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들씨어터북004
석가탑
멀고 먼 바람소리
■ 이 책은…
사시 <금강>의 시인 신동엽이 쓴 오페레타 <석가탑>의 대본과 그에 관한 연구논문을 수록한 씨어터북이다. 이 대본은 1968년 5월, 서울드라마센터에서 초연 당시의 대본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현재 신동엽문학관에 보관된 원본이자 최종본을 수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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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신동엽 작 오페레타 <석가탑> 필경등사본 최초 소개! 신동엽 50주기 맞아
신동엽 최후 작품 오페레타 대본, 불교적 상상력 위에 남북통일 염원 담아!
신동엽은 그동안 ‘껍데기는 가라’ 서사시 ‘금강’ 등을 통해 참여 저항 시인으로 주로 기억되어 왔다. 그러나 신동엽은 ‘내 마음 끝까지’라는 라디오방송 대본도 창작하였고, 특히 신동엽이 명성여고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학생들과 함께 공연하기 위해 집필한 <석가탑: 멀고 먼 바람소리> 대본의 원본이 새롭게 발굴되었다. 이것은 이미 소개된 활자본(<신동엽전집> 수록)과 몇 대목에서 차이를 보이는 바,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 ‘명성여고 공연본’이 최종본이라 고증된다.
“「석가탑」은 신라 헌강왕 때 불국사를 증축하면서 백제 부여에서 불러온 아사달이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우는 과정의 서사를” “연극과 음악을 결합시킨 오페레타” “다시 말해 익살 및 과장된 몸짓과 춤을 활용한 민중극의 성격”으로 표현했다. <석가탑>은 아사달과 아사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기본 모티프로 한다. “아사달을 짝사랑하는 수리공주가 등장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가르지 못한다.” “아사달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못에 빠져 목숨을 잃은 아사녀의 모습이나, 살아 있는 동안 아사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돌에 새기려는 아사달의 모습은 극진한 사랑의 본보기이다. 신동엽 시인에게 그 사랑은 “이승을 담아 버린/그리고 이승을 뚫어 버린/오, 인간 정신 미(美)의/지고(至高)한 빛”(「빛나는 눈동자」)이다. (맹문재, 신동엽의 「석가탑」에 수록된 가사 고찰, 본서 135쪽)
신동엽은 이 대본을 1967년 집필 완료하고 백병동 선생이 작곡에 착수하여 1968년 문오장 연출로 명성여고 학생 18명이 출연하였으며, 공군교향악단이 협연하고, 무용수 8명이 별도로 참여하였다. 신동엽의 <석가탑>은 작품 면에서 흔히 현진건의 소설 <무영탑>과 비교된다. 신동엽의 <석가탑>은 이런 점에서 공연을 위한 대본으로서의 기능과 설화 – 소설 - (오페레타) 공연으로 이어지는 문학-예술의 전승과 계승과 창조 작업의 긴장을 살펴보는 계기도 된다.
즉 신동엽의 <석가탑>은 “백제 석공 부부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관련한 ‘무영탑(無影塔)’으로서의 석가탑 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것은 석가탑 설화가 여러 변용을 거치면서 전승되는 가운데, 현진건의 근대소설 <무영탑>의 서사를 상당 부분 차용한 것으로 파악한다. 이로써, 자칫 ‘부처님 오신 날’의 ‘학생공연’으로 그칠 법한 이 대본의 의의가 문학적으로 승화된다. 이것은 이 대본집 말미에 부록된 연구 논문 두 편에서 깊이 있게 다룬다.
신동엽은 희극-지향의 극형식에 무용과 대사가 더 많은 오페레타 대본을 통해 공연 당시의 환경을 고려하면서도 시극으로서의 특성도 살리고자 하였다. 특히 현재 널리 보급된 <신동엽전집>(창비)에 수록된 <석가탑> 대본은 실제 공연본인 이 등사본의 대본과 여러 군데에서 차이가 있는바, 이는 최초본(전집-창비-수록)에서 최종본(등사본-공연본)에 이르는 사이, 실제 공연 환경과 실정에 맞는 수정이 가미되고, 신동엽의 창작자로서의 고뇌와 공연의 현장성이 잘 드러난다.
비극적 주인공 아사달과 아사녀는 죽음이 갈라놓을지라도 우리는 함께 있음을 노래한다. “우리들은 헤어진 게 아녜요 / 우리들은 나뉘인 게 아녜요 / 우리들은 딴 세상 본 게 아녜요 / 우리들은 한 우주 한 천지 한 바람 속에 / 같은 시간 먹으며 영원을 살아요 / 잠시 눈 깜박 사이 모습은 다르지만 / 나중은 같은 공간 속에 살아요.” 신동엽학회장 정우영은 이 노래가 우리 민족이 분단되어 있으나, 헤어질 수 없고, 만나서 살아갈 것이며, 살아서 만날 것임을 예언하는 노래라고 본다. 거기에 더하여, 나(인간)과 우주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라는 개벽파의 시선도 이 안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책-대본을 발굴하고 그 의의를 조명한 이대성은 신동엽 50주기를 기념하여 이 대본을 책으로 엮고, 아울러 51년 전 그날처럼 명성여고(현 동대부속여고) 학생들이 출연한 오페레타 <석가탑>을 입체낭독극으로 기획하여 오는 9월 6, 7일 여행자극장에서 선보인다.
■ 차례
제1부 대본
오페레타 「석가탑」 _ 신동엽
제2부 작품 해석
신동엽의 <석가탑>과 현진건의 『무영탑』 비교 연구 _ 이대성
「석가탑」의 두 판본과 등사본의 의의 _ 김지윤
신동엽의 「석가탑」에 수록된 가사 고찰 _ 맹문재
제3부 공연 정보 및 악보
『“오페렛타” 석가탑』 팸플릿 및 공연 사진 _ 명성여자고등학교
작곡가 백병동의 육필 악보 _ 백병동< br />
<새 성인 나시네>의 악보 _ 정민아
■ 책 속으로
● 이 오페레타는 단순히 오락을 즐기는 의미에서의 가벼움이 아니라, 기존에 종교, 민족, 오락 등의 의미체계에서 벗어나는 가벼움을 선물한다. 따라서 오페레타 <석가탑>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가 붙잡고 있던 의미들을 기꺼이 포기하고 비워짐의 세계로 이행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공연으로 볼 수 있다. ⑱번 노래 “달이 뜨거든”에서, “우리들은 헤어진 게 아녜요/ 우리들은 나뉘인 게 아녜요”, “한가지 허무 속에 영원을 살아요.”라는 노래가 들릴 때, 독자-관객은 아사녀를 희생 제물로 바치는 모든 의미 부여의 행위를 중단하고, 불교적, 민족적, 오락적 세계의 한복판에서 자기를 낯설게 느껴지는 바깥으로 내맡기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공동체, ‘우리’에 속하게 된다. <98쪽>
● 신동엽이 헌강왕 시절이라고 시대적 배경을 설정해놓은 것은 사회 부조리가 집약되어 절정에 달하였지만 국가 지도층들은 이를 외면했던 헌강왕 때의 문제를 1960년대의 현실에 겹쳐보려는 것이라고 추측된다. 석가탑 설화는 사실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던 민중의 수난과 국가권력의 동원으로 인해 삶과 생명을 잃게 된 백성의 아픔을 담고 있는 설화다. ‘헌강왕 시절’이라고 이 작품의 배경을 특정해놓은 것은, 부조리한 세상과 사회를 고발하고 민중의 소외와 고통을 노래했던 신동엽 시인이 비판적 현실인식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114쪽>
● 신동엽 시인은 「석가탑」의 아사달과 아사녀를 통해 결국 시인 정신을 구현하고 있다. (신동엽) 시인은 산문 「시인정신론」에서 현대사회에는 정치가나 이발사나 작가가 있지만 대지 위에 뿌리박은 전경인적(全耕人的)인 시인과 철인이 없다고 비판한다. 시는 언어라고 하는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낸 공예품에 지나지 않을 뿐이어서 시인 정신보다 글자를 다루는 기술에만 관심이 있다고 본 것이다. 신동엽 시인에게 시는 인식의 전부이고 생명의 발현이며 침투이다. 그리하여 시는 궁극적으로 종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신동엽 시인은 이와 같은 시인 정신을 「석가탑」의 가사들을 통해 구체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135~136쪽>
■ 저자 소개
신동엽(1930∼1969) _ 1959년 조선일보 신춘현상문예에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가작으로 입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듬해 7월, 교육평론사에 근무하며 4.19혁명에 참여한 학생들의 시를 엮어 『학생혁명시집』을 펴낸다. 여기에 「아사녀(阿斯女)」라는 시를 싣는다. 그 후 1963년 시집 『아사녀』, 1966년 시극 「그 입술에 파인 그늘」, 1967년 서사시 「금강」, 라디오 방송대본 「내 마음 끝까지」 등을 발표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활동을 계속한다. 1961년부터 8년간 명성여고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문예반 및 교지 『성원(星苑)』을 지도했으며, 1968년에는 백병동 작곡가와 함께 학생들을 위한 오페레타 <석가탑>을 상연한다. 오페라 <아사녀>, 서사시 「임진강」 등을 구상했으나 1969년 4월 7일, 간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완성하지 못한다.
백병동 _ 1936년 서울 출생. 1961년 <교향적 3장>을 시작으로 실내악곡, 기악곡, 가곡, 국악곡, 오페라 등에 이르기까지 100곡 이상의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대 교수, 백석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음악대학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음악이론』, 『현대관악기법』, 『화성악』 등을 집필했다.
신동엽학회 _ 2009년 11월 신동엽 시인이 작고한 지 40주기를 맞아 창립된 이후 신동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문학 독자와 문인과 연구자가 함께 어울리는 진정한 문학마당으로 자리하고 있다. 신동엽학회는 신동엽기념사업회와 신동엽문학관과 더불어 신동엽의 좋은 언어와 아름다운 문학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김지윤 _ 시인, 평론가
맹문재 _ 시인, 안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정민아 _ 가야금 연주자, 싱어송라이터
이대성 _ 서강대학교 국문과 박사수료
■ 주요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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