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연결 세계와 신인류의 연금술적 공생
임형두 기자
최민자 성신여대 교수, '호모커넥투스'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돌입하면서 지구촌 전체가 공포의 나락에 속절없이 빠져들고 있다.
14세기의 유럽 흑사병(페스트)이 그랬듯이 감염병은 인류사에 깊숙이 침투해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비대면 업무와 재택근무 증가, 온라인 수업 확산, 온라인 쇼핑 급증으로 디지털화 추세는 가속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초연결사회 진화 또한 가속화하리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최민자 교수는 신간 '호모커넥투스'를 통해 "초연결사회의 출현은 만물초지능 통신혁명으로 파생되는 수확 가속화로 우리의 생활 방식과 사회·경제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혁신되는 호모커넥투스 시대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최 교수가 말하는 신조어 '호모커넥투스(HOMO-CONNECTUS)'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인간의 새로운 정체성을 뜻하며, 그 바탕은 초연결·초융합·초지능이다. 다시 말해 사람과 사물, 공간 등이 상호 연결된 초연결사회의 인간을 호모커넥투스라고 할 수 있다.
호모커넥투스는 인간과 세계의 초연결성이 가시적 세계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양자 세계와 그보다 더 근본적인 데로 이어진 우주의 근원적 양태로, 하나와 전체가 불가분의 전체성 속에 이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사람-사람, 사람-만물, 만물-만물이 상호 연결된 초연결 세계의 운동원리로서 창조, 융합, 연결, 확장을 이해하는 것은 다가온 '호모커넥투스 시대'를 살아가는 뉴노멀(새로운 기준)의 초지혜, 자유의지의 평화적 확장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호모커넥투스는 연결돼 있으나 고독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외적·기술적 존재성을 넘어 '내적 자아'의 연결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연금술적 공생'을 향한 공감적 감수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본래 호모커넥투스, 즉 '초연결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책은 호모커넥투스를 외적·기술적 존재성을 넘어 '연금술적 공생'을 도모하는 주체로 다룬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더불어 과학을 통한 영성으로의 접근과 영성을 통한 과학으로의 접근이라는 상호 피드백 과정을 통해 호모커넥투스의 정체성에 대한 명료한 인식과 함께 공감의 신문명을 여는 추동력을 제공한다.
홀로그램 우주와 동시성의 원리를 동양의 영적 지혜와 접합시킴으로써 미시세계와 거시세계가 상호 대응하는 관계라는 점도 밝힌다. 더불어 영성(眞如)과 물성(生滅)이 동시에 나타나는 참자아(一心)의 이중성을, 파동인 동시에 입자로 나타나는 양자계의 역설적 존재성과 연결지음으로써 현대 물리학의 아킬레스건인 입자-파동의 이중성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저자의 설명처럼, 보이지 않는 양자 세계는 양자물리학의 미시세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자신의 '참자아'의 세계이며 '내적 자아'의 영역이다. 다른 물질과 마찬가지로 특정 주파수대의 에너지 진동에 지나지 않는 육체는 내면의 하늘로 통하는 영적인 세계로의 관문일 뿐이다.
그 내면의 하늘은 우주 생명력으로 충만해 있으며, '보이는 우주'가 형성돼 나오는 '보이지 않는 우주'라는 것. 저자는 "일체의 현상은 오직 의식의 작용일 뿐이다.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는 상호 조응해 있으며 지구 유기체는 지구의 물리·화학적 환경을 변화시키는 살아 있는 생명 실체"라고 언급한다.
이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공생이라는 고리로 상호 연결돼 있으며 그러한 공생 진화가 없었다면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유기체와 환경은 경쟁과 협력, 창조와 상호 적응을 통해 공진화(共進化)한다"는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공생 진화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560쪽. 3만원.
<출처: 연합뉴스(https://www.yna.co.kr/view/AKR202005281271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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