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기획한 <종교와 동물 그리고 윤리적 성찰>이 출간되었습니다.
2011년 ‘종교와 동물’ 심포지엄과 여러 지면에 발표된 글들을 모으고 다듬어 엮은 이 책은 종교학의 관점에서 이루어진 동물에 대한 논의의 사례들을 검토하고 연구하며, 새로운 실천 방안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종교와 동물, 그리고 인간 간의 경계와 관계를 진지하게 다시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이 책은
종교학의 관점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와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윤리적 태도에 관해 묻고 해답을 찾아간다. 인간-동물의 관계를 살피는 것은 인간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는 일이며, 인간-동물 사이의 윤리를 말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일상적 풍경이 되고 있는 동물 학대와 학살의 ‘인간적인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인간과 그들의 삶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성찰하는 것이다.
■ 출판사 서평
죽음의 시대 - 인간이 스스로 만든
최근의 세월호 사건이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하고 있는 학살 행위의 공통점은 ‘죽임’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고, 인간은 그에 대하여 지극히 무기력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인간을 부끄럽게 하고, 슬프게 하고, 분노하게 한다.
문명화된다는 것은 ‘자연적인 죽음’이 줄어드는 대신 ‘인공적인 죽음’, 즉 ‘죽임’이 일상화된다는 것이다. ‘죽임’은 생물학적인 것은 물론이고 문화적, 정치적으로도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그리고 대량으로 일어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인간이 자초한다는 점이다.
3.11동일본 대지진 역시 인간이 스스로 만든 이기(利器)에 의해 절멸할 수 있음을 실증하는 사건이다. 그것을 목격하고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젓기 시작한 독일 같은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 나라들은 그냥 가던 길을 간다.
인공지능을 갖추게 된 ‘로봇’의 역습을 그린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인간의 탐욕이 자초하는 인류 멸망 시대에 대한 묵시록 같은 것이다. 스스로 그렇게 예견하면서도, 인간은 그 방향을 향하고 있다.
인간이 스스로를 죽이는 또 하나의 방법
혹성탈출이라는 영화는 이러한 인간의 속성에 대한 ‘오래된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인간에게 사육되거나 고통당하던 원숭이가 도리어 인간을 지배하게 된다는 공상은 인간이 원숭이(동물과 가축)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있다는 죄의식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공상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구제역이나 AI(조류독감)는 그 귀중한 실례이다. 수백만 마리의 가축들이 산 채로 매장되는 아비규환이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 언제 어디서나 ‘값싸게’ 육식을 즐길 수 있다는 풍요로움으로 포장된 죽음의 시대. 그것을 지켜보는 인간 역시 심리적인 차원에서 시작하여 함께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
이건 어떤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반려동물과 혹은 인간을 위로하는 반려동물. 반면에 버려지고 방치되거나 학대받으며 죽어가는 반려동물 출신의 도시 야생동물들 또는 실험실에서 끊임없이 고통 받는 동물들이나 식도락을 위하여 포획되는 멸종위기 동물들. 하루에도 수십, 수백 종씩 멸종되어 가는 지구 생태계의 생물종….
‘생각없음’을 향한 저항 – 묻고, 묻고, 또 묻는다
결론은, 인간은 무지하거나, 잔인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무지라는 말은 ‘무능’이라는 말로 바꿔도 상관없을 듯하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속성 중 극히 일부에 한정된다. 이러한 ‘무지’와 ‘잔인함’을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생각 없음’에서 비롯된다고 갈파한 바 있다.
이 책은 “죽음이 일상이 되어, 죽음의 의미조차 증발해 버리는 사태”에 직면한 인간이 “묻기를 단념”하는 데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한다. “묻지 않음은 사유의 정지”를 의미하며, 이는 ‘생각 없음’과 동의어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비극을 자초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필자들은 오늘날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야말로 바로 우리 시대 인간의 ‘생각 없음’의 실상을 가장 잘 보여주고, 또 그 해악을 정면으로 드러내는 사태라는 인식에서부터 ‘묻기’를 시작하고, 그 해답을 찾아 나섰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장소를 달리할 때마다 새롭게 정립되어 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늘날 인간의 무절제한 욕망의 결과로 그 관계가 인간 생태계와 인간 자신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것에 있다. 그것은 오늘날 지구를 석권한 ‘소비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에 대해 무지/무기력한 인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모인 글들은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닌, 물음의 시작”이다.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에게 가하는 고통과 상처, 그리고 억압적 태도를 문제” 삼음으로써 “타자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도덕적 공감과 실천의 소실(消失)을 목격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살 길’을 찾아갈 것인지, 여전히 죽음을 향해 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인간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책 속에서
종교-동물-인간, 경계와 관계
서구 종교학계에서 동물에 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환경오염, 자연 파괴, 지구 온난화, 생물 다양성의 붕괴 등과 같은 생태학적 문제가 부각되면서 학계의 논의와 여론의 관심이 생태계 위기에 대한 분석과 해결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동물과 관련해서, 사회와 학계 일각에서는 동물의 상품화(물화), 그리고 구제역과 광우병으로 인해 동물의 죽음과 같은 현상이 인간의 욕망에 기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학계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재설정하면서, 동물의 주체성 혹은 도덕적 지위와 권리에 대한 모색과 동물의 과학적 이용에 대한 윤리적 성찰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적 실천의 영역에서는 동물보호운동, 동물복지, 베지테리안 운동 등이 전개되고 있는데, 이런 실천에 종교는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또한 그런 실천의 문화적 현상에는 종교적인 성격과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관한 종교적 상상/동물과 인간의 윤리적 관계 짓기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 1부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관한 종교적 상상’에서는 기독교, 불교, 인도종교의 관점에서 동물이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지를 조명하는 글과 동물과 인간의 관계 설정이 종교학에서 어떻게 서술될 수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2부 ‘동물과 인간의 윤리적 관계 짓기’에서는 동물에 관한 윤리적 성찰을 고려하였다. 여기서는 채식주의의 이념과 동물의 도덕적 지위, 그리고 동물을 위한 실천운동의 역사와 성격 등이 논의되었다.
■ 차례
1부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관한 종교적 상상
종교와 동물, 그 연결점의 자리 │장석만
원시종교 이론에 나타난 인간과 동물의 관계 │방원일
포스트휴먼: 의인화와 동물--되기의 기법 │전세재
인도 종교에 나타난 동물 존중 태도 │이병욱
그리스도교의 신학적 동물윤리 │김형민
2부 동물과 인간의 윤리적 관계 짓기
현대 한국 종교의 ‘생태 영성’과 의례 │유기쁨
간디와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채식주의의 노스탤지어 │박상언
채식주의의 윤리학적 근거 │김일방
서양윤리의 동물권리 논의와 불교생명윤리의 입장 │허남결
■ 저자 소개
장석만 __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방원일 __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강사
전세재 __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부 교수
이병욱 __고려대, 중앙승가대 강사
김형민 __호남신학대학교 교수
유기쁨 __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박상언 __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김일방 __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허남결 __동국대학교 윤리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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