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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의 재발견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8. 29. 14:12

정동의 재발견

가타리의 정동이론과 사회적 경제

■ 이 책은…

최근 자본주의 체제가 플랫폼을 통해서 정동을 활성화하여 부수적인 이득을 얻으려 하는 상황을 지칭하는 정동자본주의, 플랫폼자본주의에서 정동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재발명함으로써 탈성장 사회로의 거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대적 요구의 출구를 모색하는 책이다. 스피노자 이래 정동이론의 창안-심화의 과정을 폭넓고 속 깊게 살피고, 한국사회에서의 정동자본주의의 전개 양상을 망라하여 정동이론을 주체적으로 자리매김해 나가는 전반부는 정동 철학의 자리매김이다. 후반부는 탈성장 시대를 주도하는 주체로서의 대안적인 공동체 기업과 그 활동으로서의 사회적 경제가 도전과 혁신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영감과 아이디어와 활력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가타리의 욕망이론 등을 통해 정동의 개념과 외연을 날카롭게 함으로써 현실분석을 새롭게 발명한다. 이를 통해 시민, 주부, 협동조합원, 사회적 기업가, 청(소)년 등이 사회 혁신의 영역에서 사랑, 돌봄, 모심, 살림, 보살핌, 섬김 등으로 정동해방을 위한 강렬한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

 

  • 분야 : 철학
  • 저자 : 신승철
  • 발행일 : 2021년 8월 31일
  • 가격 : 25,000원
  • 페이지 : 480쪽 (두께 23mm)
  • 제책 : 무선
  • 판형 : 152×225mm(신국판)
  • ISBN : 979-11-6629-132-6 (03300)

■ 출판사 서평

정동의 재발견인가? 재발명인가?

2020년 코로나 19사태와 팬데믹으로 인해 본격화한 ‘플랫폼자본주의’는 ‘정동(情動)자본주의’의 한 양상으로서, 급속히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되었다. 여기서 정동(affect)은 일찍이 스피노자에가 기쁨, 슬픔, 욕망과 같은 것을 지칭하는 말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특히 플랫폼에서 정동은 인기, 재미, 흥미, 운, 활력, 기쁨 등의 양상을 띠고 전개된다. 이는 한마디로 각각의 개체 이전에, ‘관계’ 속에서 흐르고 순환하고 유통되는 활력과 힘, 생명 에너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정동이 자본주의에게 포획될 때 채굴자본주의, 추출자본주의, 정동자본주의, 플랫폼자본주의 등으로 불리게 된다.
정동자본주의의 개막은 강렬한 정동의 가치 즉 욕망가치의 현존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별 없는 보편적 기본소득 정당성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동시에 정동은 첨단기술사회에서 인공지능이나 기계류가 아닌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역량으로서 주목된다. 또한 정동은 커먼즈(Commons, 公有地/共有地)에 기반한 공유사회를 이룩할 인류의 오래된 미래의 지혜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정동은 인류의 사랑이 넘치는 미래를 약속하며, 지속가능성의 기준이 되는 삶의 필수요소인 셈이다.

그런데, 플랫폼자본주의 하에서는 플랫폼 자체가 정동을 유발하고 부추긴다. 유튜브,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의 일상화된 콘텐츠 플랫폼이나 여러 가지 배달 플랫폼 등의 등장은, 정동 논의를 혁신하고 재창안하라는 시대적 요구의 표현이다. 문제는, 실제로 플랫폼 내에서 웃고, 울고, 즐기고, 기뻐하고 인기를 누리며 정동을 발휘하다 보면 그 이득은 모두 플랫폼이 가져가 버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동자본주의-플랫폼자본주의 하에서 정동은 권력과 자본에게는 천연자원으로 다루어지고 만다.

이런 팬데믹이 한참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책, 『정동의 재발견: 가타리의 정동이론과 사회적 경제』는 새로운 쟁점과 논의를 끌어안아 재창조되었다. 웅성거림, 잡음, 소음, 잉여라고 불리는 정동의 강렬도의 전달은 미세한 개념의 격자들 이를 테면 평판체계, 호출노동, 열정노동 등에 걸려들어 다양한 개념으로 구현되어 이 책의 면면을 이룬다. 이 책의 제목은 ‘정동의 재발견’이지만, 사실상 정동 관련 연구서를 총망라하면서 작가가 ‘재발명’하려는 의도를 포함한다. 그와 관련하여 이 책이 정동 문제를 다루는 범위와 정도는 기존의 정동 논의를 거의 전부 아우르는 폭넓음과 스피노자 이래의 정동 이론가를 망라하며 그 비판적 고찰을 병행하는 속 깊음을 동시에 보여준다.

한국사회에서의 정동논의를 보면, 현행 한국사회의 문제들, 다시 말해 열정노동, 갑질 문화의 제 양상, 감정노동자 문제, 가사노동, 돌봄의 사회화, 젠더불평등 등의 문제로 횡단하고 교차하면서 정동이 적용될 때는 광범위한 사회현실 일반에 대한 열쇠개념(딱 맞춤 해법)으로 정동을 제시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그러한 후반부의 가속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초반부의 감속(더디게 읽힘)을 견뎌내야 한다. 초반부의 스피노자의 정동의 기하학에서 가타리의 정동의 지도제작의 방법론으로 향하는 정동의 철학사를 읽는 과정에서의 정동 개념은 깊고 심오하기 그지없어 다소 모호하다는 느낌이 든다. 동시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동의 미세한 힘과 섬세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동이 ‘지극함 개념’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정동은 사회적 경제를 혁신할 핵심 키워드다!

이 책의 부제에서와 같이 ‘사회적 경제’에 정동을 적용하는 과정은 ‘탈성장을 맞이한 공동체의 혁신’이라는 과제에 대면하게 한다. 돌봄, 모심, 살림, 보살핌, 섬김 등에 기반한 사회적 경제가 횡단성, 탄력성, 임기응변성, 지속가능성 등을 지향해 가야 한다는 ‘사회적 경제의 정동해방에 대한 단상’이 곳곳에 나타난다. 금방 눈에 띄는 부분은 정동해방은 탈성장과 동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대전환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음새이자 이행의 구성요소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사회적 기업가, 협동조합조합원, 마을공동체운동가 등에게 ‘탈성장 시대에 대안적인 공동체기업’에 대한 단서와 영감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의기소침, 결핍, 소외가 아닌 활력과 에너지로 가득한 정동해방, 활력해방 시대의 개막이라고 웅변하고 있다.

이 책에는 격변하는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환경의 변화와 가속화되는 탈성장 전환사회로의 이행을 맞이한 한국사회가 정동을 통해서 어떻게 사회적 경제에 색다른 판을 깔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곳곳에 제시되고 있다. 성장주의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자본은 더 이상 외부(식민지)를 찾을 수 없게 되자 외부로부터 내부로 눈을 돌려 공동체에 대한 질적 착취 국면으로 이행했다. 코드의 잉여가치(공동체 착취), 권력의 잉여가치(갑질), 흐름의 잉여가치(시너지 착취) 등의 양상은 모두 정동과 관련되어 있다.

정동자본주의 하에서 정동이 인공지능, 네트워크, 빅데이터, 플랫폼 등에 의해서 다층적으로 포섭되는 상황에 직면하여, 협동조합모델의 근대성을 넘어서 정동해방과 탈성장 투트랙 전략을 통해서 더욱 활력 있게 전환사회를 맞이해 보자는 정동이론의 전략은 탈성장에 대한 비전을 입체화한다. 동시에 첨단기술사회에서 개인주의와 1인 가구의 전면화로 인한 정동의 소외 양상과 더불어 노동과 활동 사이, 감정노동과 정동노동 사이, 경제와 살림 사이, 권리주의와 자율주의 사이에서 분열된 정동의 딜레마 상황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며 정동자본주의 ‘너머’의 대안을 모색한다.

정동이론은 사회 혁신가들에게 색다른 영감을 줄 것이다

이 책의 <1부. 정동에 주목한 두 철학자, 스피노자와 가타리>는 스피노자주의의 전개 과정에서, 정동의 이행양상으로서의 기하학에서 지도제작으로 이행한 말년 저작 이야기와 가타리의 도표전략, 리토르넬로, 기호-욕망 등 정동이론의 발생과 기본적인 전개 양상을 개괄한다. <2부. 정동의 소외, 다양한 논쟁을 격발하다>는 노동과 활동의 차이, 정동노동과 감정노동의 차이, ‘지식과 정보’와 ‘지혜와 정동’의 차이, 자율주의와 권리주의의 차이, 돌봄의 사회화 논의와 정동의 소외양상 등을 다룬다. <3부. 가타리의 욕망가치론, 사회적 경제를 진단하다>는 정동자본주의의 개막 이후의 다양한 사회 현상과 인지자본주의와 정동자본주의의 차이점, 대안적인 공동체기업에서의 정동경제를 다룬다. <4부. 사회적 경제의 업그레이드 버전은 가능한가?>에서는 공동체기업에게 정동이 주는 아이디어, 단상 등을 모았다. 특히 탈성장 전환사회에서의 정동순환과 정동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초극미세전략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전공한 펠릭스 가타리가 다시 부활하여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에게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사회적 경제로의 뾰족한 첨단의 지점으로 향하라고 독려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다시 말해 탈성장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시점에서 대안적인 공동체 기업의 도전과 혁신에게 영감과 아이디어, 자극을 줄 사람은 가타리임을 주장한다. 가타리를 통해서 정동은 더욱 날카롭게 벼려지고 활력으로 가득한 개념으로 재구성되고 재발명된다. 이 책은 가타리의 정동에 대한 지도제작 방법론을 통한 현실분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시민, 주부, 협동조합원, 사회적 기업가, 청(소)년 등에게 접근한 교양서이다. 넓지만 깊이 있는 이 책은 한국사회 사회 혁신가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 차례

  • 서문 : 왜 우리는 다시 정동을 말하는가?
  • 제1부 정동에 주목한 두 철학자, 스피노자와 가타리
    • 1. 스피노자의 삶의 자기원인으로서의 정동 개념
    • 2. 스피노자, 자유인의 해방 전략을 말하다
    • 3. 정동의 기하학에서 지도제작으로
    • 4. 도표(diagram)전략, 정동을 혁신하다
    • 5. 리토르넬로, 정동의 반복의 후렴구와 화음
    • 6. 기호-욕망 단계로의 이행에서의 정동의 재발견
  • 제2부 정동의 소외, 다양한 논쟁을 격발하다
    • 1. 사물의 본질이 아닌 곁에 서식하는 정동
    • 2. 정동에 대한 두 가지 태도―아카데미와 생태적 지혜
    • 3. 사랑의 유한성과 무한성 사이에서―감정노동과 정동노동
    • 4. 열정노동과 활동과 노동의 경계
    • 5. 살림과 경제의 분열, 정동에 대한 젠더/섹슈얼리티 논의
    • 6. 자율주의와 권리주의가 바라본 정동
    • 7. 돌봄의 사회화 논쟁들
    • 8. 소외된 정동과 구성주의 전략
  • 제3부 가타리의 욕망가치론, 사회적 경제를 진단하다
    • 1. 욕망가치(=강렬한 정동의 가치)와 기본소득
    • 2. 외부가 사라진 문명, 내부의 정동에 눈을 돌리다
    • 3. 코드의 잉여가치, 권력의 잉여가치, 흐름의 잉여가치
    • 4. 4차 산업혁명과 정동에 대한 기계적 포섭
    • 5. 정동의 영역, 인지자본주의의 공백
    • 6. 정동 피로도: 위생적 관계 설립과 독신자 쾌락기계
    • 7. 협동조합의 근대성과 정동을 통한 혁신 논의들
    • 8. 가타리의 기호론과 대안적인 공동체기업의 가능성
  • 제4부 사회적 경제의 업그레이드 버전은 가능한가?
    • 1. 경우의 수의 설립, 생태다양성과 정동에 의한 특이점 설립
    • 2. 지도 그리기 전략, 결사체와 사업체 간의 긴장관계와 정동으로 바라본 그 너머
    • 3. 내발적 발전 전략, 정동 흐름과 순환의 시너지효과
    • 4. 배치의 재배치, 사회적 경제와 발성 도입을 통한 협치의 재조직화
    • 5. 초극미세전략, 탈성장 시대의 정동의 양자적 발생
    • 6. 순수증여, 보이지 않는 것들과 정동의 재구성
  • 결론 : 정동의 재발견, 대안을 말하다

 

■ 책 속으로

○ 정동은 주변과 가장자리, 곁을 돌보고, 양육하고, 보살피고, 섬기고, 모신다. 그런 점에서 정동은 돌봄, 모심, 섬김, 보살핌, 살림 등과 동의어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어떤 지주가 “이것은 내 땅이다”라고 소유권을 주장할 때, 그 땅이 비옥하고 지렁이와 미생물이 풍부하게 되기까지 소작농이 이 땅을 돌보고 보살피고, 양육한 정동은 무시되고 배제된다. 정동은 이유와 본질을 적시하는 의미화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주변, 가장자리, 곁에서의 작동과 양상의 지도화 방식으로 나타난다. 부모는 자녀에게 “너는 내 거야”라고 결코 확언하지 못하면서도, 돌봄과 양육의 과정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정동의 양상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본문 26쪽>

○ 돌봄은 정동의 또 하나의 이름이다. 돌봄이 기능 분화되면 각각이 감정노동이라는 지긋지긋한 업무가 되고 일이 된다. 반면 아침에 밥을 먹고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행위에도 단순하지만 다기능적인 정동이 아로새겨져 있다. 옷이 깨끗한지, 신발에 뭐가 묻어 있는지, 영양이나 위생 상태는 충분한지, 마음가짐은 똑바른지 등의 다기능적인 돌봄과 살림, 즉 정동이 발휘되는 것이다. 모심과 살림, 돌봄, 보살핌, 섬김과 같은 영역은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다기능적인 정동노동의 영역이다. 이것이 기능 분화되면 각종 돌봄 서비스나 감정노동 등이 되어 정동이 사고 팔리게 된다. <본문 70쪽>

○ 사물의 주변, 곁, 가장자리에 서식하는 정동은, 펠릭스 가타리에 의해서는 ‘기계적 무의식‘이라고도 불린다. 기계적 무의식은 부부의 침실에도, 축구경기장에도, 텔레비전에도 서식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기호의 반복으로 가득하다. 냄새, 색채, 음향, 몸짓, 맛, 이미지 등 비기표적 기호계가 꾸르륵 소리를 내며 반복된다. 그래서 가타리는 ‘기호의 반복이 에너지가 된다’는 『분열분석적 지도제작』(1992)에서의 구도를 선보였다. 다시 말해 사물의 곁에 서식하는 정동으로서의 활력과 생명력은 사실상 기호의 누적적인 반복이 만든 힘과 에너지이다. <본문 135쪽>

○ 정동과 욕망의 자율주의가 말하는 정동의 영역은 느림, 여백, 여유, 한계 등 감속주의 전망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강렬한 흐름, 집단적 배치의 무의식의 행렬, 유한자의 무한 결속과 같은 가속주의 전망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자율의 영역이 지극히 비효율적이며 잉여, 소음, 잡음, 잔여 이미지, 찌꺼기 유형의 조직화 방식이라는 편견이나 선입견으로부터 벗어나, 유능하고 능력으로 가득 찬 풍부함과 다양함의 조직화 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감속 트랙과 가속 트랙 둘 다를 갖고 있는 정동의 미시정치의 양상을 앞에 두고 권리주의와 자율주의라는 정동의 이중집게를 조명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아직 미미하며, 동시에 이를 위해 선행적으로 지혜와 정동이 강렬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본문 212쪽>

○ 정동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돌봄의 역할은 정동을 촉발시키고 보존하고 양육하는 과정에 있지만, 그것이 정동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아동이나 노인들에게 정동의 자기발생적인 과정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정동의 강렬도를 끌어올리는 촉매자의 역할을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해낼 뿐인 것이다. 사랑노동이 활력을 상실하고 정동의 강렬도를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국면이 찾아왔을 때, 결국 돌봄의 사회화 국면은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현실에서 전면화되었다. <본문 227쪽>

○ 흐름의 잉여가치는 삶의 잉여가치이며, 정동의 핵심적인 작동 양상이다. 그것은 타르드(Jean Gabriel Tarde)가 양자적 흐름으로 얘기했듯이 모방과 같은 따라하기가 거대한 무의식의 행렬을 만들고 정동의 흐름의 동력이 되는 양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동자본주의에서는 플랫폼이 이러한 양자적 흐름에 따라 설계된다. 동시에 인공지능이나 네트워크 효과도 모두 정동의 흐름을 모방하기 시작한다. 정동자본주의는 ‘의미화=모델화=표상화’를 통한 자본화의 시도와 같은 인지자본주의 시절의 죽고 딱딱하고 화석화된 상품 질서를 작동시키지 않는다. 대신 정동자본주의에서는 ‘지도화=메타모델화=비표상적 흐름’을 통해서 판 자체를 깐 상황에서 정동의 흐름에 따라가면서 자본화가 동시적으로 이루어진다. <본문 293쪽>

○ 정동자본주의는 특이점(singularity)의 발생에 촉수를 드리우고 예민하고 민감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서 특이점의 예봉을 꺾거나 돈으로 매수하여 포섭하거나 특이점 자체를 흉내 내거나 등의 여러 가지 기법을 통해서 포획하려 한다. 하지만 그 특이점 자체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인과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마치 딥 러닝의 확률론적인 작동 방식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할 수 없는 기술과학의 한계와도 같다. 결국 정동의 식민화를 극복하는 경로는 마수미의 내장감각과 같이 왜소한 설명방식이 아니라, 특이성 생산, 정동의 판 자체의 생산의 영역을 통해 드러난다. <본문 311쪽>

○ 그런 점에서 정동의 순환과 흐름에 맞는 색다른 공동체기업에 대한 모색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협동조합의 장점인 자본주의 외부성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협동조합 구성원들이 직감하고 있듯이, 협동조합의 자본주의 외부성과 게토적인 성격을 야성적 정동으로 바꾸지 못하고 그저 수익구조를 통해서 유지의 논리나 지속가능의 논리로 방어하려는 행태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의 외부성이 혁신성과 선도성을 발휘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조직 형식 유지의 논리에 따라 자신의 장점을 봉쇄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기후위기 상황에서 탈성장 등의 전환사회 비전을 자본주의 내에서 실현해야 할 협동조합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비/반자본주의 실험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은 주저하고 망설이면서 자원과 프로젝트를 따라가게 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본문 354쪽>

○ 활력해방, 정동해방은 불현듯 올 것이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대대적인 경기 후퇴가 있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엄연한 진실을 마주하지 못하는 사회 상황이 도사리고 있다. 정동해방은 이러한 지체와 주저함에 대하여 완전히 급진적이고 혁신적인 탈성장의 화두를 던져서 이를 미세하게 구체화화는 과정이다.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급격한 전환의 상황이 찾아올 것이다. 성장주의로 말미암아 오염되어 있던 사회의 각 조직과 집단이 공동체기업의 혁신성과 선도성에 따라 전변될 것이다. 이는 상상치도 못한 역습처럼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던 탈성장 전환사회의 특이점이 설립되는 순간에 찾아올 것이다. <본문 456쪽>

■ 저자

신승철 _ 문래동예술촌에서 아내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면서 공동체운동과 사회적 경제, 생태철학 등을 공부해 왔다. 2010년 프랑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세 가지 생태학』과의 만남을 계기로 줄곧 생태철학을 연구하는 중이다. 2019년부터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ecosophialab.com)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조합원들과 함께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으로서의 탈성장 전환사회를 향한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다. 동아대 전임연구원, 녹색당 정책자문, 한살림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경희대 실험동물윤리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 『떡갈나무 혁명을 꿈꾸다』(2022. 한살림),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2021, 모시는사람들), 『묘한 철학』(2021, 흐름), 『생태계의 도표』(2020, 신생), 『모두의 혁명법』(2019, 알렙), 『탄소자본주의』(2019 한살림), 『구성주의와 자율성』(2017, 알렙), 『마트가 우리에게 빼앗은 것들』(2016, 위즈덤하우스) 등이 있고 공저로는 『10대와 통하는 기후정의 이야기』(2021, 철수와영희), 『우리의 욕망을 공유합니다』(2020, 한 살림), 『체게바라와 여행하는 법』(2014, 사계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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