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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로 평화 만들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8. 26. 12:31
레페스 심포지엄 03

종교로 평화 만들기

반일과 혐한을 넘어

■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의 종교학자, 종교인들이 함께 모여 종교와 평화의 의미와 관계, 그리고 미래를 놓고 연찬하고 토의한 성과를 담아냈다. 종교와 평화는 본질에서 동어반복이자 상생의 관계임에도 현상에서 상호모순과 적대의 관계로 현현한다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하여, 이 세계를 이상향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현실에서 폭력을 줄이고 없애는 노력을 통해 평화학과 종교학이 어떻게 서로를 살리고 도와줄 수 있는지를 천착한다. 국적과 교단과 진영을 넘어서 타자(사람, 사회, 국가, 지구)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이 종교와 종교인의 존재 이유이고 평화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사실이, 반일과 혐한이 교차하는 한일 관계의 토대 위 - 학자와 종교인 사이에 마련된 장(場)에 비추어 볼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므로 선명한 시야로써 그 너머를 지지하고 지향하는 길도 찾아내고 있는 책이다.

 

  • 분야 : 종교
  • 기획 : 레페스포럼
  • 저자 : 기타지마 기신, 김용해, 류제동, 원영상, 장정태, 홍이표, 가미야마 미나코, 손원영, 야마모토 조호, 오바타 분쇼, 데라바야시 오사무, 박연주, 이충범, 전철후, 이찬수
  • 발행일 : 2022년 8월 29일
  • 가격 : 20,000원
  • 페이지 : 400쪽
  • 제책 : 양장
  • 판형 : 140×205mm
  • ISBN : 979-11-6629-126-5 (94210)
  • 세트 ISBN : 979-11-88765-02-7 (94210)

■ 출판사 서평

이 책은 지난 2020년 1월, 일본 욧카이치에 있는 쇼센지(玉泉寺) 국제종교문화연구소에서 ‘종교와 평화구축’을 주제로 열린 한일 레페스포럼에서 발표한 글들을 다듬어 엮은 것이다. 그 자리에서는 ‘종교가 인류와 세계, 그리고 지구평화에 공헌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잡고 20여 명의 종교인, 학자 등이 모여 심도 있는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였다. 인류세 시대, 기후위기, 전쟁과 분쟁, 인종차별 등 전 지구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폭력과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 특히 ‘반일’과 ‘혐한’의 역사로 상처를 입히고 입어 온 한국과 일본의 종교학자, 종교인들이 그 아픔의 경험을 토대로 종교와 평화의 관계와 역할을 새롭게 조망하며 논찬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간의 숙성을 거쳐, 모두 15명의 저자(한국-10명, 일본-5명)들이 합심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하게 되었다.

오늘날 정치적 대립을 극복하고 서로 공생하기 위해서는 평화를 쌓을 구체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이 점에서 한일 간의 종교인과 학자들이 모여 ‘상호관계성’을 깊이 하면서 나눈 종교의 평화적 역할에 대한 대화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겨 준다. 이 책의 저자들은 종교가 평화에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과 염원을 한결같이 하는 도반들이며 구도자이다. 인류와 전 지구적 평화를 고뇌하는 지구시민이다. 이 책의 글들은 주제에 따라 역사상의 종교(인)의 평화 사상, 상생의 지혜를 다루거나 평화 구축과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을 소개하거나 혐오와 차별을 낳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글들을 각각 논의하지만, 그 모두가 타자, 특히 일본에서 한국을 그리고 한국에서 일본을 의식하며 써나간 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이는 소통과 모색의 총결산이 아니라 그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소중하다. 이 포럼의 동력이 <아시아종교평화학회> 설립으로 발전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거울: 평화를 비추는 종교적 지혜”이다.
<평화구축과 종교-정토교에서 평화구축을 생각하다>는 정토진종의 경전 󰡔불설무량수경󰡕과 신란(親鸞)의 사상을 중심으로 말법오탁(末法汚濁)의 현실세계에서 ‘비폭력으로 평화를 쌓는’ 불교의 평화 구축 전망을 전해주고 있다.
<평화담론과 종교의 지혜-가톨릭을 중심으로>는 세속국가체제에서 가톨릭이 평화라는 공동선을 실현해 가는 지혜를 (1)미래의 유토피아적 비전, (2)대립의 화해와 일치의 실현, (3)대화를 통한 실재의 체험적 인식, (4)부분을 넘은 전체의 조망으로 제시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종교 갈등의 해소를 통한 평화 추구와 불교>에서는 중국-한국-일본을 넘나들며 전개되는 비판불교운동의 무아(無我) 사상에서의 사회적 차별 철폐 노력의 실천적 함의를 살펴보고 있다. 종교로 인한 폭력 내지 종교의 안목으로 사회적 갈등과 폭력을 조명하고 비판하기 전에 우리 안에 내재한 폭력성이 그 근본원인임을 설파한다.
<원불교의 영성과 환경, 그리고 남북의 평화문제>는 원불교의 본질을 불교의 불법승 삼보를 재해석한 개혁불교이자 현대불교이며 참여불교로 정의하고, 원불교의 진공묘유와 법신불 사은 사상의 영성적 속성을 소개한 다음, 이들이 환경문제와 남북의 평화문제에 이바지할 바를 제안하고 있다.
<원효의 평화사상>은 논쟁이 논쟁의 논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원효의 화쟁사상의 본질을 소개하며 오늘날 학문상에서나 정치, 경제 등 제 사회영역에서 시시비비를 고집하고 갈등하며 대립하는 병폐와 해악을 일소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제2부는 “역전: 굴절된 평화, 종교적 뒤집기”이다.
<‘팔굉일우’에 의한 평화 개념의 변용과 수용>은 식민지 시기 일본이 내세운 ‘팔굉일우(八紘一宇 = 世界一家)’ 논리가 평화 개념을 어떻게 동양평화, 세계평화 개념으로 변용해 갔는지를 만주사변-태평양전쟁 시기의 종교계, 특히 한국 기독교계의 태도를 중심으로 고찰한다.
<기독교 건축에 담긴 평화사상>은 한-일 양국 모두에 기독교 건물과 기타 건축물을 남긴 건축가 윌리엄 메렐 보리즈에 초점을 맞춰, 천황제와 천황을 찬미했던 그의 건축에 담긴 평화 사상과 한계를 정리하였다.
<개신교인에 의한 훼불사건과 개운사 종교평화모델>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적 갈등의 양상들과 개신교인에 의한 훼불사건을 ‘종교폭력을 줄여나가는 과정으로서의 감(減)폭력’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현재 한국사회가 ‘종교폭력’의 심화로 향할지 종교평화의 길로 회향할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진단하고, ‘개운사 종교평화모델’로서 그 대안을 제시한다.
<부산 아미동 대성사에서 발견한 새로운 한일교류>는 부산 아미동에 있는 옛 일본인 묘지를 매개로 한 대성사에서의 새로운 한일교류를 고찰하면서 초국가적(trans-national)인 교류의 가능성을 고찰한다.
<절망 끝에 미래는 있는가>는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을 결여한 현재 일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토진종의 활동이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소개하면서 자유, 평등, 평화의 기도로써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부터 평화구축의 작업을 해 나가자고 제안한다.

제3부는 “태도: 평화로 가는 인간적 자세”이다.
<있다, 듣는다, 돕다, 이야기하다, 묻다>는 ‘전쟁이 없는 상태’로서의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헌신적인 행위가 지역사회를 넘어, 국제교류의 장에서까지 실현되고 지속된다면 평화를 위협하고 파괴하려 드는 상황과 세력으로부터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본다.
<‘같은’ 것들이 ‘같이’ 울린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평화를 위한 종교적 윤리를 모색하면서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서로간의 다름’을 인정하는 ‘거리를 두면서’ ‘느슨한’ 연대를 추구함으로써 자리행과 이타행을 동시적으로 성취하는 것을 제시한다.
<오해와 편견, 이슬람에 관한 소고>는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양상과 불합리성을 지적한다. 중동지역 또는 무슬림과 관련된 폭력과 테러리즘의 역사적 연원과 현실적 배경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무슬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평화 안에서 서로 연대하는 길을 모색한다.
<인류세 시대와 종교의 평화론>은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가 당면한 과제인 인류세와 기후위기는 근본적으로는 삶의 가치관과 인식,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타자화를 넘어선 공공적 평화공동체의 가능성을 종교에서 찾고자 한다.
<세 가지 다원주의>은 ‘안보’‘평화’‘종교’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자기중심적 안보가 도리어 불안을 야기하고, 남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그 불안을 해소시켜온 국제정치적 역학의 심층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고, 평화와 안보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평화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 차례

I. 거울: 평화를 비추는 종교적 지혜

평화구축과 종교―정토교에서 평화구축을 생각하다 | 기타지마 기신
1. 들어가며
2. “불설무량수경”에서 말하는 평화구축의 전제조건
3. 평화구축과 인간의 주체화
4. 종교적 세계의 시작과 자기중심주의의 해방
5. 현실 세계와 평화구축
6. 나가며
평화담론과 종교의 지혜―가톨릭을 중심으로 | 김용해
1. 들어가며
2. 그리스도교의 ‘평화관’과 인격주의적 인간관
3. 종교의 사명과 평화공동체 건설
4. 평화프로세스와 갈등을 극복하는 원리들
5. 평화담론과 종교의 지향적 가치들
동아시아에서 종교 갈등의 해소를 통한 평화 추구와 불교 | 류제동
1. 들어가며
2. 동아시아 평화의 맥락에서 종교의 국가적 함의
3. 동아시아 각국의 평화적 교류에서 비판불교의 중요성
4. 동아시아의 평화에서 무아(無我)의 함의
5. 나가며
원불교 영성과 환경, 그리고 남북의 평화문제 | 원영상
1. 불법에서의 환경과 국가의 의미
2. 원불교 영성의 세계
3. 환경 및 남북 평화문제에 대한 원불교 영성의 실천원리
4. 맺는 말
원효의 평화사상 | 장정태
1. 들어가며
2. 원효의 신분과 활동
3. 화쟁의 내용
4. 나가며

II. 역전: 굴절된 평화, 종교적 뒤집기

「팔굉일우」에 의한 평화 개념의 변용과 수용 | 홍이표
1. 들어가며
2. 「팔굉일우」 개념의 탄생과 변용 과정
3. 한국 종교계의 「팔굉일우」 수용 과정과 ‘평화’
4. 나가며
기독교 건축에 담긴 평화사상 | 가미야마 미나코
1. 들어가며
2. 윌리엄 메렐 보리즈의 생애와 평화사상
3. 한반도의 작품과 설계 사상
4. 작품들의 특징과 ‘하나님 나라’
5. 일본 천황제와 보리즈의 기독교 사상이 지닌 한계
6. 나가며
개신교인에 의한 훼불사건과 개운사 종교평화모델 | 손원영
1. 들어가며
2. 종교갈등의 양상과 훼불사건
3. 개운사 종교평화모델
4. 나가며
부산 아미동 대성사(大成寺)에서 발견한 새로운 한일교류 | 야마모토 조호
1. 들어가며
2. 부산 거주 일본인의 역사와 아미동 일본인 공동묘지
3. 한국전쟁과 일본인 묘지에 유입된 피난민들
4. ‘아미동 비석문화마을’과 ‘일본인묘지’의 재인식
5. 나가며
절망 끝에 미래는 있는가 | 오바타 분쇼
1. 들어가며
2. 해방신학에서 배우다
3. 브라질을 생각하다
4. 현실 인식에서 시작하다
5. 결여된 전쟁 책임
6. 강제연행·강제노동희생자의 유골
7. 나가며

III. 태도: 평화로 가는 인간적 자세

있다, 듣다, 돕다, 말하다, 묻다 | 데라바야시 오사무
1. 평화라는 말
2. 종교라는 말
3. 인간관계 속 종교와 평화
4. 인구감소와 불교적 상황
5. 중간집단의 약화와 사회적 위기
6. 포퓰리즘과 내셔널리즘
7.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종교
‘같은’ 것들이 ‘같이’ 울린다 | 박연주
1. 들어가며: 무엇이 인간의 평화를 방해하는가
2. 자타불이의 깨달음과 평화
3. ‘같음’이 ‘같이’를 이끄는 시스템과 ‘종교적’ 윤리의 바탕
4. 나가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같이’를 위한 절호의 기회
오해와 편견, 이슬람에 관한 소고 | 이충범
1. 들어가며
2. 오해의 원인과 이해의 필요성
3. 오해와 편견
4. 나가며: 앗싸비야(Assabiya)
인류세 시대와 종교의 평화론 | 전철후
1. 인류세 시대의 지구위험
2. 인류세의 인간관
3. 평화의 개념화
4. 타자화 극복의 평화인식
5. 인간중심 ‘인(人)’권을 넘어 ‘녹색’ 인권으로
6. 공(公)이 공(共)한 평화공동체
세 가지의 다원주의―안보·평화·그리고 종교 | 이찬수
1. 들어가며
2. ‘북핵’을 문제로 삼는 이유
3. 힘에 의한 평화와 안보딜레마
4. ‘안보가 안보에게 늑대이다’
5. ‘안보’와 ‘안보들’
6. 세 가지의 다원주의: 안보다원주의, 평화다원주의, 종교다원주의
7. 한반도 안보트릴레마
8. 트릴레마의 돌파구
9. 뉴욕타임즈에 광고하고 BTS에 요청하라
10. 진짜 강한 이의 몫
11. ‘감폭력’의 길

일본어 초록문

 

■ 책 속으로

○ 평화를 쌓는다는 것은, 상호관계성을 기준으로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면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도 어느 정도는 이뤄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번뇌’라는 자기중심주의가 있는 한 자기 안의 세계를 혼자 뛰어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토진종의 가르침이다.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자기 밖에 존재하는 타자=절대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절대자의 영성, 정토진종에서 말하는 아미타불 본원(本願)의 힘에 의해 눈이 뜨이고, 개별성 속의 보편성을 발견하며, 각자 존재하는 인간에게서 부처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더불어 현실 세계는 진실 세계를 안에 품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 ‘깨달음’으로 인간은 더 망설이는 일 없이 평화를 향해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종교를 뛰어넘은 공통성이 여기에 있다. <본문 35쪽>

○ 종교는 때로 시민들의 신념과 태도를 근본주의적으로 고착시켜 오히려 평화공존의 걸림돌이 되게 할 가능성이 있는 한편, 다른 한편 시민들을 양성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중시하고 모든 인간의 완성과 평화를 건설하는 평화 일꾼이 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종교가 가지는 평화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근본가치를 발굴하는 것은 종교인과 신앙인들의 사명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성찰하는 지향적 가치는 그리스도교 관점에서 출발하지만, 이웃 종교에서도 발견되는 보편적 가치라 여겨지는 것이다. 이 성찰은 종교 간의 대화가 더욱 진전되어 한스 큉이 제창한 세계 윤리(Welt Ethos)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본문 57쪽>

○ 남북의 평화통일 문제는 여전히 교착 상태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데탕트의 맛을 본 이상 이제 평화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해지고, 남북의 동질성을 향해 더욱 전진할 것이다. 그리고 남북은 평화통일로 세계의 모순을 해결함과 동시에 세계평화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쓰는 동반자로 세계사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시작은 새로운 형태의 국가일 것이다. 외형으로는 국가의 기능을 빌리지만, 내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통일국가 즉, 보다 친밀한 인간공동체인 동시에 보다 높은 정신세계를 구가하는 국가를 형성할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통일은 지구의 묵은 원한을 해원하는 그 어떤 축제로 갈 것이다. 앞에서 말한 국가의 한계를 넘어선 그 무엇이 한반도의 통일을 기다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문 107쪽>

○ 개운사 모델의 또 다른 축은 ‘종교전문가 학술토론형’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운사 훼불사건이 벌어졌을 때, 불당회복을 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다. 그래서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불당을 회복함으로써 사건의 종결을 꾀하였다. 그런데 의도하지 않게 개운사 측에서 성금을 고사함으로써 개운사 모델은 시민참여형의 범위를 넓히게 된 것이다. 즉 개운사 측은 모금한 성금을 고사하면서, 훼불사건이 이렇게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국민들이, 특히 종교인들이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 부족의 결과임으로 종교의 이해를 넓히도록 하는데 그 성금이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였다. 따라서 성금모금위원회는 종교평화를 위한 학술토론 모임인 ‘레페스포럼’(RePeS Forum: Religion+Peace+Study Forum)에 개운사 측 요구가 반영된 학술모임을 열어줄 것을 요청하며 목적사업기금으로 성금을 기탁하였다. 그래서 탄생된 것이 ‘레페스 심포지엄’(RePeS Symposium)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갈퉁의 표현으로 설명하면, 종교 간의 ‘평등과 조화’를 추구하는 원리로 이해된다. 그래서 시민참여형이 ‘성처와 갈등 치유’에 맞춘 종교평화 모형이라면, ‘종교전문가 학술토론형’은 ‘평등과 조화’를 목적으로 한 종교평화 모형이다. 그런데 여기서 강조할 것은 전자에 비해 후자가 더욱 활성화될수록 종교평화 역량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처럼 ‘종교전문가 학술토론형’은 종교평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본문 216쪽>

○ 종교학계는 다양한 종교의 평화 개념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각종 학회나 글을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역시 우리 사회의 종교 간 갈등, 특히 이슬람 관련 혐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각 종교가 이웃 종교 혹 타종교에 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의 활성화가 필요하리라 본다. 기독교계는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이슬람포비아를 불식하기 위해교회교육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타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적 차원의 이해를 넘어서서 타자에 대한 공감 역량을 발달시키는 종교 본연의 교육 목적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본문 307쪽>

○ 종교 및 종교계가 평화유지와 구축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다양한 방법론들 가운데 기본적인 것은 지구촌 한 지역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극복하는데 종교계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 그것도 혐오와 편견이 종교적 옷을 입고 있다면 더욱더 그러하다. 위에서 검토하였듯이 중동과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오랫동안 고정된 인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대표적인 고정관념들을 검토해본 결과 역사적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중동은 아랍이고, 이슬람 국가들이란 고정된 관념은 변경되어야만 한다. 이 지역 국가들은 각기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있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을 하나로 통칭하여 일반화하는 것은 인식의 폭력일 수 있다. 오리엔탈리즘처럼 동양에 대한 서양의 사고방식이며 지배방식과 동일한 것이다. 중동지역의 전쟁과 테러리즘이 이슬람에 기인한다는 생각도 역사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지하드 개념은 이슬람의 중심 개념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 희미했던 개념이었다. 이를 소환한 것은 이슬람 자신들이 아니라 서구에 의해서였다. 또한 이슬람 제국은 상대적으로 전쟁 중 비폭력적 사례들을 다수 남겼다. <본문 332쪽>

○ 종교평화는 “평화다원주의”의 관점에서 대화적이고 관계적인 것이라는 인식, 저마다의 신념은 타자에 대한 긍정, 개성의 존중, 자유의 인정 안에서 타당해진다는 사실을 종교의 근본으로 삼는 것이다. 벡은 종교 근본주의의 폭력성이 자기 확장에 있다는 것을 경계하면서 세계정복적 보편주의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으며, 세계시민주의를 대안으로 삼는다. 세계시민주의는 사고방식과 공존 행위를 통해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이며, 종교의 다름의 인정이 종교적 세계시민주의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벡은 종교와 종교적인 것, 즉 명사인 종교와 형용사인 종교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명사로서의 ‘종교’는 이것과 저것의 이항대립의 논리에 맞춰 종교 영역을 규정하지만, 형용사로서의 ‘종교적’은 세계 속에서 종교에 제기하는 실존적 질문에 접근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형용사 ‘종교적’은 경계를 흐릿하게 하면서 포괄적이며 통합적인 대안을 상상하게 한다. <본문 351쪽>

○ 한반도 평화를 열어줄 첫 열쇠는 역시 한국인과 한국 정부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남북 모두에게 유리한 상생적 정책을 늘 고민해야 한다. 반북적 국제질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주로 ‘뾰족한’ 대응적 외교에 익숙해진 북한에게 한국이나 미국적 여유나 협의의 국제적 관례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해서는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다. 김정은 정권을 포함하여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그리고 남과 북이 만나야 할 명분과 실리를 북한에 지속적으로 주어야 한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특히 미국 사회 전체를 설득해야 한다. 미국은 특정 대통령의 나라가 아니다. 미국인의 나라이다.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유력 언론에 평화를 위한 감동적 전면광고를 해야 한다. 여러 차례 해서라도 미국 시민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가 중국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을 줄여 동아시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미국에게도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북한을 통해서도 미국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국인 다수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문 369쪽>

■ 필진

기타지마 기신 _ 욧카이치대학 명예교수
김용해 _ 서강대 교수
류제동 _ 성균관대 강사
원영상 _ 원광대 교수
장정태 _ 한국민속불교학회 회장
홍이표 _ 야마나시에이와대학 준교수
가미야마 미나코 _ 나고야가쿠인대학 준교수
손원영 _ 서울기독대 교수
야마모토 조호 _ 리츠메이칸대학 강사
오바타 분쇼 _ 도호대학 명예교수
데라바야시 오사무 _ 전 오오타니대학 교수
박연주 _ 동국대 문화학술원 HK연구교수
이충범 _ 협성대 교수
전철후 _ 성공회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이찬수 _ 레페스포럼 대표

■ 레페스포럼

‘레페스포럼’은 종교가 폭력 축소와 평화 구축에 공헌할 수 있기를 바라는 다양한 연구자들의 토론 모임이다. ‘레페스’는 REligion and PEace Studies(종교평화연구)의 약어이며, 2015년 창립 이래 종교-폭력-평화-국가의 관계에 대해 정기적으로 토론한 뒤, 그 결과를 각종 대중매체와 SNS를 통해 공유하는 한편, 출판을 통해 체계화하면서 심화 확장시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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