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와종교문화총서 14
한국신종교 치유를 말하다
■ 이 책은...
이 책은, 여전히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 높이 요구되고 또 빈번히 이루어지는 한편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종교적 영향력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가 두드러지는 현 시점에서, 근대 시기에 바로 이와 같은 배경에서 탄생한 동학에서 원불교에 이르기까지의 근대 한국 신종교운동이 수행했던 역할들을 ‘치유와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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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한국 ‘신종교’의 시원을 이루는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1824-1864)는 ‘다시 개벽’이라는 말로, 문명사적인 대 격변기를 예고했다. 실제로 수운이 탄생하던 19세기 초엽부터 20세기 초, 중엽에 이르는 약 2세기에 걸치는 기간 동안 전 세계에 걸친 제국주의의 식민지화 침략 전쟁에 이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치르며 급격하게 ‘세계화’되어어 왔다. 그 결과로 오늘날 ‘지구촌’ 시대를 구가하게 되었고, 다른 한편으로 산업혁명을 거쳐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제3차 산업혁명을 거쳐 오늘날은 제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시간 동안 한반도를 중심으로 살아오던 ‘한민족’은 조선왕조 체제의 혼란 속에서 기나긴 고통과 고난의 시대를 관통해야 했다. 자주적 근대화가 좌절되면서 기나긴 식민시기를 겪었고, 동족 간의 전쟁을 통해 수백만의 희생과, 수십 년간에 걸쳐 혈육이 생이별한 채 살아가는 목불인견의 역사를 써내려 왔다. 그 한편에서 “압축성장”과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으니, 실로 한민족의 저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근대화 역사의 ‘기적과도 같은 사례’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좌절과 고통의 골짜기로 구를 때이든, 가파른 상승의 고비를 타고 오를 때이든 대다수의 민중들은 그때마다 고통을 감내하고 상처를 보듬어 안고 살아내기에 급급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때 그들에게 손은 내밀어, 위안과 주고 대안을 제시하며, 때로는 새 세상을 쟁취하는 ‘투쟁’을 권유한 것이 한국의 ‘신종교’들이었다.
동학 이래 한국의 신종교들은 “‘낡고 어두운 시대인 선천으로부터 새롭게 밝은 시대인 후천으로의 변화를 고대하고 있던 조선 민중들의 열화와 같은 갈망을 집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민중적인 유교, 민중적인 불교, 민중적 도교와 민중적 차원에서 새로 조명된 노장(老壯)사상과 선(禪)사상, 민중적 기독교 사상 등의 핵심적인 생명 원리를 창조적으로 통일한 보편적 생명사상‘이라는 점에서 인류가 지행해 가야할 새로운 철학, 새로운 학문, 새로운 종교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파천황의 사상이자 철학이며 종교이다.”(<한국 신종교, 치유를 말하다> 4-5쪽)
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다양한 교리사상의 제시와 함께 그에 입각한 실천운동을 통해 민중들이 갈망하는 후천문명 건설”을 지향한 것이 한국 근대 신종교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교리’의 ‘실천’이 개별적으로 추구되는 것이 ‘구원’이라고 한다면 사회적으로 추구되는 것이 ‘변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둘은 절대적인 구분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그리고 ‘변혁’과 ‘구원’을 아우르며 그 둘을 매개하는 것이 “치유”이다.
예컨대 동학의 창도주인 수운 최제우는 “제인질병(濟人疾病)” 하는 것이 동학 수행(修行)과 실행(實行)의 목적이요, 효능이며, 결실이라 하였다. 이때 질병은 개인적이며 육체적인 ‘질병’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질병(=各自爲心, 心常悚然)을 포함하며, 나아가 사회적인 질병(=惡疾滿世, 攻取天下)을 모두 의미한다.
신종교의 핵심 화두였던 ‘치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대인의, 그리고 현대사회의 주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힐링’이라는 말로 더욱 널리 유통되는 치유가 현대인(사회)의 니드(need)로 깊숙이 자리 잡게 된 것은 본래 인간이 기원인 ‘문명’으로부터 소외가 심해지는 데 따른 것이다. 상처받고, 과로(過勞)에 내몰리며, 인정(人情)에 허기진 현대인을 위하여 ‘여행’과 ‘식도락’이 결합된 TV프로그램(과 그 아류) 대세로 등극하고, “혼자 살기”라는 ‘공동체로부터의 자유’가 “주류적 가치”로 자리매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그러는 사이, ‘인구 절벽’ 같은 새로운 사회문제가 우리 시대의 “삼정문란(三政紊亂)”처럼 대두하고 있기도 하다.
나아가 오늘날 ‘인공지능’과 ‘4차산업혁명’은 “인간의 정의”와 “인간의 미래”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기도 하다. 동학 이래의 한국 신종교들의 ‘교리사상’과 ‘실천담론’은 기존의 ‘인간’에 대한 정의와 인식을 재정립하고, 인간사회(공동체)의 작동원리에 대한 대안들이 주요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것은 오늘의 우리들(현대인, 한국인,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와 과업, 그리고 두려움을 해결하고 치유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 책 『한국 신종교, 치유를 말하다』가 이러한 현대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답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신종교의 창도(昌道), 창교(創敎)의 동인(動因)이 되었던 문제들이 오늘 한국인(현대인)과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다르지 않은 만큼, 한국 신종교들이 제안한 대안(敎理와 修行法)들이 여전히 유효함을 이야기하며, 그 실천 사례들을 제시한다. 앞으로 깊이를 더하고 폭을 넓힌 연구서는 물론이고, 이를 실용적으로 재편한 교양서들이 계속해서 출간될 예정이다(원불교와 종교문화총서 시리즈).
■ 차례
제1부 종교와 치유, 그리고 사회
한민족의 치유와 구원 공간 회복을 위한 신들의 복귀 / 박승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의 일본에서 살기 / 칸노 치카게
제2부 종교와 영성, 그리고 치유
오늘날의 병듦과 종교적 치유의 몸짓 / 박상언
병든 지구를 영성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 유기쁨
‘종교를 넘어선 종교’와 새로운 영성 / 성해영
제3부 한국 신종교의 치유와 통합
동학의 사상과 운동으로 본 치유와 통합 / 김용휘
대순진리회의 치유와 화합 / 김영주
일제강점기 대종교의 사회적 치유를 말하다 / 김동환
현대 병든 사회의 치유와 통합을 위한 원불교적 접근 / 염승준
통일교 경전에 나타난 마음챙김의 요소와 치유 / 이재영
■ 책 속으로
• 오늘날 한국 사회는 소위 위험사회로 지칭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생태적 문제에서부터 먹고 사는 일에 이르기까지 삶과 연관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불안을 느끼고 있다. 동일본에서 강진이 발생하여 엄청난 쓰나미로 마을 전체가 휩쓸리고 이후 핵발전소가 연이어 폭발하는 광경은 언론 보도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수많은 어린 생명을 속절없이 보내 버린 세월호 사건은 대다수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심어 놓았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오늘날 우리 대다수는 어쩌면 출구가 없는 지옥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 본문 99쪽
• 오늘날 종교적 치유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치유에 대해 종교적 인식이 생성되는 계기를 살펴봐야 한다. 의학이 치유의 표준으로 간주되는 사회적 환경에서 그것에 대한 수용과 거부의 틀 사이에 종교적 치유는 존재한다. 종교 대부분이 과학적 의학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크리스천 사이언스의 경우처럼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태도의 차이는 분명히 해당 종교의 신념 체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어느 경우이든 치유의 인식이 순전히 종교적 용어와 내용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종교와 의학은 서로 경합과 봉합의 장을 펼치면서 사회 안에 다양한 치유의 감각을 제공한다. -본문 54쪽
• 종교는 이제 종교 아닌 것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하며,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더 큰 전체성의 인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영성이 제도 종교와 분리되며, 신비주의가 세속적 맥락에서 발현되는 상황에서 종교와 종교성의 의미는 새롭게 물어져야만 한다. 전통적인 제도나 조직 없이도 종교성이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라는 외양을 취하는 영성, 급진적인 개인주의에 기반한 뉴에이지 영성이 대표적 사례다. 요컨대 뉴에이지는 비조직적이며 개인화된, 즉 세속적 맥락 속에서 등장한 신비주의로 이해될 수 있다. -본문 119쪽
• 치유와 통합의 영성, 그리고 사회 현실에 대한 적공(積功)이 필요하다. 만물화생과 생명순환의 이치로서 천도를 깨닫고, 그것을 내 몸 안팎에서 영과 기운으로 체험하는 모심, 자기의 몸과 마음의 치유는 물론, 생명살림의 사회적 치유로서의 영부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아 살림의 실천운동으로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생명의 원리에 입각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둘 다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에 대한 적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은 바야흐로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수운은 이를 ‘다시개벽’이라고 하였다. 개벽은 애벌레에서 나비로의 존재 변화를 요구한다. 진화적 도약을 요구한다. 자기 치유와 완성을 위한 노력, 애벌레에서 나비로의 의식 진화, 존재의 거듭남이 가장 선결되어야 할 조건이다. 또한 불연기연의 통합적 논리를 내면화한 대화와 갈등 조정의 기술과 그런 포용적 인격이 요구된다. 이는 결국 수행과 적공을 통해 신인류로 거듭나는 일정 숫자 이상의 집단 영성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진정한 치유와 통합은 결국 나비로 거듭나는 수행과 적공, 역사적 상처의 치유와 분단 극복을 위한 노력, 그리고 생명의 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사회경제 시스템을 마련해서 통일 한국은 물론 새로운 문명으로의 전환을 현실화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전환이 진정한 치유이자 통합의 길이며, 그것이 개벽이다. -본문 143쪽
•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통(不通)의 원인은 가정의 불통에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가장 가까이서 가장 친밀한 현연 공동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과 소통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는 데 익숙해 있다. 가정의 화기는 깨어지고 결국엔 가정불화와 가정 파괴가 발생하며, 이러한 습성은 결국 사회로 전이되어 불통의 패러다임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건전한 가정, 건강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 구성원들 간에 존경과 배려가 필수적이며 가족 구성원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해야 한다. 요구의 대상이기보다, 존중과 배려가 우선되는 온 생명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분문 161-162쪽
• 일제의 치유와 통합의 완성이 조선의 완전한 일본화였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치유와 통합의 완성이 정체성 회복을 통한 조국 광복의 완성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 치유와 통합의 역설은 이와 같은 비정상적 구조에서 기인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친일과 저항의 아노미 역시, 제국의 구호와 식민의 구호가 충돌하는 회색 지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본문 178쪽
■ 원불교와 종교문화총서 시리즈
원광대학교원불교사상연구원(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에서 정기적으로 기획 출간하는 총서이다. ‘원불교’에 국한하지 않고, 원불교를 포함한 ‘신종교’ 전반과 종교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연구주제와 담론들을 기획하고 논찬하여 연구발표 및 출간을 계속할 예정이다.
■ 저자
박승길_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칸노 치카게 管野千景_ 일본 탈핵운동가
박상언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유기쁨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성해영_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교수
김용휘_ 한양대학교 강사
김영주_ 대진대학교 조교수, 한국종교교육학회 이사
김동환_ 사단법인 국학연구소 연구원
염승준_ 원광대학교 조교수
이재영_ 선문대학교 교수, 한국평화종교학회장
■ 주요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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