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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개벽 2021·여름호·제3호

알 수 없는 사용자 2021. 6. 3. 18:12

다시개벽 2021·여름호·제3호

괴물이 된 지구, 괴물이 될 인간

■ 이 책은…

계간지 『다시개벽』 제3호로, 2021년 여름호이다. 『다시개벽』은 백 년 전에 창간되었던 우리나라 대표적인 종합잡지 『개벽』을 복간한 계간지이다. 『다시개벽』 제3호의 특집은 “괴물이 된 지구, 괴물이 될 인간”으로 배치하였다. ‘괴물 지구-인간’ 담론은 인간을 지구상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하고 전개해 온 지난 수백 년간의 역사가 파탄을 맞이하고 있는 지구위험시대에 인간 안에 ‘비인간’이, 지구가 수많은 이종(異種)들의 결합의 복합체, 즉 괴물임을 발견하고, 그에 걸맞은 삶과 문명을 모색하는 기획이다. 이로써 『다시개벽』 잡지의 기본적인 태도인, 이 시대가 문명사적인 대-전환기, 지구적 전환기라는 시대 인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인문학적인 인식 지평을 제시하는 길을 한결같이 걸어 나간다.

 

  • 분야 : 계간 잡지
  • 발행인 : 박길수
  • 편집인 : 조성환
  • 발행일 : 2021년 6월 1일
  • 가격 : 12,000원 / 1년 정기구독 43,000원
  • 페이지 : 152쪽 (두께 9mm)
  • 제책 : 무선
  • 판형 : 170×245mm
  • ISBN : 979-11-6629-041-1 (03050)
  • ISSN : 2765-0065

■ 출판사 서평

『다시개벽』 여름호(제3호)는 ‘지구학’이라는 화두로, “괴물이 된 지구, 괴물이 될 인간”을 주제로 인간과 비인간의 위계 서열을 무너뜨리며 지구적 위기의 대안적인 삶의 지평을 모색한다. 『다시개벽』은 겨울-봄-여름-가을의 계절별로 각각의 고유한 주제를 지향한다. 2020·겨울호(제1호)는 “한국 자생적 사유의 발굴”을 핵심 과제로 삼았고, 2021·봄호(제2호)는 ‘영혼의 탈식민지화’를 지향하며 “형상 없는 흔적, 흔적 없는 형상”을 주제로 서구 지향적 사유의 한계를 지적하였다.

‘괴물-지구’란 우선 “지구와 인간의 공동 역사가, 그러니까 지구가 일방적으로 인간을 덮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이 일방적으로 지구를 착취하는 것도 아니라, 지구와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를 위해 하는 일들이 서로의 존재를 변형시키는 역사”에 관한 상상력에 대한 예고한다.

‘괴물-인간’이란 그러한 ‘괴물-지구’에서 인간이 지구와 스스로를 파괴하는 존재로 전락한 것을 지시함과 아울러, 인간이 스스로 지구와 비인간 존재와의 결합된 존재임을 자각함으로써 도달하게 되는 이상적 인간상이기도 하다. 이는 다음의 문제의식-상황으로부터 비롯한다; “지금의 인간은 아무에게도 살을 내어주지 않는다. 한 방향만을 볼 수 있는 인간은 자연의 질서가 수직적 먹이사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에게도 먹히지 않는 인간은 자신에게 먹히는 비인간 존재들이 자신과 전혀 다른 존재라고 믿고 있다. 그럼으로써 지구 - 그리고 지구 안의 비인간 존재들 - 와 인간이 그물처럼 엮어 온 역사는 유일한 주체적 행위자로서의 인간이 수동자로서의 환경 - 여기에는 주체로 취급되지 않는 인간도 포함된다 - 을 다루는 일방적이고 이분법적인 역사로 오해되어 왔다.”

이것은 한마디로 인간이 비인간과 합체 속에서 존재하며, 지금도 그 합체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것, 더불어 지구 전체와의 합체물(合體物=怪物)이 곧 인간이라는 것을 망각한 삶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괴물성-망각’의 결과가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또 내던져진, ‘위험시대에 내몰린 지구’, ‘양극화로 찢겨지는 사회’, ‘팬데믹의 소용돌이에 허우적대는 인류’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주목하는 동안, 지구 곳곳에서 S.O.S 신호처럼 발신되기 시작한, 인간의 괴물성, 다시 말해 인간은 비인간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자각의 신호들에 응답하기 위하여 이번 호의 기획이 시작되었다.

(1) 오세란은 “인간중심주의란 성인중심주의이다”라는 선언적 명제로 ‘동심천사, 중2병환자’로 취급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실은 ‘자연 또는 환상과 교감하며 변신하는 건강한 괴물적 존재’임을 말한다. (2) 최석현은 2000년 이후 대두된 인류세 논의에 주목하여 브뤼노 라투르의 가이아 지구론과 객체지향 정치를 참고하면서 공간으로서의 세계를 논의한다. (3) 김서형은 지구 차원에서 역사를 말하는 ‘지구사’ 개념을 따라가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전염병과 인간이 어떻게 공진화해 왔는지를 논의한다. (4) 신혜린은 “횡적 전멸, 종적 절멸, 개체적 소멸로 향하는 인류세의 우울한 결말을 향해 가는 인간에게 반성을 넘어선 자기 파괴와 변신을 기대한다. (5) 김동민은 지난 호에 이어 인문학의 문화와 자연과학의 문화 사이의 단절을 둘러싼 담론을 소개한다. (6) 김선오, 김경후의 시와 김은정의 드라마 비평이 ‘다시 그리다’ 꼭지를 채워 준다. (7) 이번 호부터 다시 시작하는 ‘다시 열다’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공간이다. 바론 문재훈은 ‘세월호 세대’이자 ‘코로나 세대’로서 10~20대 초반 세대가 급변의 시대에 무엇이 영원히 옳은 일인지를 묻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글로 완성하였다. (8) 임예슬, 이아람은 서로 다른 결로서 로지 브라이도티의 『변신: 되기의 유물론을 향해』(김은주 옮김, 꿈꾼문고)에 대한 서평을 담아냈다. (9) 끝으로 ‘다시개벽’의 눈으로 다시 읽는 근대의 텍스트들(연재)로 지난 호에 이어 최한기의 『지구전요』 일부분(김봉곤 변역)과 1920년대의 『개벽』 잡지 기사 번역(박은미)를 수록하였다.

■ 차례

● 권두언 PROLOGUE

○ 성민교. 괴물이 된 지구, 괴물이 될 인간

● 다시쓰다 RE: WRITE

○ 오세란. 인간중심주의란 성인중심주의다: 인간과 비인간을 교차하는 존재, 아동과 청소년에 대하여
○ 최석현. 인류세, 가이아, 에코포이에시스: 신기후체제의 시공간과 객체지향 정치
○ 손성규. 불확실성의 시대를 조망하는 인류학적 사고: 가상의 힘을 마주한 상징계, 그리고 상징 너머의 인류학
○ 김서형. 지구사 속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염병
○ 신혜린. 인류세 살아남기: 소멸의 미학
○ 김동민. 두 문화의 단절과 반목에 대하여

● 다시그리다 RE: IMAGINE

○ 김선오. 시 <진화> 외 1편
○ 김경후. 시 <오로라 계> 외 1편
○ 김은정. 「스위트홈」의 달콤한 욕망과 내 안의 괴물들

● 다시열다 RE: OPEN

○ 바론 문재훈. 지금, 여기

● 다시읽다 RE: READ

○ 임예슬. 코로나 시대의 사랑: 로지 브라이도티 『변신』 서평
○ 이아람. 여성-되기 속의 포스트휴먼: 로지 브라이도티 『변신』 서평

● 다시잇다 RE: CONNECT

○ 김봉곤 번역. 최한기 『지구전요』 범례
○ 박은미 현대어 역. 인도정의 발전사로 본 금일 이후의 모든 문제

 

■ 책 속으로

인간중심주의란 곧 성인중심주의이다. 처음에 언급한 대로 성인은 한때 어린이나 청소년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소수자 문제와는 다르다. 어린이나 청소년 시기를 부인하는 것은 곧 자신의 경험, 기억, 과거를 망각하는 것이며 자신의 과거 데이터를 누락시키는 것이다. 성인은 사회화의 과정에서, 이른바 ‘인간이 되기 위해’ 소중한 기억을 잃는다. 어른들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미숙한 존재로 타자화한 후 성인이 된 자신의 처지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한다. 어른들의 사회화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통과하며 마주친 사회의 억압을 수용한 결과다. <21쪽, 인간중심주의란 성인중심주의다-오세란>

경제학자인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1953-)은 보다 좀 더 급진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간중심주의” 또는 “과학적 사실로서의 인간중심주의”가 필요하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겸허해지기 위해 인간의 중요성을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다. (…) 문제는 더 이상 우리가 이런 역할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가 아니다. 그 역할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가 문제다.”3 인류에 의한 지구의 위기라는 초유의 현실 앞에서 ‘우리’ 그러니까 인류는 자기 손으로 저지른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차크라바르티와 해밀턴을 위시한 인류세주의자들의 요구이다. <24쪽, 인류세, 가이아, 에코포이에시스 신기후체제의 시공강과 객체지향의 정치-최석현>

오늘날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브라질의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비베이루스 지 카스트루(Eduardo Viveiros de Castro)가 주장한 것처럼, 산업혁명 이후의 생태적 파국은 이 세계가 먼저 끝날지, 자본주의가 먼저 끝날지 내기하는 것처럼 지구라는 행성을 되돌려 놓을 수 없는 상태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 속에서 가상계, 그리고 상징의 언어들은 너무나도 쉽게 증식한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희망의 영역으로 전환하려는 기획은 상징계를 ‘다시’ 형상화하는 작업, 그 가능성과 한계를 식별하는 작업에서 시작될 수 있다. <47~48쪽, 불확실성의 시대를 조망하는 인류학적 사고-손성규>

과학이나 의학 기술이 발전했지만, 과거보다 전염병이 더 치명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현대사회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훨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대 실크로드에서처럼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사람과 상품, 지식, 종교가 이동하면 전염병도 함께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전염병은 면역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15세기 아메리카에서처럼 특정 집단의 절멸을 초래하기도 한다. <59쪽, 지구사 속 글로벌네트워크과 전염병-김서형>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이후 생물학자들은 진화의 주체를 종(種)이나 개체로 생각했다. 그러나 도킨스는 진화의 주체를 유전자로 특정하면서 모든 생물은 유전자의 생존기계라고 주장하고 논증을 했다.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의 활동 영역은 신체 안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밖으로까지 확장한다. 새들이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짓는 행동 같은 것이 바로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활동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인간이 만든 모든 피조물이 인간의 확장이 된다. <79쪽, 두 문화의 단절과 반목에 대하여-김동민>

본래 인간은 ‘인간 아님’에 의해 역으로 구획되는 개념적 원형범주다. 개념적 원형범주라는 말은 그 범주가 실제 존재하고 명확하게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전형적인 범주 구성원, 즉 원형과 얼마만큼 닮았느냐에 따라 범주의 구획을 결정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어떤 대상이 특정 범주에 속하는지는 그 대상이 제시된 상황과 비교 대상에 따라 달라지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결국 인간이라는 범주의 경계는 언제나 모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호성을 방지하기 위해 인간은 끊임없이 인간의 존재를 구획하려고 노력해 왔으며, 역설적으로 인간이 아닌 비인간을 생산하고 배제하면서 자신의 경계선을 공고히 해 왔다. 이를 두고 포스트휴먼을 연구한 로지 브라이도티는 일종의 “형이상학적 카니발리즘”이라고 묘사했다. 즉, 근대적 주체는 신체의 ‘정상성’에서 벗어난 다양한 괴물들을 만들고 이들을 먹어치움으로써, 오히려 형이상학적으로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해 왔다는 말이다. <92~93쪽, 「스위트홈」의 달콤한 욕망과 내 안의 괴물들-김은정>

2022 세종도서 선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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