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통합의료인문학 학술총서 01
의료문학의 현황과 과제
■ 이 책은…
인문학을 중심에 두고 인간의 삶의 의료적인 측면을 탐색하는 ‘통합의료인문학’의 틀에서 한국문학에 나타난 의료적 상황과 이에 대한 인식, 그것이 보여주는 우리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국인의 삶의 양상을 탐구한다. 생로병사라고 하는 인간 삶의 주기성의 모든 국면에 개재하는 의료 요소를 보거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라고 하는 지금-여기에서의 의료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특히 인간의 삶과 마음을 통찰하는 문학을 통해서 의료인문학의 가능성과 가치를 낱낱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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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의료인문학 - 의료문학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필수과목이 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의료’는 인간의 생로병사 모두를 관장하는 포괄적인 개념이 되고 있다. 인간은 병원에서 태어나서 (넓은 의미의) 병원의 케어(치유, 건강관리, 정신건강)를 받으며 살아가고, 또한 갖가지 질병을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결국 병원에서 죽어 간다. 오늘날 의료는 인간 삶의 특별한 현장이나 불행하고 불가피한 순간의 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늘 함께하며, 인간의 존재 의미(행복)나 삶의 질(건강)을 높이는 필수적인 요건으로 자리매김해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이러한 의료에 버금갈 만한 것은 ‘넓은 의미의 교육’뿐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자기계발과 수시로 갈아타야 하는 직업교육, 그리고 신부수업이나 부모교육과 같은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것에서부터 정서적인 부문에 이르기까지 넓은 의미의 교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자발적이든 불가항력적이든 간에 필수적인 삶의 요소인 셈이다. 이처럼 교육과 의료는 인간 삶의 두 측면을 대표하며, 그를 담당하는 병원과 도서관(각종 학습 기제-인터넷 포함)이 확장되고 있다.
의료인문학은 이러한 포괄적인 의미의 ‘의료’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인간의 삶과 생각(인문학)을 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좁은 의미의 의료인문학’으로서 의과대학 등에서 ‘좋은 의사 만들기 / 되기’의 일환으로 도입하는 의료인문학은 본격적인 의료인문학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최근 의과대학 학생들의 ‘국시거부’와 ‘재시험 요구’를 둘러싸고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1등만 해 온 의과대생의 갑질’이나 ‘인성교육이 필요한 의사’ 등의 문제가 노출된 것을 보면 ‘좁은 의미의 의료인문학’의 보급과 확산도 시급한 문제이지만, 이것은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으로서 ‘(본격적인) 의료인문학’이 요구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의료문학’은 이러한 의료인문학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제 방면에 걸친 기능, 역할’ 즉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질병으로부터 인간의 건강한 삶을 회복하는 역할과 문학의 기능, 즉 정서적 감상을 통한 치유적, 회복적 기능의 친연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의료문학은 문학 속에서 의료적 요소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거나, 문학적 의미가 있는 의료기록을 발굴하여 정의하거나, ‘문자문학’의 범위를 넘어서 드라마나 영화, 웹툰 등 문화 방면 전반까지를 망라한다. 이들은 ‘문자(텍스트) 문학’으로부터 출발하기도 하고, 언어를 포함한 텍스트로 환원 가능성까지를 포함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의료적 배경을 갖는 지명(地名) 역시도 의료문학의 범주에서 고찰할 수 있다. 문학이라는 측면에서는 고전문학이나 현대문학을 가리지 않는다. 또한 순수문학이나 장르(SF)문학도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해온바, 의료 부문이 우리 삶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되고 있는지를 재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의료문학의 연구 범위나 그 성과의 효능이 재미에서 그치 않는 것은 자명하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며, 작게 보아도 인간 자신의 건강한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020년은 의료(보건)에 있어서, 인류사의 변곡점이 되는 해이다. ‘최초의 팬데믹’은 아니지만, 인류 거의 전체가 실질적으로 공통경험으로서 보유하는 실질적인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대전(1차-2차) 이후 인류 사회는 급격한 사회적, 사상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를 겪었다. 우리가 겪는 팬데믹-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 역시 그러한 변화를 겪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한 때에, 그 핵심 키워드는 의료(보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료인문학 - 의료문학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소중한 나침반과 지도를 제공할 것이다.
■ 차례
의료문학의 개념 정립을 위하여 _이병훈
1. 감염병 시대의 문학
2. 현대사회와 의료문학
3. 문학과 의학의 접경: 의료문학의 다양한 영역들
4. 의료문학 작품과 실제 비평
의학교육과 의료문학 _이병훈
1. 카타르시스 혹은 말의 모호성
2. 의학교육에서 의료문학의 역할
3. ‘문학과 의학’의 교육 사례
4. 마무리
의료문학 정립을 위한 한국고전문학의 범주 논의―고전서사를 중심으로 _염원희
1. 의료문학과 한국 고전문학
2. 한국 고전문학의 특징과 의료문학 범주 설정의 제 문제
3. 한국 고전서사에서 의료문학의 연구대상
4. 맺음말
정신질환의 의료문학사를 위한 일고찰―화병과 신경쇠약을 중심으로 _박성호
1. 들어가며
2. 근대 초기의 화병과 신경쇠약
3. 점증하는 고난에 대한 표상
4. 개인의 속죄와 신경쇠약
5. 고난과 속죄에서 벗어나는 정신질환
6. 신경쇠약과 예술의 연접
7. 정리하며
의료문학과 대중서사―웹툰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_최성민
1. 서론: 대중문화 속 의료와 질병
2. 웹툰에서 일상툰의 의미, 그리고 일상에서 의료의 의미
3. 환자와 질병을 다룬 웹툰들과 독자의 공감
4. 공감의 댓글과 독자의 글쓰기
5. 메디컬 드라마의 대중적 인기와 영향력
6. 메디컬 드라마 속의 의사와 질병
7. 결론: 의료문학의 확장 가능성
문학치료학 이론과 현장 연구―현황과 전망을 중심으로 _박재인
1. 사람의 서사적 변화를 추구하는 문학치료학
2. 문학치료학 서사이론의 발전 과정
3. 진단과 치료를 위한 서사 유형화 이론들
4. 자기서사 진단을 위한 검사지 개발
5. 문학치료 상담 현장
6. 문학치료의 발전을 위하여
인간의 심연―문학의 치료 지평 _심원섭
1. 들어가며
2. 사전 점검 과제 몇 가지
3. 자신이 만들어 가는 인생 스타일과 치료 가능성
4. 이상적인 치료 조건이란
5. 이상적인 문학치료의 조건
6. 문학치료의 제단계
7. 착해서 인생을 망친 여성 이야기
8. 열등감이 문제? ‘나’가 문제?
9. 궁극적 고통에 대응하는 법
10. 어둠 속에 빛이 있나니
11. 결론: 인간의 본질
포스트휴먼은 고통 없이 살게 될까?―SF로 본 취약성과 인간 향상의 문제 _노대원
1. 호모 데우스인가 호모 파티엔스인가?
2. (불)완전한 삶을 향한 항해
3. 트랜스휴먼의 인간/심연 탐사
4. 포스트휴먼 진화와 퇴화의 역설
5. 아킬레스의 발뒤꿈치에 관한 명상
의약 관련 동리명의 형성과 변천―서울 지역 몇몇 지명에 대한 인문지리적 시선 _김양진
1. 들어가며
2. 계동(桂洞) 이야기
3. 약현과 가운뎃말
4. 가칠목(架七木)과 전동(典洞)
5. 그 밖의 지명 이야기
6. 맺음말
■ 책 속으로
코로나19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회적 관계, 윤리적 판단과 행동, 심리 세계와 정서 등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략) 여기서 문화, 예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특히 문학은 인간에게 ‘이후의 삶(life after)’을 유지하게 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학은 질병으로 인해 상처와 고통을 받은 인간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것과 동반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후의 삶’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진실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강조해서 담고 있는 개념이 바로 ‘의료문학’이다.<17쪽>
우리는 이 시점에서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일차적인 이유는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환자는 위로받기 위해 의사를 찾아간다. 환자는 의사의 따뜻한 손길, 위로가 되는 말 한마디, 아픈 몸과 마음을 보살피고 걱정하는 눈길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만약 환자의 이런 기대를 인간 의사가 저버린다면 미래의 환자들은 AI 의사에게로 발길을 돌릴지도 모른다. 의학교육에서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69쪽>
의료인문학은 교육을 전제로 범주화된 분야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의료문학 역시 교육적 측면에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의사학과 의철학이 분과학문으로 자리잡은 것에 비해 ‘의료문학’은 정체성이나 현실적인 수요 면에서 자리잡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문학을 통해 의사의 공감 능력을 키우고 의사소통 능력을 신장하며, 나아가 문학을 통한 의료윤리 교육이나, 질환 내러티브를 활용한 교육으로 확장되기 위해 의료문학을 정립하는 작업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문학이 의료인문학의 정식 교과과정으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커리큘럼을 구체화해야 하기에 의료문학의 정전을 마련하는 일은 그 선행 단계로서의 의미가 있다. <105~06쪽>
여러 질병 가운데 정신질환만큼 신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도 없으려니와,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존재는 역시 화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병의 자리가 신경쇠약으로 대체되고, 그 환자군 역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서술 대상에서 서술 주체로 옮겨오는 과정이 근대 초기 문학사의 흐름과도 맥락을 공유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화병 역시 신경쇠약으로 ‘대체’된 것이 아니라, 신경쇠약이라는 술어로 ‘재편’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의 주된 흐름이다. <143~44쪽>
드라마 <동의보감>과 <허준>이 인기를 끌면서 한의학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었고, 사회적으로 우리 전통 의료에 대한 재평가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골든타임>을 통해 중증외상센터와 응급진료 체계에 대한 이슈가 증폭되기도 하였다. 드라마 <굿닥터>를 보던 시청자들은 소아외과와 같은 비인기 학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소아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돌아볼 수 있었다.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낭만닥터 김사부>와 같은 드라마들은 의사라는 직업의 지향과 가치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의사가 고민해야 할 사회적 담론의 무게가 어떠한가를 의료인과 대중이 함께 고민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188~89쪽>
지금 세계에서 통용되는 문학치료란 문학을 ‘촉매’로 내담자와 문학치료사가 대화를 나누며, 그 상호작용으로 치료 목표에 도달하는 상담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학의 힘을 적극적으로 적용한 국내의 사례가 있다. 한국문학치료학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문학치료학은 ‘서사(敍事; story-in-depth)’를 기반으로 사람과 문학의 관계를 논구하고, 문학의 작품서사로 사람의 자기서사를 보충·강화·통합 한다는 논리로 치료1의 원리를 설명한다. 장르론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개념인 ‘서사’이론을 구축하여 문학과 사람의 소통관계를 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하였고, 그에 따라 ‘자기서사’를 분석하는 기법을 발전시킨 국내에서 창안된 인문적 실용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문학을 상담과 치료의 촉매제로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을 문학적으로 이해하고 인간의 서사적 변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문학의 역할’을 더욱 깊이 반영한 테라피라고 할 수 있다. <193~94쪽>
기술철학이나 포트스휴머니즘 담론의 논의 이전에 사실 이미 많은 소설 텍스트들이 과학기술에 회의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물론, 그것은 서사적 갈등을 통해 플롯을 전개해야 하는 소설 장르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지한 문학적 SF 텍스트라면 기본적으로 트랜스/포스트휴먼의 고통과 결함 없는 완벽한 신체와 정신, 완전한 사회를 유토피아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탁월한 SF 텍스트가 이념적 태도를 직접적으로 주장하지 않는 것처럼, 인간 향상과 과학기술에 대한 회의적 태도가 과학기술의 일방적인 배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인간의 취약성은 숙명이지만 그것에 일방적으로 굴복하거나 체념하는 것 역시 또 다른 허무주의를 낳을 수 있다. <309쪽>
이른바 ‘계동마님’으로 정착한 서울 토착 양반가문의 주거지였던 ‘계동(桂洞)’이라는 지명의 연원이 되는 제생원(濟生院)의 터에는 현재 3호선 안국역3번 출구 현대사옥 화단 내에 “조선초 서민 의료기관터. 극빈자의 치료와 미아의 보호를 맡았으나 세조 때 혜민서에 병합되었다. 조선조 말엽 이 터에 계동궁이 들어섰다.”라는 표석 문구와, “일반 백성의 질병 치료와 구호사업, 의녀 양성, 향약재(鄕藥材) 수납, 향약에 관한 의학서 편찬 등의 의료사업을 수행한 기관”라는 표석 설명을 담아 설치되어 있다. 한편 이곳에서 멀지 않은 재동(齋洞)6에 갑신정변 때 참살당한 홍영식의 집을 개조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으로 설립된 ‘제중원(濟衆院)’7 터가 있으니 지명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의 역사가 우연히 이어져 가기도 하였다. <316~17쪽>
■ 저자
김양진 _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노대원 _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부교수
박성호 _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박재인 _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심원섭 _ 전 일본 독쿄대(獨協大) 교수
염원희 _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이병훈 _ 아주대학교 다산학부대학 부교수
최성민 _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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