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이 고리타분? 21세기 상생사상"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동학이라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인상이 강하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윤석산(67)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런 지적에 고개를 젓는다.
그는 "동학은 화석화한 고리타분한 사상이 아니라 오늘날 필요한 사상"이라면서 "현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30년 가까이 동학 연구에 매진해온 윤 교수가 동학 2대 교조인 해월(海月) 최시형의 생애와 사상을 집대성한 연구서 '일하는 한울님'(모시는사람들)을 최근 펴냈다.
최시형의 생애를 다룬 책들은 있지만 그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한다.
20일 기자와 만난 윤 교수는 "21세기 현대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상을 해월 선생의 사유에서 많이 찾아낼 수 있었다"면서 "시급한 문제인 생명, 생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집중적으로 고찰했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는 경쟁 사회입니다. 경쟁 상대를 억압하고 이겨내야 한다고 하는데 세월호 사건도 그래서 일어난 겁니다. 궁극적으로 경쟁사회와 지나친 이기주의가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것입니다. 동학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데 더불어 사는 삶이 실천된다면 이런 비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윤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풀어야 할 난제가 생명, 생태 문제"라면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 상생하는 삶 등 동학사상은 100여 년 전에 나온 것인데 오늘날 딱 필요한 가르침"이라고 역설했다.
또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동학의 가르침인데 희망을 가질 수 없던 당시 하층민에게 '나도 가치있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동학농민혁명의 성격도 새롭게 정의했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는 동학농민혁명을 단순한 민중혁명으로 봤다"면서 "민중혁명이긴 하지만 동학이라는 가르침에 의해 자각한 농민들이 자신들이 처한 시대적 현실을 새롭게 바꾸는 주체로 나서 일으킨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책 집필을 시작한 것은 15년 전.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에만 10년 가까이 걸렸다.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간 것은 2008년부터다.
"선생이 조선 조정의 추적을 피해 36년간 산간 지대 50여 곳에 숨어다녔는데 현재 발견된 은신처는 모두 답사했습니다."
천도교 신자인 윤 교수는 조부와 외조부가 모두 천도교 신자인 유서깊은 천도교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처음부터 천도교 신자는 아니었다.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서른두 살에 반강제로 입교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천도교 수도원에 가서 일주일 있다 왔는데 뭔가가 달랐습니다. 특히 (동학 경전인) '용담유사'를 읽으면서 생각이 확 바뀌었습니다. 고리타분한 옛 사상이 아니구나,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윤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도 '용담유사 연구'다.
2004년 동학 1대 교조인 수운(水雲) 최제우 평전이자 본격적인 동학 연구서인 '동학교조 수운 최제우'를 펴낸 윤 교수는 동학사상의 대중화를 위해 수운과 해월 두 교조의 사상을 쉽게 풀어쓴 책을 낼 계획이다.
윤 교수는 동학 연구의 권위자로 이름이 높지만 시인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돼 등단한 '문학 소년'이었던 윤 교수는 지금까지 '바다 속의 램프' 등 8편의 시집을 펴냈다.
그는 "40대 이후에는 문학 논문보다 동학 논문을 많이 쓴 것 같다"고 웃으면서 "삶의 문제를 관조하는 시집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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