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안녕하신가 - 학교 넘기, 너와 내가 주인이 되는 사람을 위해"
- 심규한 지음 / 2014년 1월 29일 / 280쪽, 12,000원
삶을 팽개치고 우리는 너무 오래 학교를 다녔다
이 책은 제도권 안팎을 넘나들며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저자가 학생들과 함께하며 체험하고 느낀 교육제도의 문제점과 학교와 교육의 근본 의미를 생각하는 글, 학교를 넘어선 교육의 실천적 대안을 이야기한다. 학생 주변인-교육당국, 학부모, 교사-들을 독자로 하였으나, 궁극적으로는 이 땅의 모든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필자의 사랑을 담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육은 “독이 든 사과”
대한민국의 교육은 한편에서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거듭 “한국의 교육을 본받자”라고 자기 국민들에게 강조할 만큼 성공(?)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대한민국 학생들의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성취도는 세계 탑 5에 속하지만(상하이, 싱가포르, 홍콩, 대만), 행복지수는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가 죽어야 교육이 산다
단 하루도 교육 관련 기사가 나오지 않는 날이 없고, 단 하루도 학생들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날이 없고, 단 한 명도 교육에 관하여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이 없는, 교육(비)에 대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이자 의무(?)인 생식과 종족 보존의 본능마저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나라, 대.한.민.국!
“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한 세계 유일한 나라”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우리가 인간이기를 포기하면서 얻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의 교육 제도, 교육 시스템, 혹은 교육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대안은 ‘반교육’이다. ‘반교육’은 교육을 철폐하자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교육의 ‘독과점’ 조직이면서도 문제투성이인 “학교”(의 문제점)를 제거하자는 것이다.
반교육(反敎育)
오늘 한국 교육의 병폐는 그것이 교육의 본래 기능인 ‘삶을 위한, 삶에 의한 배움’이 아니라, 첫째, 욕망의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치부되거나, 둘째, 국가/자본의 목적을 위한 구조의 관철이라는 권력의지에 예속되어 있다는, 두 가지 근본적인 병인(病因)에서부터 비롯한다.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라는 불안감이나 ‘꿈의 실현’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에 현혹되는 것도 모두 근본적인 병인으로부터 파생된 부차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자기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권력 의지의 예속으로부터 해방을 꿈꾸고 실행하는 것은 각자의 결단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사회 개혁이나 교육 당국의 개혁이라는 ‘사회 구조적 차원’으로 달성하고 완성하는 것이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본령이지만, 그 일 자체도 결국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서는 안 된다. 하나마나한 소리이기도 하고, ‘그것이 정답!’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만, 아이들에게 먼저 반교육을 향한 ‘자기 결단’을 요구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어른이다.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할 우리 자신(교사-학부모-교육가)이 이미 소외되면서 잃었던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오늘 우리 교육이 빠져 버린 함정에서 탈출하는 출발점이 된다.
너와 내가 주인이 되는 삶
“학교는 안녕하신가”의 저자 심규한은 제안한다. “교사든 학생이든 아니면 부모든 각자가 바른 삶을 살아가며 계속해서 배우며 성장하고 자기를 실현해 가는 과정”으로서의 교육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길만이, 내가 살고, 우리가 살고, 그 전에 우리의 자녀들, 학생들이 사는 길임을 정직하게 바라보자고.
“교육을 아이들의 문제로만 떠밀고 졸업과 함께 방기하듯 팽개친 우리들 자신의 배움의 기쁨을 회복하고, 비인간의 신자유주의 질서에 투항한 삶에 대한 참회로부터 우리들 자신의 교육권을 다시 되찾겠다”고 선언하자고.
■ 책 속에서
아이들의 문제는 가족과 환경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사들은 문제 학생 뒤에는 항상 문제 부모들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부모 또한 각박한 사회에 아이를 제대로 돌볼 여유가 없다. 오직 돈 벌어 학교와 학원에 보내기만 급급할 뿐이다. 문제사회가 있었던 것이다.(27쪽)
우리 사회는 학교에 목숨을 걸 정도로 교육에 올인(all in) 해 있다. 교육은 마냥 좋고, 마냥 옳고,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때로는 전제에 대해 질문하고 싶다. 우리가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54쪽)
피상적으로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도 가르침도 방향을 잃은 맹목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과연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고 수학을 잘하면 된단 말인가? 뭔가 부족하다. 북극을 가리키는 나침판의 떨림처럼 더 멀리 또 깊게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80쪽)
내가 만난 중고등의 많은 아이들이 게임에 몰두해 있었다. 사춘기 남자 아이들은 게임에 몰두한다. 사냥꾼인 남자가 들판을 잃고 방 안에 갇혔다. 활동적일수록 가정이나 학교나 사회에서 억압당하는 게 더 많다. 게임은 방 안에서 사냥꾼의 본능을 채워주고 분노를 해소하고 외소해진 자아를 원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게임중독을 걱정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몰입할 것은 게임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들도 안다. 때가 되면 아이들은 게임을 그만두고 자기 길을 간다.(188쪽)
학교를 졸업하면 시험만 잘 봤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된다. 시험공부 하나로 만사 오케이였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것은 시간낭비로 여겼다. 내가 그랬다. 하지만 교사가 되고 보니 내 삶이 얼마나 건조하고, 내가 생활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213쪽)
■ 저자 심규한은
1971년에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성장하였다. 천성적으로 권위와 형식주의를 싫어해 고등학교와 군대를 힘들게 보냈다. 힘든 시절 일기를 쓰며 견디고 꿈꾸었는데, 그것이 곧 글쓰기의 계기가 되었다. 종교와 진리에 관심이 많아 톨스토이, 간디, 예수, 마하리쉬, 일리치를 특히 좋아했다. 대학 시절 참빛야학에서 처음 교육 활동을 시작하며 삶과 사회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졸업 후 상산고, 한성여고에서 근무하다 그만둔 뒤 세계를 1년간 돌아다녔다. 그 뒤 2년간 최소생활자가 되어 동학 등을 공부하였다. 다시 성미산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가, 지금은 경북 예천 내성천변에 귀촌해 살고 있다. 자유기고가 및 시골살이 여행학교 길잡이를 하며, 자유와 사랑을 추구하는 아나키즘 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역사책 『대관령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횡계3리 마을자치위원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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