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 본문 180-181쪽
개신교, ‘기독교’를 중심에 두고 세속 에데올로기를 취사선택하다
• 세계 제1차 대전 이후 세속문화와 세속주의의 급격한 확산과 더불어 개신교는 세속의 타자인 과학, 진화론, 사회주의의 도전에 직면하였다. 과학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중립적인 것으로 비쳤기 때문에 개신교 내부에서 과학 자체를 거부하거나 배척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중략)
진화론에 대해서는 개신교 내부에서 입장이 갈렸다. 성서비평을 수용하는 자유주의 신학 계열은 유신진화론의 입장에서 창조신앙과 진화이론의 접목을 시도한 반면, 성서비평을 거부하는 근본주의 신학 계열은 진화론을 무신론에 근거한 거짓 과학으로 간주하면서 배척하였다.
사회주의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거시적으로 보면 진보 진영의 인사들은 기독교와 사회주의의 공통점을 강조하면서 기독교와 사회주의의 접목에 근거한 기독교 사회주의를 모색한 반면, 보수 진영의 인사들은 사회주의를 무신론이나 유물론과 동일시하면서 기독교 반공주의 노선을 추구했다.
자기-타자의 모델을 적용해 보면 개신교 보수 진영은 세속 이데올로기로 비친 과학주의, 진화론, 사회주의를 기독교와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배척하는 이분법적 배타주의에 서 있었던 반면, 개신교 진보 진영은 세속의 타자인 과학, 진화론, 사회주의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포섭하는 위계적 포괄주의 혹은 대등한 차원에서 양자의 통합을 모색하는 혼합적 다원주의 입장에 서 있었다. - 본문 251-252쪽
•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해방 이전 개신교는 기독교 공간, 종교 공간, 세속 공간의 타자들에 대해 다양한 인식의 논리를 보여주었다. 거시적으로 보면 보수 개신교 진영은 세 공간의 주요 타자인 천주교, 한국종교, 사회주의에 대해 배타주의적 인식을 보였다. 이때 보수 개신교가 활용한 무기는 진짜기독교-가짜기독교, 참종교-거짓종교, 참세계관-거짓세계관의 이분법이고 이를 통해 천주교, 한국종교, 사회주의를 각각의 공간에서 배제하고자 하였다. (중략) 보수 개신교는 자신의 부모인 천주교를 기독교 공간에서 퇴출시키고, 자신의 이웃인 한국종교를 종교 공간에서 정복하고, 자신의 자식인 사회주의를 세속 공간에서 퇴치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기독교 공간의 유일한 기독교, 종교 공간의 유일한 종교, 세속 공간의 유일한 세계관이 되고자 하였다. - 본문 267-268쪽
■ 저자 소개 _ 이진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및 서울대 강사. 주요 관심사는 한국근현대 종교사, 한국 기독교사, 종교자유와 인권 등이다. 저서로는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편저), 『한국기독교사 탐구』(공저), 『아메리카나이제이션』(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비교의 시선으로 바라본 종교의 세계』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해방 이전 한국 개신교의 진화론 인식」, 「한국 개신교 사학의 종교교육 공간에 나타난 종교자유 논쟁」, 「최근 한국사회의 불교와 보수 개신교의 갈등」 등이 있다.
■ 한국 근대 종교 총서
01 한국 근대종교란 무엇인가? _장석만
02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 _이진구
03 한국불교, 근대종교로 태어나다(근간) _송현주
04 근대 유교개혁론과 유교의 정체성_ 김순석
05 한국 신종교와 개벽사상 _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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