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십자가
개운사 훼불사건과 종교평화
■ 이 책은…
2016년 있었던 개운사 사찰 훼불 사건에 즈음하여 종교 평화 활동을 전개한 일로 재직하던 대학교로부터 파면된 손원영 목사(교수)가 벌여 온 ‘종교평화의 길’과 징계 철회를 위한 노력의 과정, 그리고 결국 법정 싸움으로 비화된 이후의 소송, 그리고 그 과정 내내 종교인, 학계 인사들, 시민사회 단체에서 전개된 토론회 발표문, 지지 성명과 관련 담론들을 모아 낸 책이다.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가치인 것처럼 보이는 종교평화의 실현을 위한 고난의 노정, 종교자유와 정의 그리고 학문(종교교육) 수호를 위한 희생적 투쟁, 그리고 이 시대 종교적 양심의 수호를 위한 거룩한 시민 연대의 파란만장한 과정을 담아낸 이 시대의 종교평화운동백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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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2019년 10월 11일, 우리나라 종교계에 역사적인 판결이 있었다. 2016년 1월에 한 개신교인이 경북 김천에 있는 개운사 법당에 난입하여 불당을 훼손한 일로부터 촉발된 일련의 사태로 소속 대학교(서울기독대학, 학교법인 환원학원)으로부터 해직된 손원영 교수(목사)가 2심에서도 승소한 것이다. 2017년 2월 17일 서울기독대학에서 ‘성실의무위반’으로 파면처분한 지 만 2년 8개월만의 일이다. 이후 피고인 환원학원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음으로써, 이 판결은 최종 승소 판결이 되었다. 그리고 2020년 4월 1일 환원학원 이사회에서는 손원영 교수의 복직이 최종 결정이 되었다. 그러나 손원영 교수는 현재(2020년 5월 12일)까지 학교로의 실질적인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학교(동문 포함) 구성원들이 교문 앞에서 그의 ‘출근’을 극력 저지하며 실력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실은 3년째 비어 있으며, 먼지만 켜켜이 쌓이고 있고 그는 여전히 광야를 떠도는 예수처럼, 학교 밖을 배회하며 기도만을 거듭하고 있다.
불당 훼손 사건을 접한 손원영 교수는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또 실천(praxis)을 강조하는 ‘종교평화를 가르치는 기독교 교육학 교수’로서 이 사건에 대해 대신 사과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당 복구 비용을 모금하여 전달하려고 하였다. 개운사 측은 ‘마음은 받는 대신’에 이 돈은 종교평화를 위한 사업에 써 달라고 하였다. 결국 이 비용(260만 원)은 종교평화를 위한 대화모임(레페스포럼)에서 종교평화를 위한 포럼을 개최하는 데 소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에 대해 서울기독대학이 속한 교파인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 등에서는 손 교수의 행위가 ‘우상숭배’라며 문제 삼고, 자체 조사를 벌여 파면 결정을 하였다.
손 교수 소식은 즉각 종교계와 시민사회에 알려졌고, 현대판 종교재판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손 교수는 학교의 징계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소명하였고, 기독교의 보편적인 신앙윤리로 보나, 또한 ‘환원주의’를 내세우는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의 관점으로 보나, 그리고 학교에서 헌신적으로 교육에 임하고 또 소속 교파/교회의 사목 활동에 성실히 임해온 과정으로 보나 징계는 부당하다는 점을 충실히 소명하였다. 그러나 결국 학원 측은 최초의 혐의 대신에 ‘성실의무위반’이라는 조항을 들어 파면 결정을 내렸고, 결국 법정 싸움으로 비화하여, 3년 가까이 지루한 공방을 계속한 끝에 최종 승소하였으나, 완전한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즈음하여 기독교계는 물론 범 종교계가 ‘내 일’처럼 연대하여 나서고, 또한 시민사회에서도 지대한 관심과 손 교수 지지를 표명한 이유는 분명하다. 오늘날 종교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그에 반비례하여 종교(계)가 제 구실을 제대로 해 주기를 열망하는 염원이 높아지는 이때에 양심적이고, 성실하며, 또한 종교인 전체의 품격을 높여준 손 교수를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도록 하는 것은 종교인으로서, 그리고 종교계의 자정과 부흥을 염원하는 시민으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손원영 교수 사태는 단지 한 교단, 한 학교와 한 개인(목사, 교수)과의 사이에 벌어진 해프닝이 아니었다. 학교 측의 징계 절차의 부실함과 불합리함, 불법적인 내용 등은 이미 법정 공방 과정을 통해 명백하게 밝혀졌으므로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법정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사실로서, 이번 손원영 교수 사태가 내포한 의미는 오늘날 가뜩이나 근본주의적 행태, 배타주의적 태도를 보이면서 시민들의 지탄과 외면을 받고 있는 기독교계의 자정과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현재 전 세계를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관련하여 특히 한국에서 종교의 위상은 극심한 흔들림을 겪고 있다. ‘코로나 이후’ 전개될 ‘뉴노멀’의 세계에서 종교는 기왕에 ‘몰락’과 ‘쇠퇴’를 거듭하던 경향이 가속화하면서, 다시는 ‘이전 상태로 회귀’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새로운 일상, 새로운 세계에서 종교(계)와 종교인의 바람직한 자세와 모습은 어떤 것일까? 손원영 교수(목사)가 오랫동안 보여 온 모습은 ‘이후 종교’의 모습의 중요한 표준 가운데 한 갈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소중하다.
재판 과정에서 손원영 교수를 파면한 근거 중 하나로 제기되었던 ‘보살 예수와 육바라밀’(손원영 교수가 성탄절을 축하하며 시내 한 사찰에서 행한 설교의 제목)은 세계적인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에 의해서 “내가 아는 한 최고의 기독교 설교”라는 찬사를 얻었지만, 서울기독대학 진영은 이 또한 손원영 교수를 ‘이단’으로 몰아가는 빌미로 삼았다.
한마디로 손원영 교수(목사)의 신학적 입장은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서 기독교 신앙하기”의 맥락에 서 있는 것으로, 스승인 유동식 교수의 ‘풍류신학’이나 변선환 교수의 ‘토착화신학’의 연장선상에서 ‘하늘신학’을 지향한다. 손원영 교수는 이 땅에서 가장 철저하게 기독교인으로 살아가기 위하셔, 그의 신앙적 양심을 전적으로 헌신하여 기독교에 복무하는 방편으로서 이웃종교와 교류하고 시민들 속으로 종교와 더불어 하방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손원영 교수는 해직 이후 한편으로 복직을 위한 지난한 과정을 밟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현장’을 잃어버린 ‘박해 받는 중의 성직자’로서 생명력을 잃지 않기 위하여 ‘가나안’ 교회를 꾸려냈다. ‘가나안’이란 기독교 신앙에서 약속의 땅을 의미하지만, 현대 한국의 맥락에서는 기존의 기독교회의 행태에 실망하고 교회에 ‘안 나가’는 교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손원용 교수(목사)는 이들 ‘안 나가’는 신자들을 대상으로 ‘가나안 교회’를 꾸려서 다양한 형식의 실험적 예배, 목회 활동을 통해 목회자로서 신도들을 인도하는 소명을 놓지 않았다.
이 책 『연꽃 십자가』는 제목이 상징하듯 이웃종교(주로 불교)와 신앙적으로, 신학적으로 교류하면서 ‘종교평화’라는 종교사회학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과 그것을 기독교 신학으로 풀어낸 손원영 목사의 설교문, 그리고 해직 과정에서 학교 측과 벌인 공방(소명)의 내용, 법정 공방 과정 문서들, 그리고 손원영 교수의 해직을 촉구하고 호소하는 종교인, 손원영 교수의 지인, 일반 시민들의 성명서와 탄원서, 그리고 오늘날 이 땅에서 종교평화를 추구하는 것의 의미와, 종교와 폭력의 본질 등을 심도 있게 다른 글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을 펴낸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는 박경양 평화교회 담임목사(전 동덕여대이사장)을 위시한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구성됐다. 이들이 열 일 제쳐놓고 이번 사태 해결에 힘을 모은 것은 이 사건이 한 개인(교수, 목사)이 부당한 탄압을 이겨내고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 복귀하는 정의의 회복 문제일 뿐만 아니라, 현대 한국사회에서 종교의 제자리 찾기이며, 나아가 종교란 무엇인가, 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종교적, 철학적, 양심적, 실천적 학습의 장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목한 대로, 손원영 교수 사건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취급되어 이 땅에서 종교개혁 정신을 구현하여야 하는 당위성을 재확인시켜 주고 또 각계각층의 연대를 결집하는 상징적인 구심점이 되었으며, 그 동력을 이어 2018년 내내 이듬해의 3.1운동 100주년을 준비하는 ‘3.1운동 100주년 종교개혁연대’의 활동이 이어졌다. 또 한 흐름은 아시아종교평화학회 창립으로도 이어졌으며, 2017년~2019년 내내 한시도 그칠 날 없는 종교계의 불미스러운 사건 속에서 손원영 교수 사건은 이 땅에 종교인의 양심이 여전히 살아 있고, 또한 희망 있음을 말해주는 등대와도 같은 구실을 하였다.
특히 이 책이 코로나 시대 이후를 모색하는 종교인들의 움직임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에도 일조하여, 종교가 맑아지고 밝아져서, 마침내 이 사회와 세계가 밝아지고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
■ 차례
발간사 _ 박경양
추천사 _ 민영진/ 현장/ 오강남/ 고진하
감사의 글 _ 손원영
제1부 종교평화의 길 / 손원영
Ⅰ. 불교 언어로 복음 전하기
1. 보살 예수와 육바라밀
2. 성속일여의 신앙
3. 기독교도 수행종교다
4. 춘안거 사순절
5. 불가촉천민의 아버지 엠바드카르
Ⅱ. 기독교와 불교 친구 되기
1. 석가와 예수
2.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함
3. 개운사 훼불 사건과 불당회복을 위한 모금운동
Ⅲ. 새로운 기독교 공동체 세우기
1. 종교대화의 공동체
2. 우정의 공동체
3. 해직교수의 길
제2부 개운사 법정 일지
Ⅰ. 성실의무 위반과 교수직 파면
1. 교원징계의결요구 사유서
2. 교원징계위원회 답변서
3. 징계결정서
4. 불법파면 징계철회 요구 입장문
Ⅱ. 불법파면 철회 탄원서
1. 서울기독대학교 졸업생 탄원서 / 황지영
2. 한국문화신학회 탄원서 / 박숭인
3. 한국종교교육학회 탄원서 / 김세곤
4. 연세신학 동문 성명서 / 원진희
5. 목회자 및 신학자 성명서 / 김학철
6.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회 호소문 / 박태식
7. 손원영 교수의 파면에 대한 불교시민사회의 입장 / 불교시민네트워크
8. 전국 대학교수 및 연구자 탄원서 / 이도흠
9. 손원영교수불법파면대책위원회 복직청원서 / 박경양
10. 항소심 재판 탄원서 / 허호익
1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위원회 탄원서 / 박찬웅
Ⅲ. 파면무효 확인 소송 판결문
1.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 결정
2.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 가처분재판 판결문
3.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항소심) 판결
제3부 종교와 폭력: 손원영 교수 불법파면 시민토론회
Ⅰ. 자기 편만 사랑하라! / 이찬수
Ⅱ. 종교 폭력의 원인과 대안 / 이도흠
Ⅲ. 개신교 승리주의의 패배 / 양희송
Ⅳ. 손원영 교수 징계처분 사건의 쟁점 / 홍성학
제4부 종교와 평화: 종교평화를 위한 담론들
Ⅰ. 손원영 교수 인터뷰
1. 중세시대였다면 저는 화형 당했을 겁니다 / 권종술
2. 손원영 서울기독대 해직 교수의 부활절 / 조호진
3. 경계를 허무는 사람들 / 김성호
4. ‘절돕기 모금’으로 중징계 당한 손원영 교수 / 조현
5. 한국교회, 이성 되찾는 계기되었으면 / 박경은
6. 종교인들이여! 종교의 자유 억압 말라 / 이필재
7. 둥근소리 둥근이야기 / 오경석
8. The Sohn’s Interview: The Ground Truth Project / Christopher Damien
Ⅱ. 손원영 교수를 변호함
1. 사찰 훼손 사과한 손원영 교수 / 강주화
2. 손원영 교수 파면유감 / 탁지일
3. 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의 종교들 / 원익선
4. 손원영 교수 해임과 평화의 적들 / 이재형
5. 고난 받는 종을 위하여 / 차정식
6. 종교인 명찰 달았으면 이름값 해야지 / 고진하
7. 아직도 먼 종교평화의 길 / 명법
8. 이웃 종교에 대한 몰이해 / 류제동
9. 한국의 이단 기독교와 기독교 이단, 그리고 하나님의 말‘ -씀’ / 이호재
10. 종교인의 하늘팔이 / 이찬수
11.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와 평화》 사설
12. 《민중의소리》 사설
Ⅲ. 손원영 교수 사건의 의미
1. 언론에 비춰진 손원영 교수 사건의 빅데이터 분석 / 옥성삼
2. 이제는 뜻을 모아야 할 때이다 / 일균
3.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나라 / 민성식
4. 손원영 교수 사건의 종교사회학적 의미 / 하홍규
5. 소송 경과보고 / 오동운
6. 손원영 사건의 헌법학적 의미 / 황치연
손원영 교수 사건일지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
■ 책 속으로
해직되고 나서 (중략) 저는 그래도 목사로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가나안교회’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여기서 가나안은 ‘안 나가’의 거꾸로 의미입니다. 요즈음 교회가 이런저런 일로 문제가 많으니까 교회에 안 나가는 신자가 많이 생겼습니다. (중략) 저는 가나안 신자들에게 비록 교회에는 더 이상 안 나가지만 가끔이라도 만나서 하나님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그래서 성경에서 말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으로 계속 걸어 가자라는 취지로 가나안교회를 하고 있습니다. <30쪽>
하나님께서는 이 땅의 우리에게 보살 되신 아기예수 그리스도를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육바라밀을 실천하실 때, 종종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그분의 가르침과 또 십자가의 삶을 교훈 삼아 우리도 육바라밀을 잘 실천하면, 이 땅에 있는 모든 중생들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어느 날 홀연히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고 모두 열반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38쪽>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독교는 지금까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행하는 것을 강조하는 수행종교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기독교는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를 믿어서 죄로부터 구원받고, 또 죽어서는 우리 영혼이 하늘나라에 가는 것을 강조하는 종교였습니다. (중략)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우리나라에서 기독교인들의 이미지는 말이 아닙니다. 부도덕한 집단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는 집단으로, 돈과 명예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그렇게 지탄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중략) 그런 점에서 우리는 기독교도 분명히 수행종교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60쪽>
당시 유대교가 종교의 이름으로 물질적으로 타락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도할 수조차 없게 만들었을 때, 예수께서는 그 유대교에 대하여, 그리고 그 왜곡된 성전 체제에 대하여 ‘아니오!’라고 저항했습니다. 이러한 저항이 결국은 예수를 십자가처형으로 인도했지만, 그 정신은 결국 죽지 않고 다시 살아서 온 인류에게 희망이 되었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맛볼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어디에 있습니까? 타락한 중세 가톨릭교회처럼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있지는 않습니까? 타락한 힌두교처럼 종교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차별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면 옛날 유대교처럼, 종교의 이름으로 성직자의 배만 불리고, 하늘을 향해 기도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습니까?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어디에 서 있습니까? 종교개혁주일을 맞이하여, 이것을 깊이 생각하고 반성하는 한 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 <88쪽>
황금률에서 보듯이, 예수는 우리가 성령의 지혜를 따라 이웃종교인과 더불어 살아갈 때, 하나의 원칙을 갖고 이웃종교인과 만나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여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본뜻이다.”(마7:12) 그렇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다른 이웃종교인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자 한다면, 우리도 그들을 존경하고 먼저 사랑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사회에서 비난과 조롱거리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96쪽>
제가 ‘개운사 불당회복을 위한 모금’을 시작한다고 하자, 주변에서 저를 아끼는 적지 않은 분들이 혹 겪을지도 모르는 불상사를 미리 걱정해 주었습니다. 특히 제가 자칫 논란이 되는 종교다원주의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과 함께 과격한 개신교 근본주의자에 의해 개운사에서 벌어진 일과 비슷한 ‘테러’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습니다. (중략) 이 모금운동은 큰 상처를 받은 개운사 신도 여러분에게 대한민국의 동료 시민으로서 작은 위로를 전하는 사랑의 실천임과 동시에, 제가 속한 개신교가 절대로 이웃 종교를 폄하하거나 심지어 테러(단체)를 용인하는 폭력적 종교가 아님을 분명히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이 점 널리 혜량해 주시길 바랍니다. <106쪽>
필자는 종교교육학자로서 그리고 실천신학자로서 종교(개신교)의 신뢰성 회복을 도모하고 또 제도종교(교회)로부터 떠난 신자 곧 가나안신자를 돌보는 맥락에서 2017년 6월부터 비형식적 교회인 ‘가나안교회’를 시작하였다. 이 가나안교회는 탈종교시대에 적합한 교육 내용으로 영성 관련 프로그램과 기독교와 이웃종교(특히 불교) 간의 대화 프로그램을 교회 활동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나안교회는 매번 장소를 달리하여 월 4회(일요일 예배 모임)의 정기모임을 갖는데, 첫째 주는 교외의 한 영성센터에서 성찬예배와 명상 및 예술 활동 중심으로, 둘째 주는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성찬예배와 신학강좌 중심으로, 셋째 주는 서울 시내의 한 사찰음식전문점 공간을 활용하여 성찬예배와 이웃종교간 대화아카데미로, 그리고 넷째 주는 시내의 한 상담센터에서 성찬예배와 영성훈련(명상)으로 운영한다. <114쪽>
징계혐의자는 본 법인이 설치 경영하는 대학의 교수임에도 본 법인 정관 제1장에 법인의 설립 목적을 “그리스도의교회의 환원정신에 입각한 교역자와 기독교 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함이라고 명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본 대학과 법인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2013년부터 논쟁의 대상이 된 바 있었는데, 또 다시 그리스도의교회의 정체성과 대학의 신학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은 언행을 함으로써 정체성에 대한 성실성이 훼손되었고, (중략) 개전의 정을 찾을 수 없는 서면답변서를 제출함으로써 사립학교법 제61조, 동법 제55조 제1항 및 서울기독대학교 교직원 복무규정 제6장 제29조, 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의거하여 성실의무 위반으로 “파면”을 결정하였다. <153쪽>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인 한스 큉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종교평화 없이 세계 평화는 없다!” 그렇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저의 억울한 파면을 알리기 위해 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제가 좀 희생되더라도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에 ‘종교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 여러분에게 알리고 싶고, 또 기독교는 결단코 테러나 폭력의 종교가 아니라, 사랑과 평화의 종교라는 점을 다시 널리 알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선 것입니다. 모쪼록 저의 사건을 통해 건강한 종교가 우리 사회의 안녕과 평화에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가 꼭 배우고 실천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빌어마지 않습니다. <161~162쪽>
비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와 그간의 선교가 독선적이고 배타적이며 공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기독교인들의 근본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선교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 왔고, 이 때문에 점차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신망이 무너져 온 것이 사실이다. 파면을 촉발시킨 것으로 알려진 개운사 불당 모금은 우상숭배 행위가 아니라 도리어 기독교의 사회적 신망을 높인 선교 행위다. 많은 비 기독교인들은 손 교수의 모금 활동을 통해 기독교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176쪽>
고통스러워하는 누군가의 얼굴에서 예수의 십자가 고통을 보고, 그 고통을 줄이는 일에 동참하는 일이 어째서 잘못이라는 말일까. 아마도 교단 측 징계위원들도 정작 교회에서는 이웃의 고통과 함께해야 한다고 설교했던 적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다만 폭력적인 훼불 사건을 안 직후 손 교수에게 떠오른 얼굴이 고통스러워하는 ‘스님’이었다는 사실이 불교가 무엇인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교단 측 인사들에게는 그저 불편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216쪽>
신앙을 제도 안에 가두고, 제도를 욕망 충족의 수단으로 삼는 이들, 그리고 그 옆에서 기생하는 이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인다. 다원적 종교 세상에서 횡행하는 종교적 배타성은 그 배타성을 수단으로 해서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이기성의 발로이다. 당연히 어떻게든지 내면의 소리에 대해 정직하고 이웃을 배려할 수 있을 때, 학문이 서고 학교도 산다. 종교적이고 교육적인, 그런 대학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227쪽>
종교 폭력은 교리와 사상적 차이만이 원인이 아니다. 권력과 자본이 스며들면서 이해관계가 근본원인이고 종교는 이를 포장하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을 경우도 많다. 종교 폭력은 한 나라 안에서는 특정 종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월한 권력과 자본을 가졌을 경우 이를 독점하고 증대하기 위하여 소수 종교/신자를 종교의 이름을 빌려 탄압하면서 발생한다. 한 종교 안에서는 특정 종파가 다른 종파에 대하여 권력과 자본을 독점하려는 데서 발생한다. 한 집단 안에서는 한 세력이 다른 세력에 대하여 권력과 자본을 독점하려는 데서 발생한다. <245쪽>
나라든 지구촌이든 작은 집단이든 종교평화 없이 평화는 없다. (중략) 부처 안에서 예수를 발견하고 예수 안에서 부처를 발견하며 우리는 더 좋으신 부처와 예수를 만날 수 있으며, 우리 자신 또한 더 나은 존재로 고양될 수 있다. 싯다르타의 고행상을 보며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 마티아스 그뤼네발트(1480(70?)-1528, 독일)의 <이젠하임의 제단화>를 보며 남김 없는 열반에 들지 않고 다시 중생의 고통 속으로 뛰어든 부처를 본다. <256쪽>
■ 편저자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 _ <손원영교수불법파면시민대책위원회>(회장 박경양)는 2017년 3월 31일 공덕감리교회에서 결성하고 그해 5월 30일, <손원영교수불법파면 시민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교계, 학계, 시민사회 등을 대표하는 인사로 구성되었다.
■ 손원영
<연세대학교 신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PhD)하고 <미국 Boston College & GTU/San Francisco Theological Seminary>에서 수학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 <서울기독대학교> 교수. 교무연구처장 및 신학전문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사)한국영성예술협회 예술목회연구원> 대표, <한국종교교육학회> 부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 위원, <한국기독교교육정보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가나안신자들을 위한 <가나안교회> ‘섬김이’이다. 『기독교교육의 재개념화』, 『기독교 구성 신학』(Peter C. Hodgson 저, 공역), 『기독교교육과 프락시스』, 『프락시스와 기독교 교육과정』, 『영성과 교육』, 『기독교문화교육과 주일교회학교』, 『한국문화와 영성의 기독교교육』, 『테오프락시스교회론』, 『새 시대 새 포도주: 새로운 교회교육과 학교종교교육』, 『아들에게 띄우는 페북편지』, 『종교 안에서 종교를 넘어』(공저), 『예술신학 톺아보기』(편), 『평화의 신학』(공저), 『교회 밖 교회: 다섯 빛깔 가나안교회』(편),「비판적 다문화 담론과 한국적 다문화주의에 관한 연구: 풍류도모델을 중심으로」(한국연구재단),「예술영성형성을 위한 기독교 교육과정 개발에 관한 연구」(한국연구재단),「미국협동신학교육모델에 관한 연구」(한국연구재단),「RCIA의 영성형성모델에 관한 연구」(한국연구재단),「한국 개신교 교육과정에서의 한국사 교육」(한국연구재단),「기독교계 중등학교에서의 종교수업모형개발에 관한 연구」(한국연구재단)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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