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고양이버스 in 아날로그 노스탤지어(http://blog.naver.com/rosa415/220729235527)
왜 마늘을 먹어야 할까요?
PPT 화면에 뽀얗고 탱글탱글한 마늘 한 쪽이 떴다. 풍성하게 돋아난 뿌리가 유난히 돋보인다.
“우리 민족은 왜 마늘을 먹어야 할까요?” 강사 안철환 씨가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놀랍게도 수강생들 사이에서 즉각적인 답이 돌아왔다.
“마늘 먹고 사람 됐으니까요!”
듣고 보니 그렇다. 우린 모두 웅녀의 자손이 아니던가.
'밥 한 그릇에 세상 이치가 다 담겼다.'는 취지 아래 지난 4월 20일부터 천도교 수운회관 907호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천주 농부학교에 들다>.
시천주 농부학교
<시천주 농부학교에 들다>는 천도교 한울연대가 주최하는 프로그램으로 똥꽃 농부 전희식 씨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다. 이날은 '친환경 유기농업에서 유기순환 생태농업으로'라는 주제하에 안철환 씨의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안철환 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좋아했던 책 가운데 하나인《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요시다 다로 지음, 들녘 펴냄)을 번역한 분이다. 이 책은 경제 위기에 봉착한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시민들이 도시농업으로 삶의 위기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다.
"내가 먹을 것은 내가 키워 먹겠다."는 아바나 시민들의 단순한 발상으로 시작된 도시농업에는 공익적 가치가 숨어 있었다. 도시농업으로 아바나 시민들이 70%를 자급자족하게 되면서 나라 전체가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안철환 씨는 이날 강연을 통해 주말농장 붐이 2005년 반짝했다가 확산되지 못한 것은 남과 함께하지 않는 자기만의 소유의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안철환 씨가 주제로 들고 나온 공동체 농사는 다르다. 다른 이를 대신하고 때로 서로 나누는 것이 공동체 농사의 장점이다.
지주 없는 야무진 고추밭
PPT 화면에 고추밭 풍경 사진이 떴다. 안철환 씨가 키우는 고추밭이다.
어, 그런데 고추밭에 지주가 보이지 않는다. 곧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주를 세우지 않아도 고추가 쓰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탄저병이나 어떤 병충해에도 끄떡없단다.
열매 하나하나가 탱글탱글하지만 대신 수확은 절반밖에 안 된다.
안철환 씨의 고추밭에는 서리가 올 때까지 고추가 열린다.
서리가 오기 전에 풋고추가 풍성히 열리면 장아찌를 잠근다.
그렇게 담근 장아찌는 아삭하고 맛있기가 이를 데 없다.
안철환 씨는 고추 모종을 심지 않고 씨를 심는다. 씨를 심는 대신 물을 주지 않는다.
물을 주지 않으니 뿌리가 넓고 깊게 뻗는다. 그 힘으로 웬만해서는 쓰러지지 않는, 스스로 버틸 수 있을 만큼의 키를 키우는 야무진 고추가 자란다.
오히려 물을 주게 되면 싹부터 틔우니 뿌리가 튼튼하지 않아 쉽게 쓰러진다는 것이 안철환 씨의 설명.
직접 재배한 농산물 이야기며 농사에 얽힌 에피소드, 농사의 참맛을 깨닫게 된 진솔한 이야기가 맛깔지다.
오는 6월 15일까지 총 11회에 걸쳐 진행되는 <시천주 농부학교에 들다>는 이론 강의와 주말을 이용한 1박 2일 현장탐방 2회가 포함된다. 자연 속에서, 생명의 농사로 소박한 삶을 꿈꾸는 사람, 도시에서 텃밭농사를 원하는 사람, 농사와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여 꾸미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소농은 혁명이다》(모시는사람들 펴냄)이라는 책을 펴낸 전희식 씨는 <시천주 농부학교에 들다>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똥꽃 농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전희식 씨는《땅살림 시골살이》, 《아름다운 후퇴》, 《시골집 고쳐 살기》 등에 이어 이번에 출간한 《소농은 혁명이다》에서 인류 문명의 폐해와 우리 농업의 위기에 맞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오래도록 다 같이 잘사는 길 가운데 하나로 소농을 제시하고 있다.
땅의 위기, 먹거리의 위기, 생명의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전하는 그의 철학이 따스하게 묻어나는 책이다.
필자와의 제휴를 통해 본 사이트에 편집·게재하였습니다.
원문 : http://blog.naver.com/rosa415/22072923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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