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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철학 연구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1. 25. 10:52
통합의료인문학 학술총서03

의철학 연구

동서양의 질병관과 그 경계

■ 이 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인간의 일생에 한순간도 없는 순간이 없는 질병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질병과 더불어 함께해 온 의학과의 대비 속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질병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기본 토대에서부터 다시 세우는 시도를 하는 책이다. 질병은 새로 생성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새로 발견되고, 그 개념의 범위를 확장해 가거나 또는 인간과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질병의 범주 속에 편입시켜 옴으로써 끊임없는 변화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질병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이를 다스리고 이와 더불어 가면서, 인류가 바라는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책이다.

 

  • 분야 : 인문
  • 기획 :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 저자 : 김준혁, 김태우, 윤은경, 이수유, 장하원, 조태구
  • 발행일 : 2022년 1월 25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272쪽 (두께 13mm)
  • 제책 : 무선
  • 판형 : 152×225mm(신국판)
  • ISBN : 979-11-6629-045-9 (94000)
  • ISBN(세트) : 979-11-6629-001-5 (94000)

■ 출판사 서평

코로나19 팬데믹 재난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오늘날, 의학의 사회적 영향력과 의의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의학의 영향력과 의의를 드러내는 한 계기였을 뿐이다.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의학은 더 이상 병원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 전체에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인간의 삶을 그 근본에서부터 변화시키는 다양한 활동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학은 도대체 무엇을 문제 삼는가? 의학의 일차적인 목적이 병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보면, 의학이 다루는 것을 묻는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의학은 바로 “질병”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이 대답은 앞선 질문의 최종적인 답이 될 수 없다. “질병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뒤따라 제기되기 때문이다. 대체 무엇이 질병이며, 의학은 무엇을 질병이라고 규정하는가? 즉 의학이 자신의 문제로 삼는 질병은 무엇인가? 질문은 반복된다. 의학은 무엇을 문제 삼는가?

이 책은 바로 그 문제, ‘의학은 무엇을 문제 삼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여러 모로 제시한다. 의학과 한의학, 철학, 사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의철학’에서 제기된 여러 질병관을 <1. 서양의 질병관>, <2. 한의학의 질병관> 그리고 분명 질병으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여러 난점이 있는 정신질환을 다루는 <3. 질병의 경계에서>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해당 질병관의 전체 윤곽을 그릴 수 있는 글부터, ‘난임’과 ‘자폐’, ‘치매’ 등 구체 사례에 이르기까지 다층적 논의에로 인도한다.

오늘날 의철학의 관심은 다만 ‘무엇을 문제 삼는가?’라는 질문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발전된 의학 기술 덕분에 연장된 수명과 달라진 생활환경은 시대의 주도적인 질병의 성격을 바꾸고 의학의 관심 자체를 질병으로부터 점점 건강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또 ‘질병으로부터의 환자의 소외’나 ‘의료의 비인간화’ 등과 같은 현대 의학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 역시 의철학의 과제이다. 따라서 의철학은 변화된 상황에 부합하고 기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을 문제 삼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어떻게 문제 삼는가?’도 함께 성찰해야 한다.

이 책에서 ‘한의학’, ‘난임’, ‘자폐증’, ‘치매’ 등을 통해 질병관을 탐색하는 글들은 질병이나 건강 관련 이론 자체보다 이를 생활세계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맥락화한 논의를 통해 이 ‘어떻게’와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 이 글들은 의학과 문화는 한 질병에 대해 서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점에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질병으로 볼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 구별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이러한 차이가 임상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환자의 경험을 구성하는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관점의 역사적 변화에 따라 질병에 대한 해석은 또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엿볼 수 있게 함으로써, ‘어떻게’에 대한 성찰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 차례

제1부 서양의 질병관

질병은 존재하는가? / 조태구
1. 질병 개념의 복잡성
2. 질병 개념의 필요성
3. 질병 개념에 대한 논의의 두 갈래
4. 질병에 대한 존재론적 관점
5. 질병에 대한 생리학적 관점
6. 다시, 질병 개념의 복잡함
질병은 어떤 성격의 개념인가? / 조태구
1. 머리말
2. 부어스의 자연주의
3. 엥겔하르트의 규범주의
4. 맺음말
건강 개념의 변화 / 김준혁
1. 서론
2. 노르덴펠트: 최소 행복을 위한 목표 실현의 능력
3. 후버: 긍정적 건강과 도전에의 적응
4. 건강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5. 결론

제2부 한의학의 질병관

의료인문학 질문으로서의 “질병이란 무엇인가?” / 김태우
1. 들어가며
2. 의서와 의료 실천
3. 학파 현상, 한국 한의학의 학파들, 그리고 방법론
4. 동의보감학파들의 의료 실천과 질병에 대한 접근들
5. 동아시아의학 지식과 의료 실천, 그리고 질병이란 무엇인가?
6. 나가며
난임, 무엇이 문제인가? / 윤은경
1. 들어가며
2. 일러두기: 난임의 경험들
3. 난임, 무엇이 문제인가?
4. 현대 한국사회의 난임 경험: 당사자들의 이야기
5. 임신하는 몸과 임신당하는 몸
6. 나가며

제3부 질병의 경계에서

자폐증 개념의 진화 / 장하원
1. 들어가며
2. 인간의 분류와 질병 경험
3. 정서적 장애로서의 자폐증
4. 심인성 정신 질환으로서의 자폐증
5. 생물학적 질환으로서의 자폐증
6. 발달에서 일탈로서의 자폐증
7. 자폐증 인구와 자폐증의 뇌
8. 위험으로서의 자폐증
9. 결론
치매와 문화 / 이수유
1. 들어가며
2. 노화와 질병의 관계
3. 노망, 치매, 알츠하이머
4. 지역적 차이: 인도와 일본의 사례
5. 자아와 관계성을 재정의하기
6. 결론

 

■ 책 속으로

● 결국 질병에 대한 생리학적 관점이 지니는 세 가지 특징, 일반성·개인성·관계성은 이 관점이 질병 자체보다는 질병으로 아파하는 인간 개인에 관심을 둔다는 점을 말해 주는 듯하다. 실제로 생리학적 관점의 일반성은 이 관점이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항상성을 고려하고, 개인성은 각각의 인간 개인의 고유함을, 관계성은 인간 개인의 총체적인 삶 자체를 관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을 말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 하에서 의학은 더 이상 질병에 대한 학문이나 실천으로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의학은 총체적인 인간 자체에 대한, 즉 인간 개인에 대한 학문이며 실천이다. <본문 36쪽>

● 엥겔하르트의 질병과 건강 개념 하에서, 의학은 자연적 사실에 대한 탐구이기 이전에 인간을 가능한 모든 고통이나 불편으로부터 해방된 상태, 즉 건강한 상태로 만들겠다는 목적을 가진 실천적 행위이며, 이론적 탐구는 이러한 실천적 행위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요청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학은 결코 생물학으로 환원되지도 않으며, 그것에 종속되지도 않는다. 의학은 다만 생물학을 이용할 뿐이다. 이제 이러한 관점에서 질병은 결코 실험과 관찰을 통해 확인되는 자연적 사실일 수 없으며, 가치독립적인 개념일 수도 없다.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일련의 현상들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행위 자체에 이미 인간의 고통과 불편을 치료하겠다는 실천적 의도가 담겨 있다. 질병 개념은 아픔과 불편이라는 인간적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고 조정하기 위해, 다시 말해, 진단하고 예후하고 치료하기 위해 마련된 설명 도식으로서, 그 발생 자체에서부터 가치 함축적이다. 요컨대, 우리는 질병 앞에서 중립적일 수 없다. 치료에 대한 요청은 질병 개념 자체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질병 개념의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가치판단에 의해 치료가 유보될 수는 있다. 그러나 부어스의 경우와 달리, 여기서 문제는 치료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치료에 대한 요구를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에 있다. <본문 64쪽>

● 세계보건기구의 완전한 건강, 부어스의 생물통계적 건강, 노르덴펠트의 전체론적 건강, 후버 등의 긍정적 건강으로 가면서 점점 주관성과 개인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전술한 것처럼 이것은 현대사회의 필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국가 단일보험을 통해 빠르게 현대 보건의료 시스템을 완성한 한국에서도 같은 건강 관련 필요가 나타나고 있다. 즉, 노인 인구의 증가, 만성질환의 주도, 정신 질환 관리 필요성의 확대, 의료비 상승, 의료 자원의 지역적 불균형, 면역항암제와 같은 신기술에 맞춰 보험 보장 항목의 조정 필요 등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 의료 시스템은 여기에 대응하여 어떤 건강 개념을 추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건강권, 즉 ‘성취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누릴 권리’의 구체적 확립에 선행되어야 한다. ‘최고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에 따라 건강권 실현의 논의는 상당히 달라지며, 따라서 정책 수립에서도 큰 차이가 있음은 추가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본문 98쪽>

● 현동학당, 병인론학회, 형상학회의 진료는, 17세기에 발간된 『동의보감』과 21세기 동의보감학파 사이 교감의 결과물이다. 그 교감을 통해 『동의보감』이라는 텍스트는 여전히 진행형의 역사로 존재한다. 그 역사 속에 몸과 질병을 바라보는 동아시아의 관점이 관류하고 있다. 현동학당의 맥진 강조는 ‘흐름’으로 읽을 수 있는 질병에 대한 동아시아의 관점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 질병은 흐름상의 돌출과 이탈, 그리고 변이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병인론학회의 병인을 통해 무형과 유형에 모두 열려 있는 동아시아의학의 질병에 대한 관점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보다 다양한 층위에서 병인을 바라볼 수 있게 허용하는 포괄적 질병에 대한 관점으로 드러난다. 형상학회의 의료 실천은 몸과 항상 연결되어 있는 질병에 대한 관점을 드러낸다. <본문 138쪽>

● 의(醫)는 인류 보편적인 현상이며, ‘존재와 존재의 만남 속에서 성립’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관계에 관한 것’이지만 그것이 드러나는 모습은 제각각 다르다. 인간의 몸을 분절된 단위로 보고 각 단위가 특정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보는 생의학은 개체를 중시하는 서구의 관점에서 비롯되며, 몸에서 발현되는 현상을 몸 내부의, 그리고 외부까지 아우르는 흐름의 일부로 보고 그 흐름이 일어나는 관계성에 주목하는 한의학은 기(氣)라고도 일컬어지는, 존재를 관통하는 흐름에 주목하는 동아시아의 관점에서 비롯한다. 이와 같은 사유의 차이가 난임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문제에 대한 관점과 접근의 차이로 이어졌으며, 난임 당사자들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의 차이는 개개인의 치료 경험뿐만이 아니라 난임 치료 여부에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두 의학의 차이는 같은 목적지에 가는 서로 다른 길이 아니었다. ‘치유’라는 의학 보편적인 가치 안에서 각각의 사유에 걸맞은 목적지가 정해지고, 이에 다다르는 길 또한 해당 사유의 틀 안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두 의료가 공존할 뿐만 아니라 섞인다. <본문 179쪽>

● 자폐증은 그간 그 개념과 진단 기준, 그리고 그것을 지닌 인구 집단이 끊임없이 변화해 온 질환이다. 정신의학·심리학·유전학·신경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진 자폐증에 관한 연구들과 임상 현장·치료와 교육·복지·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작업들이 얽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증상들을 자폐증이라는 장애로 문제시할 것인지, 그러한 증상을 지닌 사람을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고 또 연구할 것인지가 결정되어 왔다. 특히, 현재의 유전학과 신경학 연구들에서는 점점 더 어린 아동들에게서 나타나는 행동·뇌·유전자의 차이점이 발굴되고 있고, 이는 사회적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원시적인 행동이나 생물학적 특징을 중심으로 자폐증을 규정하게끔 만든다. 현재의 진단 기준과 각종 도구들, 그리고 유전학과 신경학 중심의 연구들이 내놓는 성과는 계속해서 자폐증 인구와 그들에 대한 새로운 설명을 생산해 낼 것이며, 이렇게 포섭되는 새로운 사람들은 다시금 자폐증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새롭게 할 것이다. <본문 217쪽>

● 오늘날 치매라는 용어로 집약되는 노년기의 정신적 이상은 다른 질병들이 그러하듯 당사자에게 곤란함이나 불편함으로 느껴지는 변화를 초래하고, 그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노력을 요구한다. 그들의 세계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기술한 연구들은 그 변화가 이전과의 단절인 만큼 연속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상 혹은 병리가 이른바 정상적이라 여겨지는 삶의 영역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질병이라는 사건이 개인의 생애 과정에서 어떻게 길들여질 수 있는지,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어떻게 새로운 균형을 잡아 갈 수 있는지 모색하는 일이다. <본문 248쪽>

■ 기획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 _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 중심 가치를 정립할 수 있는 통합의료인문학의 구축과 사회적 확산을 목표로 연구와 실천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인문학 지식의 대중화에 힘쓰고 지역사회의 인문학 발전에 기여하고자 지역인문학센터 <인의예지>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 저자

김준혁 _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치의학교육학교실 조교수
김태우 _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윤은경 _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이수유 _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박사과정 수료
장하원 _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조태구 _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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