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성 - 충청도 옥천 동학농민혁명
옥천 중심 동학농민혁명 전개 과정 고찰
전라도 중심 기억… 진실·역사적 의의 구명
해월 최시형의 외손자 정순철 논문도 수록
올해로 126주년을 맞이한 동학농민혁명은 오늘의 한국사회의 지형을 형성하는 출발점이다.
이 책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동학의 교주인 최시형이 동학도소(본부)를 설치하고 전국의 동학도들이 '총기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던 옥천을 중심으로 한 동학농민혁명의 전개과정을 고찰한 연구서다.
저자들은 여전히 전라도를 중심으로 기억되고 인식되는 동학농민혁명의 실질적이고 실체적인 진실과 역사적 의의를 구명하기 위해서 각종 연구 논문들을 수록했다.
당시 동학교단의 중심지이자 전라도와 경기·강원 지역의 중앙에 위치해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全國化)를 주동했던 옥천지역 동학과 동학농민혁명 역사를 밝힌 논문이 대표적이다. 그 속에서 성장해 동학 정신을 계승한 어린이 운동을 전개했던 해월 최시형의 외손자 정순철에 관한 연구 논문도 함께 수록됐다.
저자들은 동학농민혁명을 단지 '농민전쟁(혁명)'의 전통에 입각해 이해하고 연구하려는 경향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동학농민의 '전국화', '세계화', '미래화'라고 하는 '범 동학 진영' 공통의 과제와 시각을 반영하는 새로운 관점의 동학연구가 점점 더 많은 주목을 이끌어 내고 있는 까닭이다.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란, 1차적으로 동학농민혁명이 전라도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경상사도 충청도, 강원도,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에 걸쳐 전개된 '전국적인 혁명'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주목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전국화'는 단지 지리적 범위의 확장만이 아닌 동학농민혁명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서 중요한 요소가 되는 혁명의 주체, 지도체제, 그리고 궁극적 지향을 조명하는 데서 지역 중심의 시각과는 근본적인 차별점을 보인다는 주장이다.
실제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라도 각 지역 수많은 단위(포와 접)에서 지역별 혁명운동과 집강소 통치 등을 실시했다. 10월 이후 일본군과의 전투도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 전역에서 다양한 규모와 형태로 전개됐다.
동학농민혁명을 '전국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정점에 있는 해월 최시형의 의지와 전략적인 구상(전봉준 등 전라도 지역 지도자들에게 혁명의 속도 조절을 강조함)을 주목하게 된다. 농민전쟁(운동·혁명) 이상의 '동학혁명', '개벽운동'으로서의 동학농민혁명의 성격을 바라본다.
저자들은 이러한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 시각을 도입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지역이 바로 충북 옥천이라고 강조한다.
옥천과 동학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갑오년인 1894년 9월 18일 해월 최시형이 바로 이곳에서 전국의 동학도인들에게 총기포령을 내린 사건이 꼽힌다.
1차 기포 당시, 옥천군 청산면의 문바위골에 은신해 있던 해월은 전봉준의 9월 재기포에 맞춰 기존의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전국의 동학도들에게 총기포할 것을 명령한 것이다. '총기포' 명령이 떨어진 곳이 청산이라는 사실은 동학농민혁명사에서 청산의 의의를 가장 직접적으로 손꼽게 하는 사건이다.
저자들은 "동학(농민)혁명의 혁명적 의의가 비로소 새롭게 조형되고, 그것이 곧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와 미래화를 기약하는 기본 토대가 되는 것"이라며 "충청도 청산 동학농민혁명은 '청산'의 역사적 의의에 주목해 동학농민혁명의 전개 과정과 역사적 의의, 그 지역에서의 동학농민혁명의 주도적인 인물들에 대한 연구 성과를 집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연구 성과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오늘날 지구적 위기 시대에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경험과 사상적 지혜가 크게 이바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소라 기자
<출처: 충북일보(https://www.inews365.com/news/article.html?no=6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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