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가 상행위로 치부되는 시대… 종교 통해 우리 사회 민낯을 보다
30주년 맞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50편 에세이 담은 '이야기…' 펴내
6녀 1남, 7남매 가족이 있다. 불교 집안이었지만 어머니는 외할머니 장례 때 이웃의 천주교 신자들이 보여준 정성에 감동해 늘그막에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7남매는 성인이 된 후 자유롭게 선택해 셋은 천주교, 셋은 불교, 한 명은 개신교 신자가 됐다. 어느 날 불교 신자였던 다섯째가 1년여 암투병 끝 세상을 떠났다. 개신교 신자인 셋째 언니 소개로 개신교계 호스피스에서 지낸 다섯째는 임종 며칠 전 개신교 세례를 받았다. 극도의 고통 속에 정성껏 림프마사지를 해준 친절한 집사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 때문이었다. 임종 전날 밤에도 '관세음보살'을 염송한 다섯째의 장례는 '천국 환송 예배'로 치러졌다. 그럼에도 불교 신자인 둘째 언니는 40년간 함께 신행(信行)생활을 한 다섯째의 49재를 절에서 지내주고 싶다. 금강대 이혜숙 교수의 가족 이야기다. 이 에피소드는 다종교 사회인 한국 종교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최근 나온 '이야기를 해야 알죠!'(모시는사람들)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창립 30주년을 맞아 회원들이 2008년부터 '종교문화 다시 읽기'란 뉴스레터 형식의 이메일로 발송했던 30여 명의 에세이 50여 편을 추렸다. 필자는 종교학 연구자들. 특정 종교의 신학이 아닌 종교문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구자들이다. 덕택에 '종교학'이란 프리즘을 통해 본 한국 사회의 초상과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각 종교의 이면도 볼 수 있다.
이진구 한국종교문화연구소장에 따르면 천주교와 개신교는 광복 이전엔 서로를 부르는 명칭이 지금과 달랐다. 천주교가 개신교를 지칭할 때는 주로 '열교(裂敎)' 혹은 '이교(離敎)'란 표현이 많았다. '갈려 나간 교회'라는 뜻이다. 반대로 개신교가 천주교를 가리킬 땐 '로마교'가 많았다. 이런 표현에 비하면 지금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매우 평화롭게 진화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세계적 탈종교화 추세 속에 종교에 대한 무지, 즉 '종교적 문맹'이 확산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통계청이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종교인구 조사'가 과연 국가적 차 원에서 조사할 일인지를 진지하게 묻기도 한다.
이 연구소의 산파 역할을 한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하철에서 발견한 금지사항 목록이 화두가 된 듯하다. 그가 발견한 글귀는 '상행위, 구걸, 선교, 소란 행위 금지'. 그는 '선교'가 '상행위, 구걸, 소란 행위'와 나란히 적힌 이 목록을 보면서 묻는다. 성(聖)이 속화(俗化)된 것일까? 속이 성화된 것일까?
출처: 조선일보 2018.07.06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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