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소개

민중의소리 / 연꽃 십자가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5. 28. 15:54

[새책] 종교평화 지키려다 ‘우상숭배’로 해직됐던 손원영 교수 이야기 ‘연꽃 십자가’

권종술 기자

불당을 훼손한 개신교 신자를 대신해 사과와 모금을 했다는 이유로 파면됐던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는 2019년 10월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면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파면 무효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학교 측이 2017년 2월 20일 결정한 파면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면서 파면을 취소하고, 파면 시점부터 복직할 때까지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지난 2016년 1월 경상북도 김천 개운사에 자신을 개신교 신자라고 밝힌 한 남성이 난입해 몽둥이로 불당에 봉인돼 있던 불상 등을 부순 사건에 대해 대신 사과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의 의미를 담아 불당 복구 비용을 모금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바 있다.

당시 손 교수의 행위는 종교간 평화의 상징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았지만 서울기독대가 속한 교파인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와 서울기독대 총동문회 등은 손 교수의 모금을 ‘우상숭배’로 몰았고, 결국 서울기독대는 2017년 2월 이사회를 열고 손 교수를 파면시켰다. 손 교수는 지난해 6월 파면 무효 소송을 냈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신교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손 교수의 파면사건은 단순히 한 대학의 작은 징계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한 범국가적인 사건”이라며 손 교수에 대한 부당한 파면이 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뜻을 같이하는 불교 및 천주교 등 종교계와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의 각 대표들이 함께해 ‘손원영 교수 개운사관련 파면사건 시민대책위원회’(상임대표 박경양 목사)를 구성해 지원에 나섰다.

2심 판결 이후 환원학원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음으로써, 이 판결은 최종 승소 판결이 되었다. 그리고 2020년 4월 1일 환원학원 이사회에서는 손원영 교수의 복직이 최종 결정이 되었다. 그러나 손원영 교수는 아직도 학교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학교(동문 포함) 구성원들이 교문 앞에서 그의 ‘출근’을 극력 저지하며 실력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교수 해직과 복직 판결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투쟁은 이렇게 한국 기독교, 특히 다른 종교와 공존하지 못하는 한국 기독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손 교수의 해직과 복직 투쟁 과정, 그리고 종교 화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담은 책 ‘연꽃 십자가- 개운사 훼불사건과 종교평화’를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가 출간했다.

재판 과정에서 손원영 교수를 파면한 근거 중 하나로 제기되었던 ‘보살 예수와 육바라밀’(손원영 교수가 성탄절을 축하하며 시내 한 사찰에서 행한 설교의 제목)은 세계적인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에 의해서 “내가 아는 한 최고의 기독교 설교”라는 찬사를 얻었지만, 서울기독대학 진영은 이 또한 손원영 교수를 ‘이단’으로 몰아가는 빌미로 삼았다.

한마디로 손원영 교수(목사)의 신학적 입장은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 기독교 신앙하기”의 맥락에 서 있는 것으로, 스승인 유동식 교수의 ‘풍류신학’이나 변선환 교수의 ‘토착화신학’의 연장선상에서 ‘하늘신학’을 지향한다. 손원영 교수는 이 땅에서 가장 철저하게 기독교인으로 살아가기 위하셔, 그의 신앙적 양심을 전적으로 헌신하여 기독교에 복무하는 방편으로서 이웃종교와 교류하고 시민들 속으로 종교와 더불어 하방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손원영 교수는 해직 이후 한편으로 복직을 위한 지난한 과정을 밟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현장’을 잃어버린 ‘박해 받는 중의 성직자’로서 생명력을 잃지 않기 위하여 ‘가나안’ 교회를 꾸려냈다. ‘가나안’이란 기독교 신앙에서 약속의 땅을 의미하지만, 현대 한국의 맥락에서는 기존의 기독교회의 행태에 실망하고 교회에 ‘안 나가’는 교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손원용 교수(목사)는 이들 ‘안 나가’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가나안 교회’를 꾸려서 다양한 형식의 실험적 예배, 목회 활동을 통해 목회자로서 신도들을 인도하는 소명을 놓지 않았다.

이 책 ‘연꽃 십자가’는 제목이 상징하듯 이웃종교(주로 불교)와 신앙적으로, 신학적으로 교류하면서 ‘종교평화’라는 종교사회학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과 그것을 기독교 신학으로 풀어낸 손원영 목사의 설교문, 그리고 해직 과정에서 학교 측과 벌인 공방(소명)의 내용, 법정 공방 과정 문서들, 그리고 손원영 교수의 해직을 촉구하고 호소하는 종교인, 손원영 교수의 지인, 일반 시민들의 성명서와 탄원서, 그리고 오늘날 이 땅에서 종교평화를 추구하는 것의 의미와, 종교와 폭력의 본질 등을 심도 있게 다른 글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출처: 민중의소리(https://www.vop.co.kr/A00001490063.html)>

기사 원문 보기

2022 세종도서 선정 도서

모시는사람들의 뉴스레터를 받아 보세요

동학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추락하는 지구, 비상착륙 시나리오를 가동하라

동학의 천지마음

정동의 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