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나토스 총서 06
죽음 의례와 문화적 기억
■ 엮은이 : 한림대학교 생사학연구소
■ 총서명 : 타나토스 총서 06
■ 저 자 : 이창익 조경만 배관문 임현수 구미래 나희라 홍태한
지영임 정효운 김진영
■ 분 야 : 철학
■ 발행일 : 2015년 5월 29일
■ 페이지 : 360쪽
■ 판 형 : 152mm ✕ 225mm
■ 가 격 : 15,000원
■ ISBN : 979-11-86502-07-5 부가기호 94100
■ ISBN : 978-89-97472-87-1 부가기호 94100 (세트)
■ 문 의 : 02-735-7173
■ 이 책은
국내 유일의 죽음 문제 연구소인 한림대 생사학연구소가 그동안의 연구와 강연 등을 통해 축적한 죽음 연구 성과를 시리즈로 기획한 <타나토스(죽음) 총서> 제6권이다. 이 책은 죽음이라는 사건이 벌어진 시점에서 죽은 자에 대한 물질적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 비물질적으로 기억이 보전되고 재생산되는 문제를 다루었다.
■ 출판사 서평
‘나의 죽음’을 기억하는 타인의 존재
이 책에서는 우리의 죽음문화가 어떠한가를 묻기보다, 오히려 죽음문화를 부정하는 우리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죽음문화가 총체적으로 잘못되었거나 아예 없다는 자의식, 나는 절대 현재의 죽음문화를 긍정할 수 없다는 자의식, 즉 나는 결코 이런 식으로 죽을 수 없다는 자의식, 또는 다른 방식으로 죽을 때 비로소 우리가 제대로 죽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허위의식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잘 죽고 싶다’는 표현은 내가 다른 사람들의 기억 안에서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고, 죽음의 사회적 차원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고,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의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잘 죽기 위해서는 반드시 살아남은 자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나의 죽음’을 마무리하고 ‘나의 기억’을 보존하는 타인의 존재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죽음’을 마무리하고 ‘타인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고 있는 나의 존재에도 주목하게 된다. 이 책이 죽음문화를 이야기하면서 ‘죽음 의례’와 ‘문화적 기억’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죽음의 물질적 기억과 비물질적 기억의 방식
이 책의 제1부에서는 먼저 시신, 무덤, 유언, 상여, 수의 같은 죽음의 물질적 차원에 주목한다. 기억은 머릿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실체가 아니다. 특히 죽음에 대한 기억은 물질적으로 화려하게, 자극적으로, 단단하게 가시화되고 고정될 때만 효과를 자아낼 수 있다. 사라진 것을 기억하려면 가시화 작업이 필요하다. 따라서 죽음이 어떻게 의례적 차원에서 물질적으로 기억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러나 형성된 기억은 항상 보존의 문제에 직면한다. 아무리 물질에 각인하더라도 기억은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연약하고 투명하다. 그러므로 기억을 보존하는 각종 장치가 필요하다. 이에 이 책의 제2부에서는 저승관, 진오기굿, 위령제, 영혼, 귀신, 조상이라는 주제를 통해 강력한 비물질적 기억 보존의 장치를 다룬다. 이승과 함께 공존하며 교류하는 저승의 모습, 이승의 삶을 심판하는 저승의 정치학과 윤리학,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채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저승에 안착하게 하는 위령제, 조상이라는 상징적인 존재로 의례와 기억의 공간에 거주하는 일의 중요성 등을 지적한다.
이중 장례식, 죽음의 연습으로서의 의례
살의 장례식과 뼈의 장례식으로 이루어진 이중장의 사례를 보면, 장례식이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부터 영혼을 구제하는 장치로 기능했는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중장은 죽은 자의 개체성을 증발시켜 집합적 영혼을 추출해내는 기술이다. 즉 죽은 자에 대한 개별적인 기억을 삭제하는 이미지 조작을 통해 영혼의 상태를 익명의 집합적 존재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거기에는 상징적인 죽음의 체험이 있다. 장례식이 ‘죽음의 훈련장’인 것이다. 이것은 의례가 부재하는 현재 우리의 죽음 개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망자의 집
일반적으로 상여는 망자를 장지까지 운반하기 위해 고안된 상구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상여를 단순히 도구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으로 각 시대마다 상여가 동시대인들에게 가졌을 의미의 영역을 해명하는 데는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상여의 역사적 변천에도 불구하고 상여를 상여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상여의 변천사를 관통하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상여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즉 전통 사회에서는 상여를 어디까지나 ‘집’ 그 자체로 이해했다는 점에서, 현재 죽음 의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망자의 옷
불교 상례에는 시신의 몸을 씻은 후 떠나보내기 위해 입히는 수의(壽衣)뿐만 아니라, 영혼을 대상으로 옷을 갈아입히는 지의(紙衣)에서부터 실제의 한복(韓服)과 관념적인 해탈복(解脫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옷이 씻음·태움이라는 의례와 연계되어 등장한다. 화장에서 사십구재에 이르는 일련의 불교의례 체계가 망자의 몸과 영혼을 온전히 저승으로 통합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 과정에서 옷은 의례의 목적과 사회적 의미를 극대화하여 드러내는 핵심적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저승관과 타계관에 대한 탐구
사후세계를 이상향으로서의 타계와 연관 짓는 고대 한반도의 저승 관념은 일반적으로 저승을 어둡고 무섭고 비관적인 지하세계로 상정했던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소 다른 측면을 지니기에 흥미롭다. 특히 불교설화로 윤색된 사복설화 속에서 우리는 사자들의 지하세계를 연화장 세계로 묘사하는 원초적 이상타계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또한 바리공주 무가를 통해 우리는 망자를 저승으로 보내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저승굿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더불어 바리공주에서는 수평적 공간 이동이 일어나는데, 무엇보다 서천서역국이 일상세계와 연속되어 있는 점은 한국 무속의 현실 중시 사고관의 반영으로 이해된다.
제주 4·3희생자 위령 의례로 보는 국가와 위령의 관계
2000년의 4·3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면서, 4·3 관련 위령 의례의 대상은 1만 5천여 명의 4·3사건 희생자로 확대되었으며, 그에 따라 위령 주체는 토벌대에 의해 희생된 유족들이 중심이 되었다. 이는 기존에 위령제의 중심에 있었던 국가유공자 유족들을 비롯한 우익단체의 반발을 초래하여 이들이 더 이상 4·3위령제에 참여하지 않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4·3위령 의례의 변화는 죽은 자의 기억이 산 자들의 정치적 맥락에 의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 차례
제1부 죽음 의례, 기억의 형성
죽음의 연습으로서의 의례 / 이창익
초분과 씻김굿 속의 산 자와 죽은 자 / 조경만
두 개의 무덤, 하나의 시신 / 배관문
상여는 망자의 집 / 임현수
죽음 의례에서 옷의 상징성 / 구미래
제2부 죽음 이후, 기억의 전달
고대 한국인의 저승관과 지옥의 이해 / 나희라
서울 진오기굿의 죽음과 저승 인식 / 홍태한
제주 4·3 희생자 위령 의례의 국가화와 그 후 / 지영임
『삼국사기』에 나타난 고대 한국인의 사생관 / 정효운
정화, 신성함, 조상의 탄생 / 김진영
■ 책 속에서
근대적인 인간 개념은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현재 우리는 인간을 생물학적 존재로 규정함으로써 의학이나 유전학 같은 테크놀로지에 의해 인간의 신체를 관리하여 죽음을 정복하려 한다. 이때 인간은 정신이 소거된 몸 덩어리로 전락하며, 오로지 몸의 건강, 질병의 치유, 노화의 방지만이 죽음의 극복 장치가 된다. 인간이 자신의 동물성 안에서 죽음의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근대의학의 발명품인 식물인간(neomort)이나 코마 상태에 빠진 인간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간 안에서 생산된 비인간이며 인간의 몸에서 분리된 동물이다. 그리고 그들의 존재로 인해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본문 58쪽>
민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가는 저승은 현재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머물게 된다고 보기 때문에, 수의는 몰론 한복 역시 ‘저승에서 입을 옷’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이러한 관념은 저승에서 사용할 노잣돈을 챙겨주거나 계절별로 한 벌씩의 옷을 태우는 행위 등을 통해 더욱 뚜렷이 감지할 수 있다. 곧 유족들에게 있어 망자의 옷을 태우는 것은 무덤에 껴묻거리를 넣는 행위와 동일한 것이다. <본문 170쪽>
제주 4·3 관련 위령 의례가 국가유공자들을 중심으로 국가 의례와 종교 의례 속에서 행해지고 있는 가운데, 1987년 이후 민주화의 진전으로 위령 대상과 위령 주체에 변화가 생겼다. 위령 대상은 군·경의 강경한 토벌에 희생된 1만 5천여 명의 4·3 희생자로 확대되었으며, 위령 주체는 토벌대에 의해 희생된 유족들이 중심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1993년 제주도의회의 제주 4·3 특별위원회 구성과 1995년 4·3피해조사보고서 1차 발간, 2000년 제정·공포된 제주 4·3 특별법, 2003년 진상조사보고서의 발간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근간으로, 1987년 이후 양분되었던 추모제와 위령제가 1994년 합동위령제, 1998년 범도민위령제, 2000년에는 제주도의 주체로 위령 의례가 치러짐에 따라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본문 249쪽>
도를 듣는다는 것은 도를 안다는 것이고, 도를 알면 죽어도 좋다는 것은 도를 알면 죽음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유교에 내세관이 없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충실한 현생의 삶을 강조하는 사생관이 존재하였다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또한 ‘도’라는 목표가 죽음을 극복하는 사생관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면, 이를 ‘왕, 국가, 가족’ 등의 주변 관련 집단을 지키기 위한 ‘충(忠)’이나 ‘효(孝)’라는 목표로 대체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럴 경우 이러한 유교의 사생관은 전쟁이 빈번하였던 고대 한국에서 ‘충’이라는 국가적으로 요구되는 사상으로 변용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본문 262쪽>
■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2004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국 유일의 죽음 문제 연구소로 우리 사회 삶과 죽음의 질 향상 및 자살예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12년 9월부터 ‘한국적 생사학 정립과 자살예방 지역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연구과제로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 지원사업을 수행 중이다. 타나토스 총서는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의 연구 성과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러 학문 분야에서 산출되는 죽음 및 자살예방 관련 연구물을 출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현재 철학, 종교학, 문학, 민속학, 역사학,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다양한 연구자가 참여하여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융복합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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