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의 비결
■ 이 책은...
현실의 관점으로 바라본 동학 이야기이자, 동학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이다. 몇 년 동안 월간 개벽신문에 동명의 꼭지로 연재된 글을 모아 수정·정리하였다. 동학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종교적이거나 지극히 역사적이기 쉽다. 이 책은 동학이라는 재료로써 세상을 요리하는 레시피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동학을 세상사에 적용시켜 간다. 동학의 주문과 말씀이 종교의식이나 옛성현의 말씀에서 벗어나 복잡다난한 세상을 사는 지침이 된다. 이 책이 말하는 비결은 세상을 사는 동학의 비결이며, 동학을 사랑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 저 자 : 심국보
■ 분 야 : 교양
■ 발행일 : 2015년 7월 20일
■ 페이지 : 272쪽
■ 판 형 : 140mm ✕ 210mm
■ 가 격 : 13,000원
■ ISBN : 978-89-97472-95-6
■ 문 의 : 02-735-7173
■ 이메일 : sichunju@hanmail.net
■ 홈페이지 : http://modl.tistory.com/
■ 출판사 서평
동학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동학 창도 150년, 동학농민혁명 120년하고도 몇 해가 흘렀다. 굵직한 사고들의 연속, 당연한 것의 배신, 상식의 역전이 판치는 세상이다. 이 시점에 케케묵은 동학을 다시 끄집어 냈다. 그것도 동학의 비결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말이다.
현재의 동학은 대체로 종교인이나 학자 같은 특정 계층에 국한된 관심 분야이며, 대중에게는 그저 동학농민혁명으로 대변되는 과거의 역사일 뿐이다. 동학이 그리 와닿지 않는 것은 그것이 나를 있어 보이게 만드는 훌륭한 사상에 그치기 때문이며,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에는 좋은 처세 한 줄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학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화석 같은 존재가 된 것일까?
매사 동학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이 책은 가장 현실적인 동학의 목소리이며 동학 사상을 배경으로 한 에세이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진주의료원 폐원이나 북한의 핵실험, 국정원의 대선 개입, 4대강 사업 등은 누구나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건이다. 저자는 이것을 동학 경전 말씀과 사상을 통해 해석하고 풀어간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 동학의 교조들이 제인질병(濟人疾病, 사람을 질병에서 건짐)을 강조했던 그 당시의 상황이 현대에 다시 신종플루, 메르스 등으로 데자뷰처럼 반복되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 동학이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실이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건 마치 젊은 시절 정치에 무관심하던 사람이, 정치의 결과물에 쓴 맛을 본 후 자연스럽게 정치 뉴스에 눈이 가는 것과 같다.
간디에서 동학을 본 사람
저자의 이력은 이채롭다. 스무살 시절 읽은 간디 자서전에서 엉뚱하게도 동학에 대한 관심이 생겨 동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천도교에 입교했다. 동학의 정치·사회 활동에 관심을 가졌고, 주문의 힘을 강조하는 만해 한용운의 천도교에 보낸 글을 읽고 주문 공부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의 고향인 진주에서 활동하며 진주참여연대 사무처장, 진주마라톤대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 기획위원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천도교인이면서도 천도교단을 향한 쓴소리 역시 아끼지 않는다.
동학의 비결
비결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자기만의 뛰어난 방법, 혹은 그런 것을 적어 놓은 글이나 책을 말한다. 이 책이 말하는 동학의 비결은 세상을 향해 동학이 제시하는 비결이자 동학을 잘 하기 위한 비결이기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결이란 게 별게 아니다. 비밀스러운 문구를 찾고 묘한 비법을 찾고, 신비한 방책을 탐구하는 것이 비결이 아니다."
결과를 공개하자면, 이 책에 대단한 비결 같은 것은 없다. 저자의 말처럼 비결은 가까운 곳에 있고, 그것을 꾸준히 하는 것에 달렸다. 기적의 한 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도 전편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속편이 있고, 전편과 전혀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속편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동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읽어볼 만하다. 다만 그 속에서 어떤 비결을 찾을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 책 속에서
문제는 진정성이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란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한국의 여성차별 문제 해결에 대한 열정은 부족하다고 외신이 전하듯, 지천태를 말하지만 국민과의 소통에 대한 열정 역시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동안 박근혜의 이미지는 소통과는 정반대인 불통의 이미지가 강했다. 정수장학회, 부산일보, 영남대학교, 유신·인혁당재건위 관련 역사 인식 등에서 고집불통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역으로 말하면 천지비(天地否)괘가 박근혜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진다. 천지비괘는 지천태괘와는 그 모양이 반대이다. 땅(☷) 위에 한울(☰)을 올려놓은 모양으로, “소통되지 않고 막혀 있는 상태”로 풀이한다. 한울의 기운은 올라가고 땅의 기운은 내려가기 때문에, 천지가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본문 37쪽)
만해가 머리 깎고 출가한 계기는 갑오동학혁명이다. 만해의 고향 충청도 홍성에서도 동학 난리가 났다. 난리에 휩싸여 떠돌다 설악산 오세암에서 불교와 인연을 맺는다. 출가의 계기가 ‘동학란’이었던 만큼 만해는 관심 있게 천도교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만해는 ‘사회화’되고 ‘민중화’하려는 천도교의 경향에 우려를 나타내며 ‘주문의 힘’을 강조한다. 만해는 불교 수행을 통해 주문의 위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터이다. 20여 년 전, 옛『 신인간』을 뒤적거리다 만해의 이 글을 대하고 ‘주문의 힘’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본문 48쪽)
해월 선생은 무기는 사람 죽이는 기계임을 분명히 한다. 사람을 살리는 것은 도덕이며 이를 위해서는 열심히 수도해야 함을 강조하신다. 러일전쟁 직전의 상황을 오수부동(五獸不動) 즉,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 러시아, 중국, 영국 그리고 미국의 각축전으로 보고 의암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온 세상이 모두 강해져서 비록 싸운다 할지라도 같은 적수가 서로 대적하여 싸우면 공이 없다. 이것을 오수부동이라 한다. 그러므로 무기로만 싸운다는 것은 쓸데없는 것이 된다. 무기보다 더 무서운 세 가지가 있다「.( 삼전론」)”(본문 61쪽)
내가 살고 있는 진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진주의료원 폐업’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공공의료와 서민복지의 현장인 진주의료원의 문을 닫겠다는 경남도지사의 선언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는 진주 시민들은 다 안다. 버스도 제대로 다니지 않는 허허벌판에 의료원을 옮겨 놓았으니 돈벌이가 안 됨은 당연한 것임에도 적자의 원인을 노조에 뒤집어 씌우고 색깔론을 제기한다. 진주의료원 적자의 근본적 원인은 경남도 공무원들의 전횡과 무능 때문이라는 지적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정작 의료원을 폐업하겠다는 홍준표 지사의 황당한 발상에 사태를 다시 보게 된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시작으로 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공의료마저 민간 영리병원, 즉 자본에 넘길 속셈이라는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인간화’의 파수꾼이 되어야 할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앞서서, 동학하고 주문 외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인간화’를 위해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어떠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제 기초단체부터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인간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 정부를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바꾸고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삼칠자 주문 외는 동학하는 사람들이 앞장서 해야 할 일이다. 교정일치(敎政一致)는 성신쌍전(性身雙全)과 더불어 천도교의 두 강령이었다.(본문 69쪽)
일베와 그 논객들은 자신들의 실리와 본능적 욕망 추구를 ‘애국’과 ‘인권’ ‘자유’ 등의 좋은 말로 위장한다. 그리해야 어린 청소년들을 선동할 수 있고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와 욕망, 충동을 좇으면서도 ‘선’과 ‘명분’을 내세우는 방식은 나치주의자들의 중우 정치, 스탈린과 김일성, 일제의 친일파 앞잡이 동원 등과 맥을 같이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일베의 행태는 비윤리적·비도덕적이며 그들의 불법과 탈법, 범죄적 행동을 합리화하고 숨긴다. 자본주의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듯이, 이 땅에는 ‘얼굴 없는 폭력’이 행세하고 마녀사냥을 주도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 댓글 공작과 종북 여론 몰이가 단적인 예이다. 이 얼굴 없는 폭력은 종국적으로 나치의 유대인 학살만큼이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한다. 사르트르를 인용한 다음 주장은 끔찍하지만 경청할 만하다 : “사르트르는 그의「 반유대주의와 유대인」에서 지구상에 유대인이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반유대주의는 유대인을 창조하거나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대한민국에 종북 세력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더라도 ‘극우반공주의’는 종북 세력을 창조하거나 만들어 낼 것이다.”(본문 76쪽)
여주의 남한강변,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런 경관을 파헤치고 필요도 없는 보를 세운 것에 단순히 분노하고 말 일이 아니다. 반대 여론에 불구하고 ‘4대강 살리기’라며 4대강 사업을 강행한 행위는 국민을 속이고 세금을 포탈한 범죄 행위이다.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금빛 모래를 걷어내고 필요도 없는 보를 만들어 습지를 죽이고 뭇 생명을 죽이면서 4대강 살리기라니! 4대강을 죽이면서 살린다고 한 그 입에는 죄가 없다. 잘못된 말이 입을 가르친 것이니 책임은 말에 있다. “입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입을 가르친다[口不敎言言敎口].” 의암 선생의 말씀「( 시문」)이다.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 막돼먹은 말에도 생각은 다 있다. 요란한 달변이든 입 꽉 다문 침묵이든, 바른 말이든 헛말이든 다 생각은 있다.(본문 82쪽)
혹자는 말한다. 수운은 유교의 테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때 나는 어리석게도 이따위 말에 고개를 끄떡거린 적이 있다. 그러나 수운 선생의 삶을 알고 역사를 알고부터는 수운 선생이 유교의 테를 벗지 못한 것이 아니라, 수운 선생이 유교의 한계를 벗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동학을 한다는 내가 아직 유교의 테를 벗지 못했고, 천도교를 한다는 우리가 여전히 낡은 성리학의 테두리에서 헤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운 선생은 당신의 목숨과 가족들의 목숨과 당신의 제자들의 숱한 목숨까지 바쳐 다시개벽의 길을 열었을 뿐이다. ‘다시개벽’의 길인 새로운 동학을 선택하지 못하고 유교의 테에 머물며 전통을 고수한 조선의 말로는 참담했고, 그 영향은 남북 분단으로 이어져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본문 114쪽)
조정에서는 칼노래를 두고 민란을 꾸미고 반란을 작당하기 위한 증거로 삼아 수운을 참형한다. 이후 동학혁명이 발발하기까지 30년 동안 전국적으로 60여 차례 이상의 농민봉기가 일어난다. 해마다 몇 차례의 난리가 반드시 발생했다. 당시 농민들의 불만은 비슷했다. 관료의 탐학, 수탈, 부정부패에 항거하고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갑오년 당시 동학농민군들이 내걸었던 폐정개혁 12개조는 조선 말기의 농민들의 요구사항이 집약된 것이라 보면 된다.
동학농민군들의 요구사항 중 ‘청춘과부의 개가를 허하라’는 것은 조금 별나다. 숱한 민란 가운데 여성의 인권 문제인 과부의 개가 허용을 요구사항으로 내건 민란이 있었을까? 여성의 인권이 요구사항으로 등장한 것은 아마 동학혁명 때가 처음일 게다. 농민군이 ‘청춘과부의 개가’를 제기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본문 124쪽)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부실한 구조작업과 거듭되는 거짓말에 좌절한다. “침몰한 세월호뿐 아니라, 어쩌면 한국 사회 전체가 침몰하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들도 많다. ‘침착하게 제자리를 지키며’ 윗사람들의 말만 믿고 살아온 대다수의 국민들 역시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정치적·실제적 책임이 대통령에 있음에도 자신은 잘못 없고 관료들만 단죄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한다. “위가 미덥지 못하면 아래가 의심하며 위가 공경치 못하면 아래가 거만하니 이런 일을 본다 해도 책재원수 아닐런가.” 수운 선생의『 용담유사』「 도수사」에 나오는 말씀이다. 책재원수!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다고 수운 선생은 말씀하신다. 우리 사회의 분노와 의심, 불안의 원인과 책임이 정치 지도자나 국정 책임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가장 큰 책임이 지도자에게 있음은 분명하다.(본문 135쪽)
동학의 전통은 천도교로 이어진다. 천도교에서 행하는 여러 행사의 차례와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천도교의절』에는 빛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 동시 입장’을 규정한 것이고, 또 하나는 향아설위에 바탕한 ‘제례 의식’이다. 이 둘의 현대적 의미는 아마도 여성에 대한 배려임에 분명하다. 요즘 흔히들 보는 결혼식장에서의 신랑 입장 후 신부의 아버지가 신부를 데리고 와서 신랑에게 건네주는(?) 장면을 보면 여성은 주체적이지 못한 종속적인 존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천도교의 신랑신부 동시 입장은 비록 100여 년 전에 처음 시도된 것이지만 해가 갈수록 남녀평등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분명히 밝혀 주고 있다. 천도교의 교세가 약해지다 보니 교단 내에서도 ‘동시 입장’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본문 151쪽)
향아설위의 제사법이 시대적 대세가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감할 수 있다. 제도는 사람이 만든다. 사람이 나고 죽듯 제도라는 것도 생기고 없어지고 변한다. 향아설위라 해도 처음과 지금은 다르다. 해월 선생이 살아 있던 동학 시대에는 음식도 차리고 위패도 놓았지만, 지금은 청수 한 그릇이면 족하다. 하물며 가부장제적 인습의 총집합체라 할 우리의 제사가 영원불변하리라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를 느끼는 사람이 먼저 조금씩 바꾸어 나가면 된다. 제사에 관한 한 여성들이 그 부당함을 먼저 느낄 수밖에 없다. 힘들여 음식 장만을 하건만 여성들은 제사에 제대로 참여조차 못하게 하는 집안도 있다. 남성들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기는 힘들다. 문제를 느끼는 쪽에서 적극적으로 외쳐야 한다. 바꾸자고! 설득하고 주장하고 외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먼저 여성들이 외쳐야 한다. ‘웃는 명절’ 캠페인에서 시작하더라도 그 지향점은 ‘엉터리 같은 제사’를 박살내는 데 있다. 걸음걸이는 서툴러도 나아가는 목표와 방향은 정확해야 한다.(본문 153쪽)
공주와 삼례에서 시작된 ‘교조신원운동’은 단순히 신앙적 차원의 동학 합법화 운동만은 아니었고, 종래 각지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민란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대중운동이었다. 우리 역사에서 민중들이 2년 넘게 전국 각지를 무대로 자신들의 정치·사회적 요구를 내걸고 집단적이며 공개적인 시위운동을 한 역사는 동학의 교조신원운동밖에 없었다. 공주와 삼례 신원운동을 관에서 무력으로 진압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백성들은 이제 동학이 새로운 대안임을 알아차린다. ‘후천개벽’이란 말은 앞으로 오게 될 새 세상을 여는 것을 의미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떠오른다. 후천개벽이란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역사적인 임진년 1892년, 이해에 때마침 교조신원운동이 일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교조신원운동은 바로 동학혁명으로 연결되었으니, 교조신원운동은 바로 동학혁명의 시작이나 마찬가지였다.(본문 179쪽)
대한민국 헌법 119조 제2항은 희망을 노래한다 :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1987년 헌법 개정 때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한 김종인은 “언젠가는 삼성과 같은 재벌이 국가권력에 정면 도전하는 일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 제119조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것도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에서 제기하는 ‘공정사회’, ‘초과이윤 공유제’,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등은 경제민주화의 한 방안일 게다. 말은 쉬워도 실현은 하나같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경제민주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 문제는 당장 이러한 정책들에 이건희 같은 이들이며 경제단체들이 ‘사회주의’라는 딱지를 붙인다는 것. 이는 참형의 칼을 대기업이 쥔 꼴이며, 처음부터 대다수 국민들의 희망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다. 삼성과 같은 재벌이 국가권력에 정면 도전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재벌이나 경제단체의 반응에서 “권력이 이미 기업으로 넘어갔다.”(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는 말을 절감한다. 이미 대기업은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공룡이다. 야구방망이로 근로자를 치고 수천만 원을 매 값으로 계산하는 천박함을 보면, 재벌들이 정치권력을 장악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본문 213쪽)
박정희는 동학운동을 근대지향 운동으로 규정함으로써, 진정한 영웅 전봉준의 후광을 입으려는 의도를 관철시키고, 더불어 자신의 친일 행적을 묻어 버렸다고 박노자는 지적하고 있다. 그리하여 1920~30년대의 극소수의 지식인만 썼던 ‘동학혁명’이라는 용어는 바로 박정희 집권기에 보편화되었으며, 그 이후 동학의 ‘국민 생활 근대화 의지’를 기리는 황토재, 우금치의 기념탑들도 차례로 세워졌다고 한다. 동학농민들이 그리 근대적이지 못했다는 박노자의 문제제기와는 별도로 박정희 정권이 의도적으로 정략적으로 동학을 이용하면서 천도교에 끼친 영향을 다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박정희 정권 때 이루어졌던 수운회관 건립 등 천도교의 외형적 성장을 결코 바람직한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동학은 접이나 포라는 철저히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조직을 통해 힘을 키워 왔고, 이는 천도교가 동학의 진정한 계승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본문 225쪽)
수운의 부친 근암공은 2백 년 전인 1815년, 경주 용담계곡에 집을 짓고 책을 읽으며 숨어서 수양할 계획을 세운다. 이때부터 근암공은 벼슬할 뜻을 접고 ‘참된 자기를 위한 학문[爲己之學, 곧 퇴계의 성리학]’을 추구한다. 이러한 근암공의 삶과 학문이 아드님인 수운 선생에게 이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수운은 퇴계의 그늘 아래 안주할 수 없었다. 수운 선생이 퇴계학의 그늘 아래 안주했으면 그 삶은 평안했을 터이고 자질로 보건대 상당한 명성을 쌓았겠지만, 한갓 촌학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동학은 없었을 것이다. 수운 선생은 퇴계라는 큰 숲 그늘에 안주하지 않고 자라난 음수이다. 동학은 유교라는 숲, 퇴계라는 숲을 밀어낼 거목으로 여전히 자라고 있다.(본문 244쪽)
■ 차례
머리말
첫 번째 비결; 동학 최고의 비결은 주문
어떻게 그 비결을 알 것인가
서양 추장을 쳐내야 한다?
남쪽별이 원만해지면
세상이 편안해진다고 배웠다
쪼개고 나누고 분단시키는 것
비결 중의 비결은 주문
사람을 살리는 무기, 도덕
자본주의의 인간화
밝고 밝은 그 운수는 저마다 밝을시고
세상 속에 서서 정의와 진리를 밝히라
산 위에 물이 있음이여!
이상 세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개같은 왜적 놈을 일야에 멸하고서
두 번째 비결; 크게 버려야 크게 얻는다
작은 일에 정성 들이지 말라
부인 도통이 많이 나리라
모든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다
지식인과 양반과 부자는 들어오지 말라
나를 향해 위패를 놓고 밥그릇을 놓는다
사람을 질병에서 건지다
한울로써 한울을 먹는다
앞으로 오게 될 새 세상을 열다
치우치지 않은 큰 도요 모두의 근원이다
균형감각과 평화의 정신
세 번째 비결; 우리가 동학을 사랑하는 방법
빈하고 천한 사람 오는 시절 부귀로세
인내천 관점에서 바라본 노동
우리는 어떻게 동학을 사랑해야 할까?
동학은 어디서부터 왔는가?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동학, 만주벌판을 달리다
■ 저자 소개_ 심국보
1960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1980년 여름 어느 날, 간디의 자서전을 밤새워 읽고 엉뚱하게 ‘동학’을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그 인연으로 동학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동학혁명 등 동학의 사회·정치적인 움직임에 주목하였다. 동학이 “과거에 있어 그만큼 튼튼한 힘을 얻어온 것은 돈의 힘도 아니요 지식의 힘도 아니요 기타 모든 힘이 아니요 오직 ‘주문의 힘’인 줄 생각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주문을 일종 종교적 의식으로 보아 우습게 보는지 모르나, 나는 무엇보다도 종교적 집단의 원동력으로서 주문을 가장 의미심장하게 봅니다.”라고 한 만해 한용운의 충고(『신인간』)를 접한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주문공부에도 정성을 쏟았다.
2010년 탁암(托菴)이란 천도교 도호를 받았다. 진주참여연대 사무처장, 진주마라톤대회조직위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산청동학농민혁명기념비건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서소문역사공원 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 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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