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소개

신동아 3월호 /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소걸음 2018. 3. 6. 11:06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님’ 되려는 욕망이 빚은 ‘극장’ 속 ‘도덕 쟁탈전’

 

오구라 기조 지음, 조성환 옮김, 모시는 사람들, 272쪽, 1만 5000원

 

지한파 일본 지식인이 쓴 ‘한국, 한국인론’이다. 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는 한국을 ‘도덕 지향성 국가’로 규정한다. 한국인의 삶이 도덕적이라는 게 아니다. 타인의 언동을 도덕으로 환언해 평가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국 사회는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극장”이다. “도덕을 쟁취하는 순간 권력과 부(富)도 저절로 굴러 들어온다고 믿는다.” 

“한국은 주자학의 나라”면서 “한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주자학적”이다. 주자학에서 이(理)는 도덕과 이념, 기(氣)는 욕망과 현실이다. 한국인은 ‘이’를 선호하는 체한다. 헤게모니를 잡으려면 도덕성, 정통성에서 지지를 얻어야 하기에 경쟁자나 상대 세력을 비도적적, 비정통적이라고 꾸짖는다.  

주자학은 자기부정의 철학이 아니기에 ‘나’에 대한 긍정이 강하다. ‘나’와 ‘너’ 사이에는 반말을 사용한다. ‘나’ 위에는 ‘님’이 있다. ‘님’에게는 존댓말을 써야 한다. 나보다 ‘이’를 더 많이 체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라거나 목사가 신도에게 “목사님이 어렸을 때는…”처럼 ‘님’을 독특하게도 1인칭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 아래에는 ‘놈’이 있다. ‘놈’에게는 반말을 쓴다. 조선시대 중국은 ‘님’, 일본은 ‘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님’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일본인은 여전히 ‘놈’의 대표적 존재다. ‘이’를 올바르게 세우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는 일본인은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할 대상이다. ‘일본놈’은 한국인에게 도덕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존재다. 

한국인이 오늘도 ‘극장’에서 벌이는 ‘도덕 쟁탈전’이 격한 것은 ‘님’으로 나아가는 쟁투여서다. ‘이’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해야 ‘님’이 될 수 있다. ‘전무님’ ‘상무님’ ‘의원님’ ‘장관님’처럼 ‘님’이라고 불려야만 부와 권력이 따라온다. ‘님’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보니 ‘나’ 혹은 ‘우리’가 얼마나 도덕적인지 봐달라고 목소리 높여 다툰다. 

한국에서 권력투쟁이란 “도덕을 내세워 권력을 잡은 세력이 얼마나 도덕적이지 않은지 폭로하는 싸움”이다. 운동선수나 가수도 “경기 성적이나 노래 실력만으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지 납득시킨 후에야 비로소 스타가 될 수 있다” 또한 “올바르다·제대로·바람직하다와 같은 질서를 지향하는 말이 난무하고 대량으로 소비되는 사회”가 한국이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출처: 신동아 2018년 3월 호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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