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들 책이야기

《지금 여기》 저자에게 묻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3. 7. 11:24

최근 두 번째 시집, 《지금 여기》를 출간한 저자 심규한 님께 작품을 마친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 작품을 쓰는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진정(眞情:참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시를 써야겠다고 처음 마음을 낼 때는 진정을 느낄 때입니다. 또한 저는 사상과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터라 작품 안에 그것이 자연스럽게 담기기를 바랍니다. 시인치고는 보여주기에 익숙한 시인이기보다 말하기에 익숙한 시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진정이 제일 중요합니다. 비록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더라도 그 중심에는 진정의 발판이 자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공자가 말한 사무사(思無邪)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저는 진정과 사상과 삶이 사랑으로 구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 안에 사랑이 있는 셈이지요. 진정과 사랑을 구분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진정의 느낌을 제가 가지고 있을 때 저는 시를 편하고 쉽게 쓰지만, 그러지 않을 때는 아예 쓰지 않습니다. 시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저는 시를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문제는 진정과 사랑의 강도라고 생각합니다.

 

▲ 제목을 ‘지금 여기’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금 여기’는 제 삶의 목표이며 공부의 목표입니다. 막상 제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학교 교육의 반성에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학교 교육에 의해 아이들은 아이들 나이에 누려야할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지요. 제가 그랬습니다. 시험공부를 하며 좀비 같은 느낌으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래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정말 지금 이 순간의 생생한 느낌을 가지고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파우스트의 욕심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그렇게 지금 여기의 삶을 유예시키며-즉 자기를 배반하며- 저는 살았고, 대부분의 우리는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에 생각에 삶에 솔직하지 못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기를 영영 잃어버린 채 공허하게 살기도 합니다. 그러니 지금 여기야말로 정말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요? 예전 교사로서 제가 학생들에게 하고 싶었던 유일의 말도 오직 자기밖에 살 수 없는 자기의 지금 여기를 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인지 이번 시집의 시 한 편이 ‘지금, 여기, 그리고 나’입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로 정했습니다. 


▲ 천성산은 ‘나’에게 어떤 의미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산은 우선 제게 마음이고 어머니입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전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모악산을 매일 바라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제 마음에 산이 들어와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을 바라볼 때 저는 모악산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기도 했으니까요. 정말 소설 ‘큰 바위 얼굴’처럼 오래 바라보면 마음이 그것을 닮게 되고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뒤 히말라야를 좋아했습니다. 만년빙과 고산의 고독 속에서 생명의 근원을 체험하는 것 같았습니다. 히말라야는 제게 생명의 시원이고 궁극의 종교이기도 한 셈이지요.

하지만 천성산은 모악산이나 히말라야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스승이라고 할까요? 산으로부터 저는 계속 배우고 깨닫고 있습니다. 바위에게서 물에게서 벌레에게서 꽃에게서 무엇 하나 지혜를 간직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소동파의 시에 ‘시냇물 소리가 바로 부처님의 장광설이고, 산 빛이 어찌 청정법신 아니겠는가’라는 구절이 있지요. 정말 그렇습니다. 제가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듣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저는 무한히 배우고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화엄벌을 마주하고 앉아 산을 바라볼 때 저는 모악산을 바라볼 때의 편안한 마음을 다시 느낍니다. 제가 닮고 싶은 마음이지요. 어머니의 마음. 모든 것을 품어 기르는 사랑과 평화의 세상이 바로 화엄벌이니까요. 물론 이 안에는 독사, 담비, 삵, 황조롱이, 말똥가리 같은 맹금류도 살아요. 작은 짐승들이 기를 못 펴고 살지요. 하지만 그 조차 품어 안아 모두가 살게 하는 것이 바로 산이지요. 산은 아름다움만큼 아픔도 품어요. 그 큰 품에 감탄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지금 여기

■  심규한 저
■  2016년 2월 5일 발행
■  144쪽
■  8,000원
■  130mm ✕ 210mm
■  ISBN : 979-11-86502-40-2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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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심규한 님의 페이스북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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