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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개벽 2022·여름호·제7호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7. 11. 16:55

다시개벽 2022·여름호·제7호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

■ 이 책은…

계간지 『다시개벽』 제7호, 2022년 여름호이다. 『다시개벽』은 백 년 전에 창간되었던 우리나라 대표적인 종합잡지 『개벽』을 복간한 계간지이다. 『다시개벽』 제7호는 “우리는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를 주제로 본격적으로 인류세 시대에 생명세계의 새로운 활로를 천착하는 <다시개벽>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서 주체로서의 인간 활동 양상에 대한 성찰을 기반으로 나와 외부세계가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글들이 다양한 유형으로 전면에 배치된다. 오늘날 인간의 의식은 나의 안과 밖이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다는 지평에 도달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개인은 인간 너머 생물, 나아가 무생물과 우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사상이 점점 뚜렷한 토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읽어갈 수 있는 글들이다. 특히 표제 글인 조성환의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는 라투르의 가이아론을 중심으로 이러한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 분야 : 잡지/계간
  • 발행인 : 박길수
  • 편집인 : 조성환
  • 발행일 : 2022년 6월 30일
  • 가격 : 15,000원(1년 정기구독 55,000원)
  • 페이지 : 184쪽 (두께 10mm)
  • 제책 : 무선
  • 판형 : 170×245mm
  • ISBN : 979-11-6629-123-4 (03050)
  • ISSN : 2765-0065

■ 출판사 서평

<다시개벽>은 ‘잡지’라고 하기엔 다소 무거운 문체로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잡지와 ‘학술지’의 중간쯤에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당초에 <개벽>의 복간+복원을 목표로 삼아 창간/복간된 것이니 감내해야 할 운명이다. 어쩌면 시대의 조류에 역행하거나 주류로부터 한걸음 비껴나 있는 것이 될 수 있으나, ‘개벽’이라는 화두 자체가 그러한 운명, 변방의 숙명을 타고난 것이니 기꺼이 자인해야 할 우리의 자리이다.

그러나 ‘개벽’의 속성은 또한, 지금-여기에 만족하거나 체념하며 그 자리를 고수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중심을 향하며, 중심을 해부하고 해체하면서도 중심을 차지하고 새로운 중심이 되려하기보다 다시 변방을 자처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시’가 표상하는 바의 개벽의 속성이다. 그러므로 ‘다시개벽’은 ‘다시 다시’이거나 ‘개벽의 개벽’이 된다. 이를 선천개벽에 이은 ‘후천개벽’이라고도 하고, 그 사이-너머에서 정신개벽, 도덕개벽, 인심개벽, 인간개벽, 물질개벽, 사회개벽, 민족개벽, 문화개벽, 문명개벽 등의 다채로운 변주가 이루어진다. <다시개벽>의 발간은 이러한 ‘다시개벽’을 이 세계에 씨 뿌리고 물주며 축수(祝手)하는 일이다.

지난 5호와 6호에서는 ‘다시 동학 하기’ ‘동학의 새로운 길 모색’을 중심 주제로 삼아서 천제를 올렸다면, 이번호는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를 묻는다. 사실 묻기만 했지, 본격적으로 이 주제를 천착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번 호는 겨우 출입문을 두드리는 정도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내 발밑과 내 둘레(환경-사회, 국가-세계)는 물론이고 전 지구적 지평을 바라보는 문제의식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 ‘인류세’라는 말로 대변되는, 오늘의 인류 그리고 ‘비인간사물’을 포함하는 전 지구적 사물들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 소통과 행복 가능성을 묻는 일이기 때문이다. 묻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로 나아가는 실천적인 삶에 대한 탐색과 탐험이 뒤따를 것이다.

박혜민의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는 ‘혜미니스트’ 선언서이다. 남성을 향해 ‘기울어진 운동장’인 이 사회 속에서 ‘공책여행’이라는 페미니스트 그룹을 만나 통찰과 치유를 경험한 이래로, 너무도 많은 것을 알았기에 다시는 이전의 경사진 세계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나날이 새로운 세계로 향진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신채원의 “생명학연구회, 무엇을 연구할까?” ‘생명학’이라는 변방의 학문을 두고 전개되는 연구회 활동을 소개한다. ‘생명학연구회’는 범개벽파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주변의 여러 ‘따로 또 같이’하는 단체, 그룹과 연계되면서 꾸준히 ‘생명’의 잔향과 홀씨를 퍼뜨리고 있다. 이번 호부터 지속적인 활동 소개를 통해 그 확산의 영역이 더욱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맹주형의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천주교 창조보전운동”에서는 프란치스코 교정의 『찬미받으소서』를 개벽적 시야를 통해 조명하고 소개한다. 이제 오늘날 인류와 지구촌의 과제와 문제는 특정 종교나 사상, 국가나 조직의 틀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열리고 교통하여 연대하는 데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천주교의 성심어린 ‘창조보전운동’이 그 마음과 기운을 북돋움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다시쓰다’의 “인류세 시대의 인간과 자연-폐허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인류세의 철학 – 사변적 실재론 이후의 ‘인간의 조건’』의 저자인 시노하라 마사타케의 글이다. ‘인류세’라는 새로운 시공간으로 차원이동, 공간이동, 우주여행을 경험하고 있는 인류의 처지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주제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라는 문제의식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다시말하다’의 인터뷰는 최근 6권으로 된 대하소설 『소설 동학』의 저자 김동련을 노은정이 인터뷰하였다. 저자는 17세 때 읽은 해월의 전기, 『해월 최시형』을 읽고 소설을 쓰는 꿈을 꾸게 되었고 반세기 만에 그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인터뷰에서 저자는 “자료로써 대신 말하게 하라”라는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이 소설을 집필해 나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하여, 해묵은 주제일 수도 있는 ‘동학 역사 소설’이 펄펄 살아 뛰는 문체로, 생생하게 살아 숨쉬며 독자에게 말을 거는 것을 ‘4D영화’를 보듯이 실감할 수 있게 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호의 제호는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를 철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는 누구인가?”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응한다. 철학 책에서도 흔치 않은 철학적인 질문인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에서의 지속적인 ‘거주가능성(habitability)’이 물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이는 조금만 연장해서 보면 160년 전에 ‘다시개벽’ 도래를 선언하던 ‘개벽의 원조’들의 물음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160년 전만 해도 ‘예언적’ 성격이 강했다면, 그리하여 ‘믿음’으로써 그것을 확신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확실히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예전과는 ‘다른 지구’에 살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도 주관적인 체감이 아니라, 각종 과학적인 지표로서 실증되고 실시간 중계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달라진 지구에서 살고 있다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주어질 것이다.

■ 차례

● 권두언 RE: START

○ 내 몸을 떨리게 하는 것은 모두 님이다 / 홍박승진

● 다시뿌리다 RE: ACT

○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윤혜민
○ 생명학연구회, 무엇을 연구할까 / 신채원
○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천주교 창조보전운동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개벽 바라보기 / 맹주형

● 다시쓰다 RE: WRITE

○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
―라투르의 가이아학과 동아시아사상 조성환
○ 연약한 생명체에 깃든 신
―정동적·감각적 인식론으로서 페미니즘 권수현
○ 인류세 시대의 인간과 자연―폐허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시노하라 마사타케(번역 조성환)

● 다시말하다 RE: DIALOGUE

○ 『소설 동학』 저자 김동련 / 김동련(인터뷰어: 노은정)

● 다시읽다 RE: READ

○ 장바닥에 비단이 깔릴 때
―김지하의 개벽사상과 모성성의 모색 / 임동확

● 다시잇다 RE: CONNECT

○ 철학! 철학!! / 조종오(현대어역 조성환)
○ 사회개조 팔대 사상가(1) / 이쿠타 조코·혼마 히사오(번역 조성환·김정현)
○ 급격히 향상되는 조선 청년의 사상계, 축하할 만한 조선 청년의 지식열 / 박달성(현대어역 박은미)
○ 박희택, 마음은 도의 근본 현대어역 성강현

 

■ 책 속으로

집채만 한 분노가 내 안에서 파도쳤고 손에 잡히는 거라면 모두 부숴 버리고 싶은 충동.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마비가 오는 듯 손가락이 오그라들어 펴지지 않았다. 힘이 풀려 버린 다리와 굳어 버린 손가락을 보며 무서워 울고, 그런 나를 보며 남편은 괜찮다며 꼭 안아줬다. <윤혜민,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모임이 깨지지 않고 이어지는 데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외로워서요.” <신채원, 「생명학연구회, 무엇을 연구할까」>

프란치스코 교종은 “모든 이가 여전히 긍정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며, “우리의 모든 약점에도 우리가 사랑으로 창조되었기에 반드시 관대함과 연대와 배려에서 나오는 행동이 샘솟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과학적 맹신과 자본과 소비의 맹신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으로 창조되어 모든 창조물을 보살펴야 하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인간이 행동한다면 해결 방법은 분명 있다. <맹주형,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천주교 창조보전운동―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개벽 바라보기」>

라투르는 가이아를 글로브(Globe)와 구분한다. 글로브에는, 그것이 종교적이든 과학적이든, 주재자나 통제장치가 있다는 함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이아는 글로브와 달리 예측불가능하다. 그것은 우리가 오늘날 겪고 있는 기후변화나 자연재해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가이아는 근대적인 종교나 과학의 틀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가이아는 ‘근대적’이지 않다. <조성환, 「우리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라투르의 가이아론을 중심으로>

연약한 생명체에 깃든 신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을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안의 연약함을 자각하고, 그것이 상처받거나 짓밟히거나 파괴되는 상상을 통해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확장되게 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연민’이라고 부르는 것, 그것은 자기 안에 남아 있는 희망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권수현, 「연약한 생명체에 깃든 신―감각적·정동적 인식론으로서 페미니즘」>

덧없음 혹은 취약함의 감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그 자체의 광대함, 우리의 존재를 넘어선 곳에서 펼쳐지는 것에 대한 공포 같은 것과 연동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아닌 것과 만나고 연관되어 간다. <시노하라 마사타케, 조성환 옮김, 「인류세 시대의 인간과 자연―폐허 이후의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나’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가능성으로서 모성성을 상징하는 “내 안에 꽃 한 송이” 또는 “나/자신의/엄마”를 모색한다. <임동확, 「장바닥에 비단이 깔릴 때―김지하의 개벽사상과 모성성의 모색」>

■ 필진

홍박승진 _ <다시개벽> 편집장, 현대문학 연구자
윤혜민 _ 혜미니스트, 시민운동가
신채원 _ 인터뷰어, 자유기고가
맹주형 _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권수현 _ 페미니즘 문화이론 연구자
시노하라 마사타케
노은정 _ 자유기고가
임동확 _ 현대문학 연구자
조성환 _ 한국철학 연구자
김정현 _ 현대철학 연구자
박은미 _ 현대문학 연구자
성강현 _ 천도교종학대학원 부산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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