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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읽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4. 7. 16:04
종교와 공공성 총서 03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읽다

■ 이 책은…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등장한 동학(천도교),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등 근대 한국의 ‘개벽종교’가 전개한 ‘개벽운동’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들 개벽종교는 서구문명과 서구적 근대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사상, 종교, 정치사회, 문화, 교육의 전 부문에서 자생적이고 생명평화 친화적인 운동과 문화와 사상의 흐름을 형성하였다. 특히 공공성의 관점에서 새로운 문명을 구축해 간 그 근간으로서 개벽사상과 개벽운동은 최근 전 지구적 기상이변과 감염병의 전지구화 국면에서 새로운 활로와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고 있음을 제1부 인문개벽운동과 제2부 사회개벽운동으로 나누어서 논구하였다.

 

  • 분야 : 역사 / 종교
  • 기획 :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 지은이 : 안효성 조성환 허남진 이주연 김석근 야규 마코토 김봉곤 박맹수 김민영 원영상
  • 엮은이 :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 발행일 : 2020년 4월 30일
  • 가격 : 16,000원
  • 페이지 : 352쪽(두께 17.5mm)
  • 제책 : 무선
  • 판형 : 152mm ✕ 225mm
  • ISBN : 979-11-88765-64-5 (94210)

 

■ 출판사 서평

1.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사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인가?

1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자 수는 2,000만 명(군인, 민간인 포함)을 상회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사망자 통계는 3,000만 명~6,000만 명 사이를 오간다. 양차 대전을 통해 적어도 5천 만 명의 인류가 사망했다. 부상자와 그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합치면 1억 명에 육박할 것이다. 그 안에는 600만 명에 달하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도 포함된다. 양차 대전 후에도 세계는 ‘근대문명의 성장 발전’을 구가해 왔다. 그리고 코로나-19를 맞이했다.
각 세계대전 이전에도 수많은 국지전과 대전쟁의 징후들이 빈발했던 것처럼 ‘코로나-19’ 이전에도 숱한 징후들이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었다. 사스, 에볼라, 메르스 같은 감염병과 조류독감 같은 질병이 그러하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IS 참극, 시리아 내전 등 최근 30년 내의 국지전을 보자면 전쟁의 소용돌이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1,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비하면 ‘평화로운 시대’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 골병이 들어가는 것은 인류만이 아니었다. 지구 자체가 몸살을 앓고, 중병 진단을 잇달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북극 빙하가 소멸 단계에 접어들고, 호주의 산불은 ‘우주적 사태’(우주에서 관측)로 비화한 것이 그 징후, 혹은 확증적 사태들이다.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19를 맞이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가 격리가 진행되고 있고, 전 지구적으로 이동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혁명 이래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이 뜨겁게 더 뜨겁게 달구어져만 오던 인류문명의 엔진이 서서히 그 피치를 줄여가고 있다. 놀랍게도, 인간이 멈추기 시작하자, 지구가 건강해진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렇게나 빨리! 이번 코로나-19사태가 아니었다면, 인간 사회 거의 전체가 이처럼 철저하게 질주의 속도를 늦추는 일이 가능했을까? 그리고 인간의 근대(물질)문명이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입 아픈’ 호소를 지금처럼 눈으로 목격하고 온몸으로 체험하며 실감할 날이 있을 수 있었을까? 그런 점에서 이번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 비극적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그나마 축복의 땅으로 갈 수 있는 최후의 열차일지도 모른다.

2. 쉬는 동안에 넋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지금도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과 미국, 이제는 남미나 아마존 정글에서 살아가는 부족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명의 인류가 코로나-19의 확장을 저지하기 위하여 고투하거나 자가격리를 통한 고립과 고난을 견뎌 내고 있다. 초기에 아시아 변방의 일로 치부하며 희희낙락하던 서구사회가 화들짝 놀라 뒤늦게나마 3차 세계대전 급 대응 조치를 연달아 시행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은 ‘인간끼리 서로 싸우기’를 멈추고 ‘바이러스’라는 공통의 적을 향하여 ‘우리는 하나’가 되고 있다. 이 경험은 오늘 이후의 인류 역사를 써 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DNA가 될 것이다. 양차 대전 이후에 인류 사회는 오랫동안 냉전체제로 갈등하고 지구촌 화약고 중동 지역을 관리하며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구축하면서 정보화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시대로의 진입까지 내달려 왔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등이 몇 차례 있었지만, 그때마다 세계자본은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대세상승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지금까지의 모든 전례를 일거에 무력화하면서 전대미문의 ‘지구촌 올-스톱’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번 사태야말로 근대 산업혁명 이래 2, 3세기에 걸친 근대문명의 발전 경로에 뚜렷한 제동을 거는 사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일찍이 150여 년 전에 이미 ‘서구형(形)’ 근대체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일찌감치 ‘근대 이후’ ‘비(非)서구적 근대’ ‘영성적 근대’ ‘토착적 근대’의 길을 제안했던 혜안(慧眼)에 새삼스럽게 주목하게 된다.

3. 근대한국 개벽종교, 개벽사상, 개벽운동을 공공하다, 실천하다, 읽다

근대 이후 세계는 서구 중심으로 치달아 왔다. 그것은 근대과학과 지리상의 발견을 기반으로 하여 지난 100~200년에 걸쳐 제국주의, 식민주의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그 착취적 체제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자산(자본)을 축적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서구 근대문명이나 그 결과로서의 현재 세계는 인간이 걸어가야 하는 길의 최선의 모습인지, 세계 모두가 그 길을 뒤따라가야 하는 것인지 끊임없는 저항과 반론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 150여 년 동안 한국 사회는 그 전반부에 서구적 근대화 물결의 흐름에 성공적으로 편승하지 못하여 그 희생자로 전락하였으나, 후반부에서는 기적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근대의 양 날개를 달고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그러나 세계 차원의 서구 근대문명 수립이 그러했듯이 한국 사회의 (서구적) 근대화 역시 이룬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은 깊이의 희생의 결과일 뿐이다.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개벽사상과 개벽운동에 주목하는 입장은 이처럼 ‘실현된 근대한국’의 이면에는 ‘실현되지 않은’ 그러나 ‘주체적이고, 토착적이고, 영성적이고, 비서구적이며, 전통계승적인’ 제3의 길이 있었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 제3의 길은 한말 개화기에 서구적 근대를 지향한 개화파와도 다르고, 유교적 전통을 근본적으로 고수하려는 척사파와도 다른 ‘개벽파(開闢派)’로서의 일련의 사상과 운동을 형성하였다. 그 시원이 되는 동학은 1860년에 창도된 이래 다시개벽으로서의 후천개벽을 주창하였고, 천도교로 개신한 이후에는 이를 영성개벽, 제도개벽, 문명개벽 또는 정신개벽, 민족개벽, 사회개벽의 삼대개벽론으로 계승하고 승화 발전시켰다. 동학-천도교는 서구 세력 또는 그 주구로서의 일제나 분단 체제에 끊임없이 좌절을 겪었지만, 근대한국의 주체적인 주역으로서, 최근의 ‘촛불혁명’의 연원이 되었다.
그 흐름과 궤를 같이하면서 증산의 삼계개벽, 원불교의 정신개벽, 대종교의 개천개벽이 개벽파 흐름을 살찌우고 깊이와 넓이를 심화 확장해 왔다. 이들 개벽은 한결같이 “민중이 중심이 되어 자기 안의 신성(神性)을 자각하고 수양하고 구현함으로써 이 세계에 새로운 문명세계를 열어 나가자”는 의식을 공명·공유·공공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였다. 서구 근대와는 다른 방식과 철학적 기반 위에서 인간의 평등성을 주체적으로 설파하였고 제국주의의 확산(침략)에 편승한 일본과 달리 이를 극복하는 독립운동, 공동체운동, 문화운동 속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사상적, 문화적 자원들을 계발하고 비축하였다.

4. 포스트 코로나 체제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의 준비를 위하여

근대한국의 개벽종교는 종교(서구 근대문명적 개념)적 실천일 뿐만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한국 전통사상의 창조적인 계승이었으며, 이를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자생적 근대화운동이었으며, 이상의 현실화를 위한 자기희생과 헌신이었다. 동학의 보국안민 운동과 유무상자(有無相資;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서로 도움), 증산의 해원상생, 대종교의 성통공완과 원불교의 정신개벽 등 개벽파의 사상과 실천들은 오늘의 세계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세계로서의 개벽세계로 나아가는 길로서, 현재와 미래에 유의미한 가치를 지닌다.
개벽파, 개벽종교, 개벽사상, 개벽운동은 과거의 영광이나 한때의 추억, 이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한국 사회는 물론 이 세계가 만인 대 만인, 만물 대 만물의 투쟁 상태를 넘어 서로(만인, 만물)를 한울님처럼 모시고, 살리는 개벽 시대에 적확한 사상, 종교, 철학으로서 예정된 것이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원불교사상연구원의 ‘종교와 공공성 총서’ 제3권인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읽다』는 우리나라는 물론 그리고 인류 사회가 지금 직면한 과제에 대한 충실한 답변을 담고 있다.
‘종교와 공공성 총서’ 시리즈로 꾸준히 그 연구 성과를 축적, 확장하고 있는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펴낸 이번 책은 개벽사상의 구체적인 실천을 인문개벽운동과 사회개벽운동의 두 측면으로 나누어 논구하였다. 발간사의 한 대목은 이 책이 ‘포스트 코로나 체제’ 구축을 위하여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상과 대안을 담고 있음을 웅변해 준다.

“현대 세계는 문명에 대한 서구적 패러다임과 자본의 운동력으로 인간과 자연, 생명과 평화의 위기 현상이 전 지구적 규모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머지않아 하나뿐인 지구가 파멸에 이르게 됨은 불을 보듯 자명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는 인간과 자연 모두 우주적 생명력이 넘쳐나고 착취가 아닌 외경과 사랑으로 함께 보듬고 나아가는 새로운 문명과 종교 건설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길을 가려고 한다.”(발간사 중에서)

■ 차례

제1부 인문개벽운동

동학의 토착적 근대성과 생명평화사상 / 안효성
최시형의 생태철학과 지구도덕 : 동학에서의 철학의 창조와 도덕의 전환 / 조성환
강증산의 신인조화사상과 상생문명 / 허남진
수사학으로 읽는 원불교 / 이주연
홍익인간과 한국정치: 이념과 현실 그리고 국가정체성 / 김석근

제2부 사회개벽운동

천도교의 3·1독립운동과 시민적 공공성 / 야규 마코토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건국철학과 시민적 공공성 : 원불교와 천도교의 『건국론』을 중심으로 / 김봉곤
정산 송규의 계몽운동과 민족운동 / 박맹수
근대한국 종교의 경제자립운동 : 1920~30년대 물산장려운동을 중심으로 / 김민영
원불교의 평화운동과 교단변혁 / 원영상

 

■ 책 속으로

서양적 근대의 한계에 봉착해 새로운 문명의 가치를 모색하는 전 세계 현대인들이 본원적 생명 가치(하늘, 영성)에 근간한 적극적 평화를 구현하는 ‘상생문명/살림문명’의 얼개를 짤 수 있는 방향성을 지시한다. 하늘과 땅의 열림, 새로운 시작, 역사의 시작, 건국의 시작, 혼돈의 격파 등을 의미하는 개벽을 화두로 삼는 동학은 새 시대를 감당할 수 없는 전통의 낡은 체제와 결별하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기에 (중략) 동학은 반봉건적 시대전환의 역사의식과 문명 전환의 혁명성을 보여주고, 지역적 대외적 맥락에서 토착성 및 자생성, 주체성과 자주성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전통 계승과 개방적 창조의 융섭, 그리고 동서 문명의 융합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융합과 새로운 비전에는 영성의 회복과 생명 평화의 지향이라는 뚜렷한 철학과 목표가 있다. <40~41쪽,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토착적 근대>

사람이 하늘님을 모시고 있는 천인(天人)이듯이 대지 또한 하늘님을 모시고 있는 천물(天物)로 간주된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듯이(事人如天) 대지도 하늘처럼 섬겨야 한다는(事物如天) 것이 최시형의 생각이다. 이것을 그는 ‘경물(敬物)’이라는 윤리적 개념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인간의 도덕은 사람을 공경하는 경인(敬人)을 넘어서 사물까지 공경하는 경물(敬物)에 이르러야 도덕의 극치에 달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도덕 관념은 오늘날로 말하면 일종의 ‘지구도덕’이라고 할 수 있다. <55쪽, 최시형의 생태철학과 지구도덕>

근대한국 개벽종교 역시 서구 근대문명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과 새로운 문명론을 제시하는 등 일정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독자적인 깨달음과 시대적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명을 제시한 것이 개벽종교의 개벽사상이다. 즉 개벽종교는 서구 문명을 통찰하면서 새로운 문명을 기획하고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사상을 창조했다. 그러므로 ‘개벽’은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문명론으로 다시 읽을 수 있다.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 1871~1909, 이하 증산)은 서구 근대문명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상하 귀천, 남녀차별, 정치 부패, 지배층의 착취와 외세의 침략 등 내외의 사회모순 속에서 신음하던 민중들에게 새 문명의 건설을 선언했다. <68쪽, 강증산의 신인조화사상과 상생문명>

건국 이야기로서의 단군신화와 홍익인간에 담겨 있는 세계관에는 서구의 헬레니즘이나 헤브라이즘에 결코 뒤지지 않는 보편적인 세계관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보편적인 요소들이 내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곧바로 어떤 체계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신화는 마치 어떤 ‘기호’와도 같다. 원초적이고 총체적인 지혜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것을 우리 시대에 맞게끔 ‘해독’[재해석]해 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이념과 세계관에 담겨 있는 보편적인 요소들을 승화, 발전시켜 가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다. 이미 낡았다고 무시할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서 과감한 현대적 재해석과 현실적인 응용이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정신사적 빈곤을 메움과 동시에 주체적인 세계관을 정립해 가는 것이기도 하다. 구한말을 살았던 선각자들, 1920년대 신민족주의 사상가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주체적으로 교육이념을 설정했던 지식인들의 지적인 작업이야말로 좋은 선례(先例)라 할 수 있지 않을까. <161~162쪽, 홍익인간과 한국정치>

손병희는 법정에서 독립운동을 도모한 것은 식민지 행정에 대한 불만보다 오히려 민족의 존엄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일본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이의(異議)를 제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리고 파리강화화의에서 윌슨 대통령이 제창한 민족자결 원칙에 자극을 받으면서 독립운동이 단지 한민족(韓民族)의 독립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중국의 (일본에 대한) 악감정도 풀리기 때문에 일본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아시아의 평화와 세계평화, 인류 행복과도 관련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손병희는 공공성을 한 지역, 한 민족의 독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의 연합, 더 나아가서는 세계 각국을 연합시키고 세계에서 침략을 없애고 평화와 행복을 가져오는 방향으로 작동시키려고 구상했던 것이다. 달리 말하면 그(들)에게 있어 3·1운동은 민족적 공공성에서 세계적 공공성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식민지 권력은 이것을 무시하고 3·1운동을 일으킨 동기를 단지 손병희의 개인적 불만으로 왜소화시켰다. <189~190쪽, 천도교의 3.1독립운동과 시민적 공공성>

천도교는 인내천의 종지에 따라 민족개벽과 사회개벽에 역점을 두었다. 천도교는 민족 자주의 이상적 민주국가의 건설과 동귀일체(同歸一體)의 신생활(新生活)에 기반한 경제제도의 실현, 사인여천(事人如天) 정신에 맞는 새로운 윤리의 수립을 목표로 하였다. 천도교 역시 미국이나 소련에 일방적으로 치우치거나 좌, 우익에 편향되는 것을 경계하고, 중도주의 입장에서 민주정치, 민주경제, 민주문화, 민주도덕이 실현되는 신민주주의의 국가를 건설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원불교나 천도교의 건국론과 정치이념은 시민적 공공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24쪽, 근대한국 개벽종교의 건국철학과 시민적 공공성>

1916년에 소태산의 대각을 계기로 탄생한 원불교(전신은 불법연구회)는 일제강점기 내내 ‘온건한 투쟁, 온건한 운동’으로 일관했다. 소태산은 물론이고 그의 수제자 정산도 일제에 직접적으로 저항하지 않으면서도 안으로는 자체 역량을 결집하여 새로운 종교공동체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였다. 그 운동의 방향은 한편으로는 ‘근대적’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치적’이었다. 그 활동의 목적은 원불교(불법연구회)에 귀의한 민중들의 자력양성과 자기구제와 사회공헌에 있었다. 저축조합운동, 간척지 개척운동, 야학운동 등은 원불교가 일제강점기에 전력을 기울여 전개했던, 무산 민중의 자력양성과 자기구제를 위한 독특한 운동이었으며, 그 같은 운동의 중심에 바로 소태산과 그의 수제자 정산이 있었다. 원불교는 이미 1928년경에 병원, 대학, 복지시설 건립 계획을 수립했을54 정도로 민중구제와 사회공헌에 적극적이었다. 그리하여 일제강점기에 원불교에 귀의한 민중들은 “행복했다.” <250~251쪽, 정산 송규의 계몽운동과 민족운동>

■ 저자

안효성 _ 대전대학교 강의전담교수

조성환 _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

허남진 _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교수.

이주연 _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석근 _ 아산정책연구원 한국학연구센터장.

야규 마코토(柳生眞) _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교수.

김봉곤 _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교수.

박맹수 _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원장.

김민영 _ 군산대학교 행정경제학부 교수.

원영상 _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

■ 종교와 공공성 총서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이 ‘한국연구재단 대학중점연구소’로서 진행하고 있는 “근대 한국종교의 공공성과 새로운 문명” 프로젝트의 성과를 중심으로 ‘종교와 공공성’을 주제로 발행하고 있는 학술총서이다.

1권 : 『근대한국 개벽종교를 공공하다』(2018)
2권 : 『근대한국 개벽사상을 실천하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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