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들면서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나는 경우도 있고, 그 이야기가 새로운 시각을 일깨우는 경우도 있다.
《죽음맞이》라는 책은 후자의 경우다.
단어 자체가 주는 거리감, 함부로 입에 올리면 안 될 것 같고, 감춰야만 할 것 같은 죽음이라는 학문은 생경했지만, 조금만 들어가 보면 듣는 것만큼 낯설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내 주위의 누군가, 혹은 나 스스로가 죽음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TV 드라마에서 시한부 인생은 아주 오래 전부터 흔하게 쓰여온 공식화된 소재다.
아주 어린 시절 보았던 정윤희가 나왔던 드라마 <축복>부터 최근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까지 모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하지만 에전이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드라마는 가족들이 당사자에게 죽음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드라마가 시대를 어느 정도 투영한다고 보면 현실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상황이 찜찜했다.
시한부 선고를 당사자에게 알리는 것이 옳은가, 알리지 않는 것이 옳은가?
《죽음맞이》에는 곳곳에 병원이나 호스피스에 종사하고 있는 저자들의 경험담들이 실려 있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주변을 정리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서 생을 마감한 환자의 가족들이 많이 후회하더라는 내용을 보면서 그런 찜찜함이 조금은 정리되었다.
좋은 죽음에 대한 고민도 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의 공저자이며 한국죽음학회 회원 중 한 분인 정현채 선생님의 인터뷰 기사가 최근 한겨레신문에 실렸다.
인터뷰에서 정현채 선생님은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죽음학과 사후세계의 증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죽음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종교나 문화적 관심보다는 오히려 의사로서 생물학이나 과학적인 관심이었다고 말한다.
기사 전문 보기 :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한겨레신문)
인터뷰 기사 덕인지 요 며칠 《죽음맞이》나 최준식 교수님의 《죽음학 개론》 《사후생 이야기》 같은 죽음학 관련 책들의 주문이 늘었다.
내심 바람은 좀 더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싶다.
그들의 시각이 바뀌어야 세상이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도 점점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이제 드라마에서 시한부 인생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죽음학 관련 도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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