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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주석과 함께 읽는 논어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5. 11. 14:35

3대 주석과 함께 읽는 논어

고주, 주자 집주, 다산 고금주

제Ⅰ권: 제1편~제10편 / 제Ⅱ권: 제11편~제20편 / 제Ⅲ권: 주제·개념·쟁점 해설

■ 이 책은…

유학의 조종(祖宗)이 되는 『논어』를 한-당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최초의 주석서의 모음인 ‘고주(古注)’와 주자학의 태두인 주자의 신주(新注), 즉 ‘주자집주(朱子集註)’, 그리고 고주와 신주를 비판적으로 통섭한 다산 정약용의 ‘고금주(古今注)’ 3대 주석을 비교하여 읽고 해석한다. 이로써 단순히 『논어』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동아시아 사상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꿰뚫어볼 수 있게 하고, 특히 동아시아 3국(한중일)의 논어 주석을 망라하면서 자신만의 철학적 관점으로 논어를 주석을 종합한 다산의 비평과 천착이 돋보인다. 거기에 더하여 필자(임헌규)는 근현대 한중일의 논어주석서와 연구서들까지 비판적으로 참고하여, ‘고전 중의 고전인 『논어』’, ‘학문을 사랑한 성인인 공자 어록으로서의 『논어』’와 ‘철학(학문) 텍스트로서의 『논어』’의 진면목과 가치가 오롯이 살아 있는 이 시대 최고의 종합적인 논어주석서를 탄생시켰다.

 

  • 분야 : 동양철학 / 인문
  • 지은이 : 임헌규
  • 발행일 : 2020년 4월 30일
  • 가격 : Ⅰ권 - 70,000원 / Ⅱ권 - 70,000원 /
    Ⅲ권 - 30,000원
  • 페이지 : Ⅰ권 - 1,120쪽(두께 53mm) /
    Ⅱ권 - 1,056쪽(두께 49.5mm) /
    Ⅲ권 - 592쪽(두께 28.5mm)
  • 제책 : 무선
  • 판형 : 152mm ✕ 225mm(신국판)
  • ISBN : Ⅰ권 - 979-11-88765-78-2 (04150) /
    Ⅱ권 - 979-11-88765-79-9 (04150) /
    Ⅲ권 - 979-11-88765-80-5 (04150)
    세트 - 979-11-88765-77-5 (04150)

 

■ 출판사 서평

오래 된 새 책 『논어』를 가장 새롭게, 가장 폭넓게 읽는 법!
2천년 동안 축적된 『논어』 이해의 지혜(注釋)를 들여다본다!
<고주(古注)>, 주자 <집주(新注>), 다산의 <고금주>와 함께!

동아시아 고전의 조종(祖宗)이 되는 『논어』에 관한 책은 오늘날에도 1년에 여러 종이 쏟아지고 있고, 간접적으로 인용되거나 언급되는 책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그 까닭은 유교 경전으로서, 또는 ‘유학적 철학’의 기본 텍스트로서의 『논어』 자체의 가치 때문이기도 하고, 『논어』가 그 이후의 사서(맹자, 중용, 대학)를 거느리면서 동아시아 사상과 문화의 근본적인 토대를 이루는 초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적어도 동아시아인으로서 살아가면서 그 문화와 심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면 『논어』를 공부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 한국 사회가 ‘인문학의 시대’를 구가하는 만큼, 또 정보화 시대를 넘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술과 물질문명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더욱 더 커지고, 그 궁극의 자리에 『논어』가 놓여 있다.

『논어』를 공부하도록 돕는 책은 숱하게 많다. 아예 원전(한문본-영인본)을 읽는 사람들은 소수-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일 테고, 쉽게 풀어쓴 번역(해석)서와 핵심 덕목을 정서적으로 전달해 주는 책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논어』 공부를 위한 도구서가 출간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논어』 간행 이래 지난 2천여 년의 세월 동안 각 시대별 천재적 주석가(注釋家)들의 주석을 비교 검토해 가면서 읽는 것은 새로운 맛을 준다. 새로울 뿐만 아니라, 『논어』의 원의에 가장 가깝게 읽는 방법으로는 최선의 길이라 할 수 있다. ‘『논어』의 원의’를 읽는다는 것은 공자의 본뜻으로 돌아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서 출발해서’ ‘지금-여기’까지 이어올 때 가장 새롭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논어에 대한 종합적인 주석서인 <고금주>를 남긴 다산 정약용은 “후학들이 존신(尊信)·체행(體行)할 것은 오직 『논어』 한 권뿐이다. 예성(叡聖)스러워 어떠한 하자도 없는 것은 『논어』이다. 육경이나 여러 성현의 책은 모두 읽어야 하겠지만, 오직 『논어』만은 죽을 때까지 읽어야 한다.”고 했다. 예부터 사서삼경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유교)경전 공부법은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 하여 원문의 뜻이 드러날 때까지 읽고 또 읽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그 말대로 하기에는 현대사회는 너무도 복잡해졌고 또 읽어야 할 다른 책들이 많아졌다. 그때 유용한 것이 원문에 딸린 주석들을 챙겨 읽는 것이다. 주석은 원문의 단순한 의미에서부터 등장하는 용어의 역사적 맥락이나 출전까지를 짚어 주기 때문이다. 또 그 원문이 기술된 시대적 배경까지 해설해 준다.

『논어』는 대략 서기전 450년경에 창작된 이래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주석을 붙였다. 그중에서 최고(最高)의 주석은 역시 ‘주자학’의 조종으로 일컬어지는 주자의 『논어집주』이다. 주자(1130-1200)는 이른바 고주로 일컬어지는, 『논어』 편찬 이래 오래된 주석들을 두루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하되, 성즉리(性卽理)를 기반으로 하는 이기론을 기반으로 하여 독창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으로 『논어』의 의미를 재해석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가장 권위 있는 『논어』 주석서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조선의 거유(巨儒) 다산은 다시 ‘고주’와 주자의 논어집주(신주)까지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여 종합하고, 그의 독자적인 철학적 관점으로 『논어』를 주석한 『논어고금주』를 편찬하였다. 주자가 이기론에 입각하였다면 다산은 ‘실천적인 관점’을 강조하는 것이 핵심적인 특징이다.

고주는 ‘최고(最古)’의 주석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고주는 주자朱子(1130~1200)의 『논어집주』(新注)가 나오기 이전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하안何晏( ~249)의 『논어집해』, 남북조시대 양나라 황간黃侃(488~545)의 『논어의소』, 그리고 하안의 주에 북송시대 형병邢昺(932~1010: 『정의』)이 소를 붙인 『논어주소』를 말한다. 이들은 모두 1,100여 종에 이르는 주자 이전의 고주들을 대표하는 주석이다. 주자의 논어집주는 ‘최정(最精)’의 주석이라고 평가된다. 주자朱子(1130~1200)의 『논어집주』(新注)는 주자가 평생에 걸쳐 수정과 증보를 거듭하여 완성한 것으로 오늘날까지도 주자의 주석은 『논어』 해석과 이해에 가장 권위 있는 주석으로 손꼽힌다. 다산의 고금주는 이 두 주석을 포함한 역대 주석서와 사서들을 두루 섭렵하고 일본 학자의 주석까지 참고하여 주자의 논어집주에 뒤지지 않는 ‘최고(最高)’ 반열의 주석서 ‘고금주’를 편찬했다. 이러한 각각의 주석의 특징은 그것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보면 더욱 더 확실하게 그 의의와 차이, 그리고 한계와 가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3대 주석과 함께 읽는 논어”를 내놓았다.

“이들 주석들은 각각 고유한 독자적인 학문적 가치를 지니는 동시에 상호 대비되는 상대적 가치를 지닌다. 새로운 주석인 주자의『 집주』와의 대비를 통해 고주를 재평가해 보면, 고주의 특징·장점·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역으로 고주와 함께 주자의 『집주』를 보면, 그 혁신적인 특징과 철학적 의미 또한 명확히 부각된다. 나아가 다산의 『고금주』에 근거하여 주자의 『집주』를 다시 읽으면, 절대적인 것으로 신봉되던 『집주』 또한 여러 주석 중의 하나로 상대화되는 동시에, 주자 철학의 특징과 한계 또한 더욱 명확해진다. 다산의 『고금주』 또한 고·신 주석 및 다양한 당대의 주석들과 함께 대비하여 보았을 때, 그 특징과 의미가 선명히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저자 ‘머리말’ 중에서)

일찍이 주자는 40여 년간 정성을 다해 집필한 『논어집주』를 두고 “한 글자도 보탤 것이 없고, 한 글자도 모자라지 않는다. 한 글자도 뺄 것이 없고, 한 글자가 많지도 않다. 혹은 저울에 단다고 하더라도 차이가 없으니, 높지도 않고낮지도 않다.”고 자부하였다. 다산 역시 “『논어고금주』는 여러 해 동안 자료를 수집하여 완성했는데 40권이다. 매번 한 장씩 대할 때에 고금의 여러 학설을 다 고찰하여 그 잘된 것을 취하여 논단하였으니, 비로소 이 밖에 새로 더 추가할 것이 없다.”고 자부하였다.

필자(임헌규)는 이상의 3대 주석(고주 - 신주 - 고금주)를 한자리에 모아 편집하고, 각각의 주석의 특징을 반영하여 논어 원문을 3가지 방식으로 해석하였으며, 고주와 신주, 고금주를 제시하였다. 또한 이러한 3대 주석에 대한 필자의 논평은 물론 그에 더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논어』 이해의 성과들을 반영하여 부가적인 해설을 덧붙였다.

지금까지 고주나 신주, 그리고 고금주를 각각 현대어로 번역한 책들은 적지 않게 나왔으나, 이들 셋을 한자리에 모으고 그것을 비교 검토한 『3대 주석과 함께 읽는 논어』는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다. 방대한 분량 때문에 논어 원문과 주석 부분을 제1권과 제2권 두 권으로 나누고, 『논어』의 핵심 덕목인 ‘학’ ‘천’ ‘도’ ‘인’ ‘덕’ ‘의’ ‘예’ ‘리(利)’ 등의 개념에 대해서 언급한 『논어』 원문과 이에 대한 3대 주석의 관점들에 대해서는 논문 형태로 심층 분석하여 제3권에 담아 냈다. 저자가 수십년에 걸친 고전 공부의 학문 역정과 만 6년 동안 이 책 편저에 집중한 성과가 이렇게 해서 총 3책, 2,750에 달하는 성과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다음 몇 가지 방식으로 이 책을 저술하였다.
첫째, 『논어』 원문은 다산의 『고금주』에 제시된 것을 따르로 대신 현대 독자의 편의를 위해 편, 장 번호를 붙였다. 저자는 다산이 역대 『논어』 이본(異本)들을 고증하여 최정의 판본을 완수하였다고 평가한다.
둘째, 『논어』 원문에 대하여 고주의 주석에 근거하여 고주적인 원문 읽기, 주자의 주석에 근거한 주자의 원문 읽기, 그리고 다산의 『고금주』에 제시된 견해에 근거하여 다산적인 원문 읽기를 각각 제시하여, 상호 대조·평가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각 주석의 특징을 드러내고 이해에 도움을주기 위해 괄호 속에 주석 내용을 보완하였다.
셋째, 어원풀이. “모든 한자는 조어(造語) 원리에 의거하여 이해·연역되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오늘날 갑골문 발견으로 이전의 주석가들보다 한자 어원 이해에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그래서 현대 어원사전 등을 참조하여 『논어』 원문에 나타난 한자 어원을 가능한 상세하게 풀이했다. 특히 어원 분석을 통한 원의(原義)를 철두철미하게 해명해 준 다산의 천재적인 어원 분석과 현대 어원 해석을 비교해 보는 것도 매우 유익할 것이다.
넷째, 특히 총40권에 이르는 다산의 『논어고금주』는 다산의 『논어』 관계 저술 가운데서도 백미로 손꼽히는데 다산은 이 고금주에서 ‘여섯 가지 경전 해석 방식’을 적용하였다. 즉 (1) 「보왈(補曰)」로 본문의 의미를 여러 학설을 인용하여 보완하고, (2) 「박왈(駁曰)」로 포함, 형병, 황간 등 고주의 경문 해석을 비판하고, (3) 「안(案)」으로 다산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고, (4) 「질의(質疑)」를 통해 원문 자체에 회의를 표하거나, 다른 주석가(특히 朱子)에 대한 의문을 표하고, (5) 「인증」으로 경서 및 역사서의 사실을 인용하여 본문의 사건과 문장의 의미를 밝히고(以史證經), (6) 「사실事實」은 여러 주석을 참조하면서 본문의 사건 내용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다산의 논어고금주의 특성을 최대한 그대로 반영하여 그 원문(번역)을 그대로 살렸다.
다섯째, 비평. 원문 해석과 거기에 내재되어 있는 철학적 쟁점을 필자가 요약·비정하려고 했다. 『주자집주대전』과 『논어주소』, 그리고 다양한 현대의 주석서 등을 참조하여, 필자 나름의 보완적 설명을 시도했다.
여섯째, 주제·개념·쟁점 해설. Ⅲ권에서는 『논어』의 주요 주제와 여러 개념들을 해설하고, 이에 대한 쟁점을 서술했다. (1) 「위정2:4」에 대한 주석을 중심으로 공자의 생애와 학문을 제시하고, (2) 시작(「학이」) 및 마지막(「부지명」) 장을 중심으로 『논어』의 핵심 주제를 해설하고, (3) 『논어』에 나타난 우주론·인성론·수양론·학문·교육 등과 결부된 다양한 주요 개념들에 대한 해설을 제시했다.
일곱째, 다산 이후 특히 현대에 들어 수많은 연구과 번역 작업의 결과로 축적된 한국고전번역원의 한국고전종합DB, 전통문화연구회의 동양고전종합DB, 다산학술문화재단 등의 자료, 한국학자료원이 발간한 『여유당전서』 수록된 논어 고금주와 당대의 수많은 연구자들의 번역, 주해, 연구 성과(참고문헌 참조)들을 두루 망라하고 참고하였다.

■ 차례

제Ⅰ권: 제1편~제10편

공자의 생애와 학문 여정
『논어집주』 「서설」
제1편 학이(學而)
제2편 위정(爲政)
제3편 팔일(八佾)
제4편 이인(里仁)
제5편 공야장(公冶長)
제6편 옹야(雍也)
제7편 술이(述而)
제8편 태백(泰伯)
제9편 자한(子罕)
제10편 향당(鄕黨)

제Ⅱ권: 제11편~제20편

제11편 선진(先進)
제12편 안연(顔淵)
제13편 자로(子路)
제14편 헌문(憲問)
제15편 위령공(衛靈公)
제16편 계씨(季氏)
제17편 양화(陽貨)
제18편 미자(微子)
제19편 자장(子張)
제20편 요왈(堯曰)
『논어』 개념 해설

제Ⅲ권: 주제·개념·쟁점 해설

1장 『논어』의 시종始終
Ⅰ. 『논어』 시작 장과 마지막 장의 해석
2장 학學
Ⅰ. 『논어』에서 학學의 의미
Ⅱ. 주자와 다산의 학學 개념 해석 비교
3장 천天
Ⅰ. 『논어』에서 공자 천天 개념
4장 도道·덕德
Ⅰ. 『논어』에서 도·덕의 의미
Ⅱ. 『논어』의 덕 개념의 주석들
5장 인仁
Ⅰ. 『논어』에서 인仁 개념의 의미
Ⅱ. 다산의 인仁과 서恕 해석
6장 의義와 리利
Ⅰ. 『논어』에서 의義와 리利 개념의 의미
7장 예禮
Ⅰ. 『논어』에서 예禮의 의미
Ⅱ. 『논어』 예禮 개념의 주석
8장 정치
Ⅰ. 공자의 정치이념
Ⅱ. 경敬과 덕치德治
9장 심성론
Ⅰ. 성性 개념의 해석
Ⅱ. 『논어』에서 몸과 마음
10장 인문학과 교육
Ⅰ. 군자와 인문학의 이념
Ⅱ. 공자와 교육
Ⅲ. 『논어』와 공자의 시詩
Ⅳ. 『논어』 인용시詩 해석
Ⅴ. 죽음의 의미

 

■ 책 속으로

제Ⅰ권

(제1편 ‘학이편’은) 『논어』를 시작하는 첫 구절로서 군자의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그 자격을 말했다. 먼저, 학습의 기쁨이다. 인간은 경이로운 세계를 탐구하고 알고 싶어 한다. 학문(Science, Wissenschaft)이란 경이로운 세계를 자각하는 탐구와 이론화이다. 모든 것을 아는 신과 우매하여 체계적인 인식을 할 수 없는 동물의 중간 존재인 인간만이 경이로운 세계를 탐구하여 배우고 익히는 것을 좋아한다. (중략) 둘째로 벗과 교류하는 즐거움이다. 붕(朋)이란 동류의 새를 뜻한 붕(鵬)에서 유래했는데, 위대한 선생님으로부터 동문수학한 동지를 말한다. 뜻과 이상을 같이하는 벗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함께 학문과 이상사회를 논하면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마지막으로 군자(君子)의 자격을 말한다. 군자란 성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이다. 따라서 자기완성의 성인을 목표로 하는 군자는 다른 사람이 주는 칭찬과 명예는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66~67쪽>

문장(文章)에 관한 고주는 공자의 술작(述作)·위의(威儀)·예법(禮法)의 문채(文彩)·형질(形質)이 드러난 것(章=明)이라 했고, 주자는 공자의 덕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니, 위의(威儀)와 문사(文辭)가 그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산은 “공자께서 평소 하신 말씀은 『시』·『서』 그리고 예를 집행하는 것이었다. (「술이」)”는 말을 근거로 여기서의 문장(文章)을 『시』·『서』·『예』·『악』의 학설을 말한다고 설명하였다.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 <510쪽>

덕이란 인간이 지니고 태어난 본성을 말하는데, 덕을 닦아야 인간의 근본이 선다. 덕을 닦음과 동시에 전해들은 학문을 연마하고 강론해야 비로소 객관화할 수 있다. 도덕 수양과 학문 연마를 하는 동시에 그것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실천이란 마땅히 행해야 할 옳은 일을 하는 것과 잘못된 것을 고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염려한다는 것은 공자의 겸사라고 할 수 있지만, 부족함을 자각하고 노력할 때에 비로소 자기완성을 기약할 수 있다. ‘습한 것은 물의 덕이며, 뜨거운 것은 불의 덕이다(濕者 水之德 燥者 火之德).’라고 하듯이, 덕이란 얻어 지니고 태어난 고유한 본질적 특성(德得也)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유교에서는 우리 인간은 마음의 덕으로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본성을 지니고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본질주의 철학의 정적주의를 비판하고 실천을 중시한 다산은 덕(德) 자를 ‘행(行) + 직(直)+ 심(心)’의 결합으로 풀이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직 곧은 성품(直性)으로 나의 곧은 마음(直心)을 행하는 것을 일러 덕이라고 한다(德이라는 글자는 直心을 行한다는 것이다). 선(善)을 실행한 후에야 덕이라는 명칭이 성립된다. 행하기 이전에 어떻게 그 몸에 명덕(明德)이 있을 수 있겠는가?” <705쪽>

제Ⅱ권

정치[政]의 목적은 정의(正)를 구현하기 위해 물리적인 권력(攵)을 행사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의를 구현한다는 말은 우선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적 제 관계에서 주어진 직책에 알맞게, 제 역할을 온전히 수행한다(正名)는 의미이다. 그래서 공자는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제경공의 질문에, “군주는 군주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중략) 이렇게 이름을 지닌 만물의 존재 근거를 충족시키는 것, 그리고 인간이 타자와 생활을 영위하면서 사회적 제 관계에서 부여된 직책의 명칭에 요구되는 역할을 온전히 실현하는 것이 바로 공자의 정명론이다. (중략) 따라서 정명正名이란 “이름은 지닌 모든 존재에는 하늘이 부여한 고유한 덕德 혹은 몫(分數)이 있는데, 그 고유한 덕과 분수를 구현하는 것이 바로 그 존재의 올바른 목적을 구현하는 윤리적으로 좋은 삶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202쪽>

교제를 잘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윗사람에게서 싫어하는 것으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며, 아랫사람에게서 싫어하는 바로써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에게서 싫어하는 바로써 뒷사람에게 먼저 하게 하지 말며, 윗사람에게 싫어하는 바로써 앞사람에게 따르게 하지 말며, 오른쪽 사람이 싫어하는 바로써 왼쪽 사람과 사귀지 말며, 왼쪽 사람에게서 싫어하는 바로써 오른쪽 사람과 사귀지 말아야 하니, 이것을 일러 교제를 잘한다고 말한다. 한 글자로 총괄하면, 곧 서恕가 아닌가? 그렇다면 서恕라는 것은 한 가닥 노끈으로 천만 개의 동전을 꿰는 것과 같으니, 공자의 이른바 일이관지란 이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552쪽>

『논어』에서 학(學) 자는 전체 498장 중 총 42장(공자의 언명은 32장)에 걸쳐 62회 내외로 등장한다. 학의 강령(綱領)으로 시작하는 『논어』는 15세에 학에 뜻을 두고, 평생 호학자로 자임했던 공자의 학문론이다. 『설문』에서 학이란 각오(覺悟)라고 하고 하여, 배워서 깨친다는 뜻이라 했다. 학이란 자신에게 가리어져 있어(蒙) 알지 못했던 어떤 무엇을 누구에게서 배워서 깨달아 알고, 본받아 체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총체적인 활동이다. 혹은 널리 배우고, 깊이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밝게 분별하며, 돈독하게 행함(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 『중용』 20장)의 연속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031쪽>

제Ⅲ권

다산에 따르면, 천天이란 운명의 법칙을 제정하는 상제를 말하며, 천명이란 인간 운명(窮通과 夭壽 등)을 제정하여 부여하는 상제의 법칙이며, 나아가 지천명이란 이러한 운명의 법칙에 흔들리지 않고 수신을 통해 천덕에 통달하는 것이다. 요컨대, 고주와 다산은 ‘지천명’의 천을 인간 운명의 주재자로 파악했다면, 주자는 인간에게 본성을 부여하는 천도의 본체로서 소이연지고(所以然之故)로서의 이치로 파악했다. 나아가 ‘지천명’을 고주는 하늘이 부여한 운명을 알아 때에 알맞게 처신하는 것으로, 주자는 하늘이 부여한 인간이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본성의 법칙(이치)을 알아 실천하는 것으로, 그리고 다산은 인간에게 모순적으로 보이는 운명이 상제가 부여한 법칙이라는 것을 요해하여 흔들리지 않고 수신(修身)으로 덕(德)을 쌓아 천덕(天德)에 도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115쪽>

『논어」에서 인仁은 모든 인간이 구현해야 할 보편 덕이며, 구체적인 상황에서 요구되는 덕목들은 이 보편 덕의 개별적 현실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도덕 법칙은 인간에게 그것을 실천할 근거가 있어야 하고, 인간 주체가 그 근거를 자각하고 자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얻는다. 공자는 “군자이면서 인하지 못한 사람은 있지만, 소인이면서 인한 사람은 없다.”라고 말하여, 인의 도덕을 실천할 주체로 군자를 정립하였다. 그리고 “인을 행함은 자신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이지, 타인으로부터 외적·강제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여, 인을 실천할 근거가 인간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207쪽>

공자는 예를 초월적 존재의 명령에 의해 그 자체로 준수되어야 할 타율적 계율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완성을 목적으로 자율적으로 실천하는 여러 덕목 중의 하나로 재정립했다. (중략) 자연물은 우주적 질서(상·하와 춘·하·추·동 등)를 따라 운행되어 자신을 드러내듯이, 인간은 예의범절의 실천을 통해 그 신분상 위의를 드러낸다. 따라서 예란 천도에 따르는 치국의 방도이자 요체이다. 따라서 왕은 예의 실천을 통해 공덕을 행하여 천명을 보존할 수 있으며, 제후와 백관들 또한 예의 실천에 따른 공덕을 기준으로 예우된다. 가장 하찮고 미워할 만한 미물인 쥐(鼠)가 지닌 가죽과 지체처럼, 예란 신분상지위를 지닌 인간이 반드시 마땅히 드러내야 할 위의이자 준수해야 할 행위 규범이다. <302-303쪽>

■ 저자

임헌규 _ 강남대 철학과(교양학부장) 및 사단법인 유도회 한문연수원(논어담당) 교수이며, 동양고전학회 회장ㆍ동방학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경북대 철학과ㆍ서울대 대학원(서양철학, 석사)ㆍ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동양철학, 석·박사)을 졸업하고, 유도회 부설 한문연수원(3년)과 미국 하와이대(비교철학) 등에서 공부했다. 저서로는 『공자에서 다산 정약용까지-유교 인문학의 동서철학적 성찰』, 『유교 인문학의 이념과 방법』, 『주자의 사서학과 다산 정약용의 비판』, 『유가의 심성론과 현대 심리철학』, 『노자 도덕경 해설』, 『리란 무엇인가』, 『노자: 도와 덕이 실현된 삶 』등이 있다. 역서로는 『원유』 (상, 하), 『인설』 , 『노자』 , 『답성호원』, 『사단칠정을 논하다』, 『주자의 철학』, 『노자철학연구』, 『장자: 고대중국의 실존주의』, 『후설의 현상학』, 『하버마스: 다시읽기』, 『현대유럽철학의 흐름』, 『데리다와 푸꼬,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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